상장사들 반발…법적대응 움직임도
관리종목 지정 상장사 중 15개, 액면병합·감자 예고
▲ 2026년 8월 12일 관리종목 지정사유 발생 종목 현황.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제공한국 증시에서 부실 상장사를 조기에 퇴출하기 위한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1000원에 못 미치는 이른바 '동전주'와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종목들이 대거 관리종목으로 묶였다.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기준 최근 30거래일 동안 주가가 1000원 아래에 머물거나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모두 36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개 종목이 이날 새롭게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기존 관리종목 가운데 6개 종목은 지정 사유가 추가됐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관리종목에 포함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3개, 코스닥시장 21개 등 모두 24개다. 남북경협 테마주로 거론돼온 좋은사람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동전주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았지만 시가총액이 상장 유지 기준을 계속 밑돌아 관리종목이 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5개, 코스닥시장 4개 등 9개였다. 현행 시총 기준은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이다.
온타이드와 형지글로벌, E8 등 3개 종목은 최근 30거래일 동안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동시에 시가총액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유가증권시장 1개, 코스닥시장 2개 종목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일부터 적용된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 규정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해당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후 90거래일 가운데 기준을 '연속 45거래일' 이상 웃돌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속 45거래일'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만큼 한 번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상장폐지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올해 초 시가총액 기준 상향과 동전주 요건 신설, 규정 우회 방지책 등을 담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내놨다.
특히 동전주는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고 주가 변동성이 커 시세조종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제도 도입 배경으로 꼽혔다.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 기준을 높이는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빨라졌다.
기존 방안은 2026년 1월 1일부터 코스피 200억원·코스닥 150억원을 적용한 뒤 2027년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 2028년에는 코스피 500억원·코스닥 300억원으로 매년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준 상향 시기를 반기 단위로 앞당기면서 지난달 1일부터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이 적용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으로 다시 올라간다.
관리종목 해제 요건 역시 강화됐다. 당초에는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동안 기준을 회복하면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최종안에서는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넘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으며 새 규정은 지난달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당국과 거래소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증시 진입은 넓히는 동시에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시장을 재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최근 20년 동안 1353개사가 새로 상장한 반면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그쳐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가 고착됐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 기간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8.6배 늘었지만 지수 상승 폭은 1.6배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도 제도 개편의 근거로 제시됐다.
반면 상장사들은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넘게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업종 조정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을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다른 업종까지 동반 하락한 만큼,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9385.59로 전고점을 기록한 뒤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9일 장중 5262.77까지 40% 넘게 떨어졌다. 이후 반등에 나서 현재는 6579.04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1000선을 웃돌던 수준에서 630.99까지 약 37% 급락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이날 종가는 858.91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사들은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기준 최근 30거래일 연속 동전주 또는 시가총액 미달 사유가 발생한 36개 관리종목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3개, 코스닥시장 12개 기업은 주가를 높여 동전주 요건을 해소하기 위한 액면병합이나 감자를 위한 주주총회 결의를 예고했다.
이들 기업이 액면병합이나 감자를 마치면 관련 요건을 해소해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법적 분쟁도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새롭게 관리종목에 지정된 종목은 30개지만 앞으로 대상이 100개 안팎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일정까지 빨라져 기업들의 대응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 기업이 관리종목 지정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동전주와 시총 미달로만 100건이 넘는 상장폐지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