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전국 22만7819명 자료 분석
‘편의점’ 밀도 높을수록 고혈압 유병률↑
가공식품·고나트륨 식품 접근성 연관 가능성
“건강한 식품·저염 식품 판매 확대해야”
편의점이 많은 지역일수록 고혈압을 가진 성인의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클립아트코리아 고혈압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방치하면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콩팥병, 시력 손실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28%, 약 1230만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고혈압 환자는 2017년 약 81만명에서 2022년 약 99만명으로 5년 사이 22% 증가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서구식 식습관,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간편식과 즉석식품 등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이 많은 지역일수록 고혈압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202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와 전국사업체조사, 주민등록인구 자료 등을 활용해 전국 250개 시·군·구의 편의점 밀도와 비만·고혈압 유병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프론티어(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지난달 22일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 연구에는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23만1785명 가운데 19세 이하이거나 체질량지수(BMI), 고혈압 진단 여부 등의 자료가 없는 사람을 제외한 22만7819명의 자료가 활용됐다. 지역별 편의점 수를 인구 1000명당 개수로 환산해 밀도를 산출한 뒤 비만·고혈압 유병률과 비교했다. 전국 250개 지역의 평균 편의점 밀도는 인구 1000명당 1.12곳이었다. 비만 유병률은 평균 30.98%, 고혈압 유병률은 22.76%로 집계됐다. 편의점 밀도는 인구 1000명당 0.27~3.07곳, 비만 유병률은 20.4~42.2%, 고혈압 유병률은 13.7~42.2%로 지역별 격차가 컸다.
분석 결과, 다른 요인을 보정한 일반 회귀분석에서는 편의점 밀도가 높을수록 비만과 고혈압 유병률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 간 공간적 연관성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비만과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고혈압과의 관계만 유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구 1000명당 편의점이 한곳 늘어날 때마다 고혈압 유병률은 0.96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간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뒤에도 편의점 밀도와 고혈압 유병률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연구팀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특성이 이런 관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편의점에는 나트륨과 열량, 당류가 높은 제품이 많은 반면 영양학적 질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서도 편의점 접근성이 높을수록 초가공식품 구매가 늘고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편의점이 많은 지역에서 고혈압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정 시점의 지역 자료를 비교한 단면 연구인 데다 편의점 밀도만으로 개인의 실제 이용 빈도나 편의점 식품 섭취량까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병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는 건강한 식품보다 가공식품과 고나트륨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고혈압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지역의 식품 환경을 개선하고 편의점에서 건강한 식품과 저염 식품의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영양교육 등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