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장이 이어지며 “누구나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낙관이 시장을 지배했던 시간도 잠시, 예고 없이 찾아온 깊은 조정장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주식에 막 입문했거나 부의 사다리를 올라타려던 2030세대의 타격이 뼈아팠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을 통해 수집한 2030 주린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뜨거웠다. 주식시장에 막 첫발을 내디뎠거나 관심은 있지만 머뭇거리던 초보자들의 솔직한 질문이 쏟아졌다. 검색창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사소한 궁금증부터 혼자 속앓이하던 현실적인 고민까지.
변동성 장세에 방향을 잃은 젊은 투자자들을 위해 증권·자산운용 업계 베테랑 전문가와 주식으로 자산을 불린 실전 투자자가 따뜻하면서도 명쾌한 조언을 보내왔다.
Q1. 변동성 장에 짧게 방망이를 잡고 치면 손실을 다시 만회할 수 있을까요.
박기웅 브이아이자산운용 CIO :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 제가 운용하던 펀드가 전체 마켓셰어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출발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다 2013년 5월 이른바 ‘버냉키 텐트럼(버냉키 발작)’이 찾아왔습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미친 듯이 요동치던 때였지요. 저희는 자체 개발한 전략으로 역진 시장에서 놀라운 수익을 냈습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지요. ‘이참에 격차를 더 벌리고 싶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반등에 걸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단 보름 만에 엄청난 손실을 보고 6월 말 기계적 손절이 나가며 완전히 깨졌습니다. 너무 괴로워 길거리를 정처 없이 헤맸습니다.
7월 한 달간 10페이지짜리 반성문을 썼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엄격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최소 3개월은 매매를 전면 중단한다.’ 마음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는 절대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두 달간은 위험을 제어할 시스템을 다시 짰고 10월부터는 떠나려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연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용기를 잃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판단과 경험까지 다 잃는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업그레이드한 시스템을 믿고 2014년부터 다시 투자를 재개했습니다. 이후 펀드는 뛰어난 성과를 내며 소문이 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개인투자자분들이 지금 얼마나 조급할지 잘 압니다. 변동성 장세에서 하루에도 50%씩 날아가는 레버리지 펀드, 제정신으로 투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급함에 단타로 만회하려다가는 상처만 깊어집니다. 지금은 주식 앱을 닫으셔야 합니다. 레버리지를 반으로 줄이고 최소 한 달에서 석 달은 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복기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마음과 원칙을 정비한 뒤에야 비로소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Q2.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사기에 안정적인 종목이나 분야를 추천해 주세요.
임인홍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 저자 : 주식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투자의 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노후 자금 마련이 목적이라면 단기 수익을 노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길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는 ‘저평가 우량주 장기투자’를 추천합니다.
“어떤 기업이 저평가 우량주일까?” 우리 주변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자주 이용하는 은행, 증권사, 자동차, 화장품 등 우리의 일상에는 훌륭한 상장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뉴스와 재무 정보를 찾아보고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성장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투자 공부의 가장 자연스러운 출발점입니다.
누구나 빠르게 큰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공부에 지름길이 없듯 투자에도 지름길은 없습니다. 급등주나 레버리지 같은 쉬워 보이는 길을 지름길이라 믿고 들어서는 순간 길을 잃게 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만회하려는 욕심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더 큰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첫 투자 경험을 올바른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 역시 첫 4년간 우연히 시작한 장기투자에서 작은 성공을 거두었고 그 긍정적인 경험이 평생의 올바른 투자 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
투자는 남과 수익률을 겨루는 경주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타인의 일시적인 성공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식은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대신해 일해줄 기업의 ‘지분을 사 모으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평가 우량주 장기투자의 핵심입니다. 시장의 변동에 흔들리지 말고 좋은 기업의 주식을 꾸준히 모아가시길 바랍니다. 근로소득이든 배당소득이든 들어오는 모든 소득을 활용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꾸준히 수량을 늘려가면 됩니다. 그렇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평생 함께할 우량한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가십시오.
Q3. 소액 투자자도 분할 매수가 좋은가요.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 : 100만~200만원의 소액을 바로 투입하기보다는 먼저 적금 등을 통해 1000만원, 5000만원 등 본인만의 목표 종잣돈을 마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투자 목적과 기간에 따라 자산을 배분해야 합니다. 20~30대가 장기적인 노후 준비를 목적으로 한다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고 은퇴가 가까운 50대라면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투자를 시작할 때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한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지수형 ETF 등을 활용해 여러 기업에 분산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목돈이 이미 마련돼 있고 장기 투자할 수 있다면 일시투자의 기대수익이 일반적으로 높지만 시장 변동성이 부담스럽거나 투자 경험이 적다면 일정 기간 나눠 투자하는 것이 매수 시점의 위험과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투자 원칙의 좋은 예로 스웨덴의 공적연금인 ‘AP7’을 들 수 있습니다. AP7의 기본형 상품은 가입자가 55세가 될 때까지 자산의 100%를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합니다. 투자 기간이 넉넉한 젊은 시기에는 단기 변동성을 견디며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그러다 은퇴가 가까워지는 56세부터는 매년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려 75세에는 주식 33%, 채권 67%의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합니다.
개인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30 청년층은 종잣돈을 모아가며 분산된 주식형 자산 비중을 높이고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연령 그 자체보다 자금을 사용할 때까지 남은 기간에 맞춰 위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Q4. 증권사가 발표하는 ‘목표주가’는 어떤 의미인가요.
김세환 KB증권 애널리스트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목표주가의 ‘숫자 자체’보다 그 뒤에 숨은 ‘논리’를 읽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어떻게 산출할까요. 대개 두 개를 곱합니다. 하나는 “이 회사가 앞으로 1년간 얼마 벌 것 같다”는 이익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이 그 이익에 몇 배를 쳐줄 것 같다”는 배수입니다. 주당 이익이 1만원으로 예상되고 시장이 보통 이런 회사에 20배를 준다 싶으면 목표주가는 20만원이 됩니다. 결국 이익 전망과 배수, 이 두 개의 가정 위에 서 있는 조건부 결과 값이 목표주가입니다.
그래서 “오르면 올리고 내리면 내린다”는 게 사실 자연스러운 겁니다.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면 이익 전망을 올려야 하고 업황 기대가 좋아지면 시장이 주는 배수도 올라갑니다. 애널리스트가 주가를 게으르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새 정보 (실적, 가이던스, 업황)를 모델에 다시 넣으면 결과가 바뀌는 겁니다. 다만 솔직히 인정할 부분도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도 컨센서스에서 너무 튀기는 부담스럽고 새 정보가 확인된 뒤에야 숫자를 고치다 보니 목표주가가 주가에 살짝 뒤따라가는 관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초보자라면 목표주가라는 숫자 한 개에 꽂히지 말고 이렇게 보세요. 이 세 가지가 숫자 자체보다 훨씬 많은 걸 알려줍니다.
1. 상승 여력: 현재 주가와 목표주가 사이에 여유가 얼마나 남았는가.
2. 근거: 이 목표주가가 ‘이익 성장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배수가 오른 것인가’.
3. 방향: 최근 목표주가를 올렸는가 내렸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목표주가는 정답지가 아니라 애널리스트의 판단을 압축한 요약본입니다. 리포트를 펼치면 숫자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본문을 통해 “이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를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판단의 흐름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Q5.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산배분 관점의 위험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요.
백상훈 브이아이자산운용 멀티전략운용본부장 :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에 들어올 때 “이 주식으로 얼마나 벌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접근해야 합니다. “내가 맞이할 최악의 순간에 과연 얼마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사전에 정의해야 합니다.
이 손실 한도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자산을 나누어 배분한 뒤 원칙에 따라 리밸런싱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음을 기약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대박을 노리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위험한 시장에서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는 유일한 길입니다.
Q6. 최근의 시장 폭락이 특정 세력의 공세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 개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조병문 메디치투자일임 대표 : 자본시장은 자선을 베푸는 곳이 아닙니다.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곳입니다. 롱포지션과 숏포지션은 가장 흔한 헤지펀드 전략입니다. 국내 투자자가 아직 숏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죠. 헤지펀드의 위험 자산에 대한 연구와 경력, 여러 스타일의 구사를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투자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저만의 투자 루틴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투자 기업의 분기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암기할 정도로 숙지합니다. 둘째, 핵심 지표 파악하기. 가장 중요합니다. 셋째, 매일 위 핵심 지표와 수급을 업데이트합니다. 대표적인 핵심 지표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D램 가격 등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데이터는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구독할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께 “평가이익이 내 돈 아니듯이 평가손도 내 몫은 아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서둘러 매도에 동참하지 않길 조언드립니다.
Q7. 수익을 지키는 매도 전략은 무엇인가요.
조윤남 CORE16 대표 : 많은 투자자가 매도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최고점에서 팔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팔고 나서 주가가 더 오를 때 느낄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한번에 다 파는 것이 아니라 ‘비중을 조절하는 파도타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주가가 올라 충분한 수익이 났다면 20~30%, 혹은 절반 정도 비중을 줄여 수익을 확정 짓고 향후 조정을 받을 때 다시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6개월 이상 길게 바라보는 우량주라면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기보다 보유 주식 수를 유연하게 조절해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도체처럼 사이클이 짧은 산업은 기업의 이익 전망치(EPS)와 주가가 매우 밀접하게 움직입니다.
매수 타이밍: 시장이 절망에 빠지고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이 줄줄이 깎여 나갈 때가 오히려 바닥이자 매수 구간입니다.
매도 타이밍: 실적이 본격 개선되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슈퍼사이클’을 외치며 이익 전망이 공격적으로 상향될 때가 바로 비중을 줄여야 할 때입니다.
시장이 과열될 때 남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역투자 전략(Contrarian Strategy)’과 ‘과하면 줄인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킬 때 비로소 내 수익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습니다.
Q8.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페이스북 발췌) : 최근 주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폭락장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1. 계좌를 끊임없이 들여다보지 마세요.
자주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시켜 일상을 망칩니다. 2~3일에 딱 한 번, 장이 마감된 오후 4시 이후에만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2. ‘그때 팔걸’이라는 무의미한 자책을 멈추세요.
지금의 손실은 여러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가진 거대한 변동성의 과정일 뿐입니다. 과거에 매여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현실과 본업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3. 추가 매수(물타기)는 최소 24시간 뒤에 결정하세요.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 내린 충동적인 결정은 대부분 후회로 남습니다. 어떤 매매 결정이든 최소 하루 동안 숙고한 뒤 진행하세요.
4. 수면 시간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세요.
낮의 손실을 밤사이 미국 시장에서 만회하려 잠을 줄이면 일상과 판단력이 모두 무너집니다. 올바른 투자 판단을 내리기 위한 첫걸음은 충분한 수면입니다.
5. 주식 단톡방과 커뮤니티에서 잠시 떠나세요.
최소 2주 동안은 소셜미디어를 멀리하고 일상의 루틴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세요. 주식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지인과도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마음건강에 이롭습니다.
한 달만 잘 견뎌내시면 지금의 우울함과 절망을 헤쳐 나갈 방법이 반드시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