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 우크라이나 수미의 한 쇼핑센터가 드론 공격을 받은 가운데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 제공■ 어느 쪽이 이기고 있나
러시아는 병력과 포탄, 미사일과 장거리 공격 드론 등 재래식 화력과 물량에서 명백한 우위다. 그러나 CSIS(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2026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하루 진격 속도는 50~90m에 그친다. 이 보고서는 올해 4~5월 러시아군의 통제 지역이 약 400㎢ 순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군을 국경 밖으로 몰아낼 만한 대규모 반격 작전을 펼치지는 못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4월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보다 큰 곤경에 처했다고 전한다. 신규 병력 충원이 어려운 데다 미국의 지원마저 줄었다. 러시아의 도시 공격 차단에 필요한 방공 요격 미사일도 부족하다. 이 연구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2026년 내내 전쟁 수행 능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어느 한쪽이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진단한다.
CSIS는 2022년 2월 전면전 발발 이후 양측 군인의 사망·부상·실종을 합친 인명 손실이 약 200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140만여 명이며, 그중 사망자는 40만~45만명으로 추정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러시아)이 치른 모든 전쟁의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9배 이상 많은 수치다.
■ 전선을 멈춰 세운 ‘킬존’
두 나라 군대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남부와 동부를 잇는 전선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맞닿아 있는 ‘접촉선’의 앞뒤 수십㎞를 ‘킬존(Kill Zone, 죽음의 구역)’이라고 부른다(〈그림〉 참조).
〈로이터〉는 7월23일 기사에서 킬존의 폭이 일부 지역에서는 접촉선을 중심으로 양쪽 약 15㎞씩, 모두 30㎞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구역에서는 양측의 정찰·공격 드론이 끊임없이 접촉선을 넘나들며 병력과 차량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표적이 포착되면 드론은 직접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목표물로 돌진해 자폭한다. 드론은 단 한 명의 보병도 놓아주지 않는다.
드론 조종팀은 킬존 안팎의 은폐 진지에 배치된다. 이들은 소형 드론이 보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표적을 추적한다. 양측은 전파방해 장비로 상대 드론의 통신을 끊으려 한다. 이를 피하려 조종 장비를 수십㎞ 길이의 광섬유 케이블로 드론과 연결하기도 한다. 연날리기와 비슷하다.
현대 기동전의 전형적인 공격 방식은 적의 약한 지점에 포병 화력을 집중한 뒤 전차와 장갑차, 보병, 공병을 투입해 방어선을 돌파하고 그 틈으로 후속 부대를 진입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드론이 전장을 상시 감시하게 되면서 대규모 병력과 차량을 은밀하게 집결시키기가 어려워졌다. 수천 달러짜리 드론으로 수백만 달러 가치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 〈로이터〉는 이 같은 양상을 “드론이 지배하는 최초의 대규모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드론의 등장 이후 소대나 중대 단위 보병이 장갑차와 포병의 엄호 아래 적진으로 진격하는 전통적인 공격 형태는 설 자리를 잃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측 병사들은 접촉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흩어진 소형 지하 진지나 개인호에 두세 명씩 몇 달간 숨어 버텨낸다.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는 개인호에서 300일 넘게 지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장소에서 FP-1 장거리 타격 드론이 전투 임무를 위해 이륙하고 있다. ©REUTERS병사들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적의 움직임을 발견하면 드론 조종팀이나 포병부대에 좌표를 전달해 원거리에서 타격하도록 한다. 또 안개나 비로 드론 운용이 어려워진 시간을 골라 적의 소형 진지로 침투한다. 2~3명이 진지 점령에 성공하면 다른 몇 명의 병사가 따라붙는다. 킬존에서 가능한 ‘진격’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전선의 교착은 당연한 일이다. 통제 지역을 넓히는 작전이 전통적 공격보다 훨씬 위험하고 어렵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병력과 재래식 화력에서 열세지만 지난 1년 동안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 2026년 상반기 전황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남동부(자포리자), 동부(도네츠크주의 중심지), 북부(하르키우) 등 전선에서 침투 작전을 벌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대한 원거리 공격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산업 인프라와 시민들의 전쟁 의지를 약화하기 위한 전술이다.
7월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는 7월 초 일주일 사이 세 차례나 장거리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오데사, 드니프로 등의 산업·항만·에너지 시설도 같은 방법으로 타격했다. 우선 값싼 드론을 대량으로 날려 우크라이나 요격 미사일을 소진시킨다. 그다음에 순항미사일(저공비행)과 탄도미사일(높은 고도로 상승한 뒤 낙하)을 섞어 발사하면서 우크라이나 요격팀을 혼돈에 빠뜨린다. 우크라이나 측은 다수의 드론에 요격 수단을 거의 사용한 다음 단계로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의 2026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한 달 동안 최소 293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1990명이 다쳤다. 월간 민간인 사상자 수로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치다.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1396명 숨지고 7978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5년 같은 기간보다 피해 규모가 37% 늘었다.
7월5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민간 주거용 건물이 러시아의 활공폭탄 공격을 받은 현장. ©EPA우크라이나 측은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로 러시아 내륙을 타격하는 ‘공중차단(Air Interdiction)’ 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CSIS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격의 표적은 러시아 본토의 정유소와 연료 저장소, 미사일·드론 생산시설, 철도와 탄약고 등이다. 러시아에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교량·철도·항만 및 흑해의 선박도 표적이다. 러시아의 병력·탄약·연료와 장비가 전선에 도착하기 전에 파괴해 전투 지속능력을 약화시키는 ‘보급망 끊기’다. 4월27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026년 4월 러시아 내륙 도시 야로슬라블의 대형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피해 규모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장거리 드론으로 전쟁의 무대를 러시아 내륙까지 확대하는 추세인 점은 분명하다.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잭 왓링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의 2월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돕기는커녕 곤경으로 밀어 넣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러시아가 일부를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공업지대)에서 완전히 손 떼고 나면 이 나라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중재 조건을 내걸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핵심 요충지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군사적으로 훨씬 취약한 지형에서 러시아와 대치하게 된다.
트럼프의 약속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국가방위전략(NDS)’에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유럽 동맹국이 주된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유럽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트럼프는 행동으로도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엔 미국 정부가 무기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물자 지원을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예정된 물자 인도마저 번번이 중단했다. 이렇게 되자 유럽과 캐나다가 요격미사일 등 미국산 무기를 ‘매입’해서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겠다고 나섰다. 트럼프는 이 돈에까지 욕심을 냈다. 5월12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위해 낸 자금 가운데 7억5000만 달러를 미군의 무기 재고 보충에 전용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우크라이나에 무상으로 넘긴 무기로 인한 손실을 ‘유럽의 돈’으로 벌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보장 약속을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왓링은 트럼프 행정부가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한다.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등 기초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을 쥐고 있는 국가다. 러시아산 원자재를 시장에 복귀시키는 것만으로도 트럼프에겐 ‘인플레를 꺾고 경제를 살렸다’고 뽐낼 소재가 생긴다. 왓링은 트럼프의 무리한 휴전 밀어붙이기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대륙 전체를 심각한 위험에 노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유럽에 우크라이나가 중요한 이유
지난 7월 초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7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장비·지원·훈련을 제공하고, 내년에도 최소한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2026~2027년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 규모의 지원 대출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미 집행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유럽은 러시아의 서진(西進)을 차단하는 데 점점 더 필사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월8일,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Photo범유럽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는 지난 6월 ‘유럽 방위를 다시 유럽의 손으로(Making Defence European Again)’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정책 제안서를 냈다. ECFR은 ‘미국이 동맹(나토)에 남아 유럽에 7만5000여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유럽 방위에 대한 정치적 이행 의지는 불확실한’ 현 상황을 “슈뢰딩거의 나토”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나토의 지휘체계 개편, 방위산업 재편·강화, 미국의 핵우산 약화에 대비한 유럽의 핵 억지 체계 구축, 위기 대응 등에 관한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목표는 유럽의 독립적 방위력 강화다.
주로 어떤 세력에 대비한 방위력일까? 러시아다. ECFR은 러시아를 팽창주의·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짜인 국제질서를 뒤집기(수정주의) 위해 군사력까지 동원해 자국 영토와 세력권의 확장(팽창주의)에 나서는 ‘위험 국가’란 의미다. 보고서의 진단을 한층 더 밀어붙이면,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의 합병을 넘어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외교·안보 자율성을 제약해 다시 자국의 세력권으로 편입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국가들을 사실상 ‘제한적 주권국가’로 만들려는 시도인 셈이다. ‘제한적 주권국가’란 외교·안보 등 핵심 국가정책을 다른 강대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결정해야 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예컨대 우크라이나가 붕괴하면, 러시아군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 국경에 바짝 접근하게 된다. 러시아에 유리한 휴·종전의 경우, 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벨라루스와 맞닿은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에 대한 군사·정치적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발트 3국은 발트해 너머 스웨덴·핀란드를 마주 보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변동은 지난 70여 년 동안 유지된 유럽의 안보 동맹을 해체할 수 있는 러시아의 정치적 무기가 된다. 러시아가 동유럽 국경이나 발트해에 제한적 도발을 가한다고 치자. 위협을 직접 체감하는 폴란드, 라트비아와 러시아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서유럽 회원국(프랑스 등) 간에 심각한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폴란드 등이 나토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데 프랑스가 확전을 우려해 주저하면, 나토 제5조(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는 한낱 종잇조각으로 전락한다. 나토의 균열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는 방파제였다. 우크라이나가 붕괴하거나 러시아 세력권 내 ‘제한적 주권국가’로 전락하는 사태는 유럽의 오래된 악몽이다. 우크라이나는 윤리적 연대와 지원의 대상일 뿐 아니라 유럽 자체의 안보가 걸린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2025년 3월 EU 집행위원회가 낸 〈유럽 방위 백서 2030〉은 이렇게 다짐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내버려두면, 영토적 야망을 그 너머로 확대할 수 있다. 유럽은 늦어도 2030년까지는 대규모 무력 충돌을 억제할 태세를 완비해야 한다.”
■ 북한은 러시아를 어떻게 지원했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북한은 수백만 발 규모로 추정되는 포탄과 방사포탄, 탄도미사일, 병력을 제공하며 러시아를 지원했다. 자유유럽방송이 2023년 10월17일 인용·보도한 RUSI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같은 해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의 항구 사이를 러시아 선박들이 반복적으로 오갔다. 또한 컨테이너 수백 개가 러시아 서부의 탄약 시설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2024년 가을부터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병력을 파견했다. 파병 규모는 약 1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은 참전 초기, 익숙하지 않은 드론전에서 큰 피해를 봤으나 이후 빠르게 맞춤형 전술을 개발해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2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군 3만명 추가 파병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인 러시아 보로네시에 북한군 수용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7월28일 현재까지 이 주장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 북한은 무엇을 얻었고 얻을 것인가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 병력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자금·식량·연료는 물론 외교적 보호까지 얻어냈다. 2024년 6월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은 북한군 파병을 ‘상호방위 의무’의 이행으로 정당화하는 합법적 근거로 작동한다. 북한군을 러시아에 ‘판매’된 용병이 아니라 동맹국을 돕는 군대로 포장하는 정치적·법적 틀이다. 4월27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의 군사협력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기반 위에서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양국 간 무기 및 병력의 거래가 전쟁 이후까지 지속될 장기적 군사협력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얻은 더 큰 수익은 현대전의 실전 경험과 군사기술일 수 있다. 북한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드론과 포병, 보병을 결합한 현대전의 전술을 체험했다. 북한 전문 분석 매체 〈38노스〉는 4월2일 북한군이 드론 등 다양한 ‘무인 항공체계’를 접하면서 새로운 작전·전술적 노하우를 습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찰 드론으로 표적을 찾아 포병에 좌표를 보내고, 공격 결과를 확인한 뒤 재차 타격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정찰병과 포병 관측반, 지휘소가 나눠 맡았던 과정을 드론이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연결해준다.
5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북한군. Ⓒ조선중앙통신북한은 오랫동안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저렴한 수단으로 뒤집는 ‘비대칭 전력’ 강화에 주력했다. 한·미 연합군의 고성능 전투기, 정찰위성, 정밀유도무기에 북한의 노후한 재래식 전력만으로 맞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값싼 정찰·공격 드론을 대량생산해 휴전선 부근의 장사정포 및 방사포 체계와 결합하면 한·미 방공망과 지휘 체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드론으로 한국의 방공망을 교란하며 표적 정보를 확보한 뒤 포탄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법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사용해온 공격 방식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동북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존 헤밍스 RUSI 선임 연구원은 웹사이트 기고문(4월9일)에서, 북한이 쿠르스크에서 확보한 전투 영상과 경험을 훈련 과정에 편입하는 한편 전투 교범도 다시 작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대급 병력의 대규모 기동보다 소규모 화력조를 운용하고, 이를 드론과 포병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어느 수준의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헤밍스는 최신 공작기계와 무인기 생산기술, 전자전 장비 등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이 ‘방현비행장(평안북도 소재) 일대를 대형 무인기의 생산·운용 거점으로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반 드론의 연구와 생산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북한군은 불과 2년 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실제 전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과 미군도 비무장지대에서의 작전계획을 그에 맞춰 조정하기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참전을 한반도의 미래 전쟁에 대비하는 거대한 훈련장으로 활용한 셈이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은 가능한가
대다수 분석가들은 가까운 시기에 협상이 재개될 수 있으나 완전한 평화협정보다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는 ‘무장 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 양국 모두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일 유인이 크지 않다.
잭 왓링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서방 지원이 소진돼 자국의 협상력이 강화된다고 본다. 전장에서 조금씩이라도 전진하고 전쟁 비용도 감당할 수 있다면 양보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러시아 지도부는 전쟁을 2027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신뢰할 만한 안전보장 없이 휴전하면 러시아가 병력과 무기를 보충한 뒤 다시 공격해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체제 아래에선 신뢰할 만한 안전보장 수단도 없다. 더욱이 러시아가 이미 병합을 선언한 돈바스 지역에서도 교전이 한창인 만큼 젤렌스키 정부에는 물러날 대의명분이 없다.
한반도에도 여러 갈래의 파장이 예상된다. 첫째,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학습’에 따른 위협 강화다. 한국은 천궁, 패트리엇 등 초고가의 요격미사일로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시엔 한 대 수백만 원짜리인 북한산 저가 드론들이 수십억 원대 요격미사일을 바닥내는 상황을 유도할 수 있다. 북한이 드론으로 방공망을 압박하면서 포병·미사일 공격을 결합하고, 그 뒤에선 핵무기로 확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유럽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동맹국이 재래식 방어의 주된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도 북한의 재래식 공격에 대비한 더 큰 군사·재정적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의 임무 역시 한반도 방어에서 ‘중국 억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광역 작전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지역에 제한된 사건’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진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 변화, 유럽의 재무장, 북·러 군사협력, 실전 경험에 기반한 북한군의 전술 재편 등이 서로 맞물려 한반도의 군사적 환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시작된 변화가 나비효과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규정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