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며 일본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영국 유명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빅맥 지수(Big Mac Index)’를 본뜬 신개념 환율 지표 ‘카츠카레 지수(Katsu Curry Index)’가 등장해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 뉴욕멜론은행의 제프리 유 수석 전략가는 세계 최대 카레라이스 전문 체인 ‘코코이찌방야’의 각국 매장 가격을 비교·산출한 ‘카츠카레 지수’를 공개했다. 이 지수는 구매력평가(PPP) 이론을 바탕으로 각국에서 똑같은 카츠카레 한 그릇을 사 먹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 통화의 적정 환율을 추정하는 대안 지수다.
카츠카레 지수가 도출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력을 반영한 적정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62.18엔으로 계산됐다. 해당 지수 발표 당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던 실제 달러·엔 환율이 159.23엔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는 엔화 가치는 실질 구매력 대비 60% 이상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빅맥 지수가 제시한 적정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80.30엔 수준이었다. 서양식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보다 일본인들에게 훨씬 친숙하고 보편적인 일상식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엔화 약세로 인한 구매력 손실이 한층 더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제프리 유 전략가는 “일본의 목표가 고소득 국가 수준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카츠카레 지수는 현재 엔화 가치가 마땅히 있어야 할 수준보다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최근 엔화는 미국과의 가파른 금리 격차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 기록적인 약세를 지속해 왔다. 엔·달러 환율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미·일 외환 당국은 15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동 시장개입에 나서며 과열 식히기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현지에서는 해외여행과 수입품 구매 부담이 극심해진 것은 물론 원자재 및 식음료 수입 단가 상승으로 생필품과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체감 물가 지수'의 급등이 향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제프리 유 전략가는 “일본 국민들이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인 카츠카레나 라멘 한 그릇 가격조차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시점에 도달한다면 당국에 과감한 통화정책 전환이나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정치·사회적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상적인 식음료 가격으로 통화 가치를 측정하는 시도는 외환 시장에서 오랫동안 유용한 비공식 지표로 활용되어 왔다. 스타벅스 커피 가격을 추적하는 ‘톨 라테 지수’, 빅맥 매장이 드문 아프리카 지역을 겨냥한 ‘KFC 지수’ 등이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는 지난 2009년 농심이 각국 판매 가격을 비교한 ‘신라면 지수’를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