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범행’으로 476억원 부당이익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경찰청에서 사이버수사과 이숙영 경정이 도박사이트 회원 모집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불법 콘텐츠를 유포한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내 최대 규모의 성착취물 불법 유포 사이트 '야동코리아' 등을 만들고, 이를 미끼로 도박사이트 18개를 홍보해 4조7억원 도박판을 벌이고 약 476억원을 챙긴 운영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19년 8월부터 올해 8월 초까지 7년 가량 여러 개의 도박사이트와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 등을 운영한 A(40)씨와 B(36)씨 등 2명을 구속해 11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또 해외에 있는 총책과 관리책을 비롯해 공범 10여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은 필리핀 파사이시티 등을 거점으로 두고 불법 음란물 사이트 2개, 도박사이트 18개, 총판 587개를 관리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등을 유포하는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도박사이트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도박사이트 회원을 유치했다. 불법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 2곳에 게시된 영상은 11만6천여개였으며, 가입 계정은 285만여개, 게시물 누적 조회수는 53억5천359만여회로 집계됐다.
이들 조직이 5년간 도박사이트에서 관리한 총 베팅금은 약 4조7천억원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충전금에서 출금한 금액을 제외하고도 476억원 상당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숙영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3대장은 "광고 수익을 제외하고 도박사이트 운영 관련 부당이익만 집계한 것으로, 총책을 검거하면 부당 이익금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는 보통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냈으나, 이번 수사를 통해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며 유기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범행 양상이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도박사이트 솔루션(홈페이지 구축, 서버 관리 등을 일괄 제공하는 사업)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성착취물 사이트와 도박사이트 파트를 나눠 운영하는 등 기업에 가까운 형태로 조직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불법 성착취물·도박사이트 중 10개를 접속차단 및 복구 불가 상태로 폐쇄했고 나머지도 조치 중이다.
여성의당과 디지털 성범죄 근절단체 '리셋(ReSET)', 이경하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불법 성착취물 사이트 '야동코리아' 운영자를 공동 고발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손상민 사진기자수사는 지난해 11월 여성의당·리셋(ReSET)·이경하법률사무소가 '야동코리아' 운영자를 공동 고발한 것 등을 계기로 시작됐다. 경찰은 성착취물 사이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도박 사이트와의 연관성을 포착했고, 서버가 해외에 분산돼 있는 점을 감안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유로폴 등과 국제공조에 나서 A씨와 B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필리핀에 머물던 A씨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로 지정된 뒤 국내 입국을 시도했다가, 지난 2일 인천공항 항공기 안에서 붙잡혔다. B씨 역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국내 주거지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범죄수익금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국세청에 과세자료를 통보하는 등 환수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성평등가족부 등은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조성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계장은 "축적된 사이트 추적 기법 등과 해외 수사기관 및 호스팅 업체,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통해 불법 사이트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