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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증조부 '친일파' 논란에 역사학자 제동…"친일파 단정 위험"

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 활동했지만 친일인명사전엔 미등재
역사학자 심용환 "명확한 부역 행위 밝혀지지 않아"
배우 하영. photo 뉴스1 배우 하영. photo 뉴스1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이완용이 고문을 맡았던 친일 단체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심용환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특정 단체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심 소장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갑자기 어떤 여배우의 증조부 문제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더불어 역사학계가 그의 증조부가 '친일 맞음'이라고 규정했다는 기사까지 떴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고종의 주치의였다는 사실과 함께 거론된 고종 독살설에 대해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풍문에 불과했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간주된다"며 "냉정히 말해 10년간 일본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던 고종을 갑자기 일본이 독살할 이유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에 대해서는 "그가 당시 엘리트였고 대정실업친목회 등 친일파들이 많이 참여했던 단체에 소속된 것, 일본의 시정 홍보에 집안이 사용된 점 등에서 만년에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특정 단체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대정실업친목회는 조선인 상류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친일 성향 단체로, 이완용이 고문을 맡았다.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는 이 단체에서 평의원으로 활동했다.

심 소장이 언급한 '친일 부역 행위'는 단순히 일제강점기 친일 성향 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한 것보다 적극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일제의 식민통치나 침략전쟁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일본의 이익에 기여하고 민족 공동체에 피해를 끼친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는 취지다.

심 소장은 "누군가를 쉽게 '친일파'라고 단정해버리면 과거사에 있었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친일파가 될 것"이라며 "결국 친일 부역의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비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그 기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후손에게 선대의 행적을 어디까지 연결해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 소장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를 '후손'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 보다 명쾌한 기준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며 "어디까지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고 그로 인해 어떤 권리와 책무를 누려야 되는지에 대해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밝혔다.

당시 하영은 "증조할아버지께서 당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다고 한다"며 "고종 황제를 진료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영은 방송에서 증조부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방송 이후 그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로 활동했던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하영의 소속사는 "의도치 않게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배우 본인은 마음이 매우 무거운 상황"이라며 "하영 역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사과 이후에도 여파는 계속됐다. 문제가 된 '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분은 비공개 처리됐고, 하영이 출연한 광고와 유튜브 영상 등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모처에서 예정됐던 하영 출연 드라마 '이런 엿같은 사랑' 홍보 인터뷰도 취소됐다.

다만 안상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2001년 편찬 작업을 시작해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사전 편찬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행적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반민족행위 여부 등을 심사해 수록 대상을 선정했다. 안상호가 사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친일 행적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전 편찬 당시 수록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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