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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수출 막던 ‘인증 장벽’, KCL 손잡고 뚫었다”

[동행취재] ‘K-수출스타 500’ 현장, 라비오를 가다

● 중소·중견 기업 지원하는 ‘K-수출스타 500’, 곳곳서 호평
● 화장품 기업 라비오, KCL 지원받아 독일 수출 나서
● 국가마다 다른 인증 기준…“시행착오 줄이도록 돕겠다”
● “중소기업 혼자였다면 막막, ‘가뭄에 단비’ 같아”


“올해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독일 시장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토너와 세럼, 크림 등의 유럽 진출을 앞두고 가장 큰 걸림돌은 까다로운 인증과 규제였다.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인력과 네트워크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K-수출스타 500’ 사업을 통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지원을 받으면서 수출의 핵심 관문을 넘을 수 있었다.”

신은숙 라비오 화장품사업부 이사는 6월 29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천영길 KCL 원장을 만나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천 원장이 K-수출스타 500 대상 기업 중간점검차 라비오를 찾아 해외 진출 현황을 점검한 날이었다. 라비오는 화장품 소재 개발 기업으로 미국 더말로지카, 프랑스 눅스, 스페인 벨라오로라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한편,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천 원장은 “유럽은 화장품 인허가와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해 중소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은데 KCL의 지원이 도움이 됐다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천영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왼쪽 두 번째)이 6월 29일 서울 금천구 라비오 본사를 방문해 ‘K-수출스타 500’ 관련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천영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왼쪽 두 번째)이 6월 29일 서울 금천구 라비오 본사를 방문해 ‘K-수출스타 500’ 관련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K-수출스타 500은 성장잠재력이 큰 중소·중견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업통상부가 올해 시작한 사업이다. 매년 100개 기업을 선정해 5년간 총 500개 기업을 ‘수출스타’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선정 기업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과 금융, 연구개발(R&D), 인증 등을 지원받는다. KCL을 비롯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등이 수출 지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올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라비오는 2024년 수출 500만 달러를 달성해 정부 표창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이다. 화장품 관련 보유 특허만 30개에 달할 정도다. 이날 라비오 본사는 국내에서 열리는 화장품 원료 전문 전시회 ‘인-코스메틱스 코리아’를 앞두고 해외 바이어 상담 준비로 분주했다. 프랑스에서 온 한 바이어가 KCL과 미팅하기 직전까지 제품 설명을 듣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라비오 관계자는 “최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인도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라비오의 독일 진출은 그간 해외시장에서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비오는 34개국에 화장품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독일의 한 유통사가 “라비오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며 자체 브랜드 유통을 제안한 것이다. 문제는 유럽의 높은 규제 장벽이다.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유럽 화장품 인증 포털(CPNP) 등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모든 과정을 단번에 통과해도 통상 3개월 이상 소요될 정도다. 마침 라비오는 K-수출스타 500 사업 덕분에 KCL의 도움으로 첫 시도임에도 5개월 만에 인증 절차를 마무리했다.

신 이사는 제품 용기를 들어 보이며 “유럽은 성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적힌 문구 하나하나까지 현지 기준에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품 성분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자료, 표시 사항과 광고 표현 등이 모두 관련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KCL은 라비오를 필요한 시험기관과 연결해 주는 것은 물론 제출 서류 등을 함께 검토하며 자문했다. 단순히 시험성적서를 발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별 법규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규제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 것이다. 신 이사는 “중소기업 혼자 준비했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을 텐데 가뭄에 단비 같았다”고 말했다.

천영길 KCL 원장(왼쪽)과 신은숙 라비오 화장품사업부 이사. 박해윤 기자 천영길 KCL 원장(왼쪽)과 신은숙 라비오 화장품사업부 이사. 박해윤 기자
이날 미팅 현장에서는 국가마다 제각각인 인증 기준에 대한 고충도 오갔다. 같은 유럽 시장으로 묶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화장품 인증 내용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라비오 관계자가 “국내 임상시험 기관에서 받은 시험성적서가 해외에서 그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천 원장은 “전자·전기 제품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화장품은 국가별 규제가 제각각이라 현지 기준에 맞춰 다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별 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것이 KCL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면담을 마친 천 원장은 곧바로 연구시설을 둘러봤다. 라비오는 효능 연구와 발효 공정, 세포배양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진의 안내를 받으며 실험실과 분석 장비를 살펴본 천 원장은 연구개발(R&D) 현황과 장비 운영 상황도 꼼꼼히 확인했다. 자체 분석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기업 규모에 비해 R&D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며 “그럼에도 추가로 필요한 시험 있다면 KCL에 적극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KCL 측은 국가별 인증 절차와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 사항,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취득 과정 등을 잇달아 물으며 기업이 수출 과정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확인했다. 천 원장은 라비오가 협업 중인 해외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향후 수출 전략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라비오 측이 독일을 시작으로 자체 브랜드 화장품의 유럽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자, 천 원장은 “소재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제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도 도전해볼 만하다”며 “KCL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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