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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가 말라붙었다"…'극한 가뭄' 덮친 경남, 국가소방동원령

경남 17개 시군 가뭄 단계 진입·농작물 피해 1845㏊
전국 소방차 200대·대원 400명 긴급 투입
경남 밀양에 폭염·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1일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와지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있다. photo 뉴스1 경남 밀양에 폭염·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1일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와지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있다. photo 뉴스1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경남 지역의 농업용 저수지가 빠르게 말라붙고 있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17곳이 농업용수 가뭄 단계에 진입했고, 전국에서 가뭄 단계가 가장 높은 '심각' 지역 3곳도 모두 경남에 몰렸다. 농작물 피해 면적이 1800㏊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결국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전국의 소방차와 소방대원을 경남에 투입하기로 했다.

11일 ADMS 농업가뭄관리시스템 자료를 보면 경남 밀양시의 농업용 저수율은 25.7%로 평년 74.7%의 34.4% 수준까지 떨어졌다. 평년의 3분의 1가량만 남은 셈이다.

거제시도 저수율이 29.7%로 평년(79.8%)의 37.2%, 함안군은 26.0%로 평년(66.9%)의 38.8%에 그쳤다. 농업용수 가뭄 단계는 평년 대비 저수율에 따라 '관심'(70% 이하), '주의'(60% 이하), '경계'(50% 이하), '심각'(40% 이하)으로 나뉘는데, 밀양·거제·함안은 모두 최상위인 '심각' 단계다. 전국에서 '심각' 단계에 들어간 지역은 이들 3곳뿐이다.

다른 경남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원시는 저수율이 27.9%로 평년의 40.3%, 의령군은 28.9%로 평년의 40.0%에 불과했다. 김해시(47.1%), 합천군(48.8%), 양산시·하동군(각 43.4%) 등도 평년 저수율의 절반 아래로 내려가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가뭄 단계에 들어가지 않은 곳은 함양군 한 곳뿐이다. 창원·진주·김해·양산·의령·창녕·하동·산청·합천 등 9곳은 '경계', 통영·사천·고성·남해·거창 등 5곳은 '주의' 단계다.

이번 가뭄은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서서히 진행되는 전통적인 가뭄과는 양상이 다르다. 올여름 남부지방에 '마른장마'가 나타난 데다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짧은 기간 수자원이 급격하게 고갈되는 이른바 '돌발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은 가뭄의 속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강한 햇볕과 높은 기온으로 저수지와 토양의 수분 증발량이 급증하는 데다 밤에도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수분 손실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던 강도의 가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존 수자원 시설로는 갈수록 강해지는 극한 가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수지 3422곳 가운데 3408곳(99.6%)은 '1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가뭄'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저수지 1만3000여 곳은 상당수가 이보다 낮은 수준의 가뭄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졌다.

11일 오전 연일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경남 남해군 이동면 인근에 위치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체 매말라 가고 있다. photo 뉴시스 11일 오전 연일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경남 남해군 이동면 인근에 위치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체 매말라 가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제는 앞으로다.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고 고온 현상까지 계속될 경우 현재 가뭄이 과거 기준으로 '2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의 강도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후변화로 과거에는 이례적이었던 극한 가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 만큼 댐과 저수지 등 수자원 인프라의 설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농작물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11일까지 도내 농경지 1845.8㏊에서 폭염·가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가장 큰 작물은 단감으로 1121㏊에 달했다. 벼가 540.4㏊, 배가 33㏊로 뒤를 이었다. 창원·진주·사천·김해·밀양·함안 등의 단감 과수원에서는 강한 햇볕으로 과일 표면이 데는 일소 피해가 발생하거나 수분 부족으로 열매가 쪼그라들고 제대로 자라지 않는 피해가 나타났다.

하동·창녕·거창·합천 등의 논에서는 물 부족으로 벼 잎이 말랐고, 일부 간척지에서는 염해까지 발생해 벼가 고사했다. 배 과수원에서는 과육이 물러지거나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 피해가 나타났다. 콩 28㏊, 고추 15㏊ 등 밭작물에서도 잎마름 피해가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전국의 소방력을 경남에 투입하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했다.

소방청은 11일 오후 8시를 기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다른 시도 소방본부의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대원 400명 등을 경남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13일까지 농업·생활용수 급수 지원에 나선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특정 시도의 소방력만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의 소방력 동원이 필요할 때 발령된다. 이번 조치는 폭염과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력을 총동원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경남도와 한국농어촌공사도 낙동강 물을 저수지로 끌어오거나 하천수와 지하수를 논밭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 산불진화차량과 소방차까지 농업용수 비상 급수에 투입하고, 하천 수위가 낮아 물을 끌어오기 어려운 곳에서는 하천 바닥을 굴착해 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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