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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잡았다며 분양가 올렸는데… '쿵쿵 소리' 왜 끊이지 않나 [층간소음 미제⑤]

더스쿠프 월간탐구생활
층간소음 공포와 미제 5편
성능인정제 이미 효과 없다 결론
하지만 정부는 성능인정제 유지
아파트 분양가 인상 근거로 활용
제도 오작동에 입주민만 뒤통수
정부 성능인정제 유지 이유 의문 
유명무실한 성능인정제에 근거해 시공사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명무실한 성능인정제에 근거해 시공사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층간소음을 해소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아파트를 문제없이 잘 짓는 거다. '아파트 시공'을 규제하는 정책이 존재하는 건 그래서다. 일례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바닥충격음 성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주택법'은 시공사가 아파트 사용 승인을 받기 전에 바닥충격음 성능을 측정해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사용 승인권자(정부·지방자치단체)가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물론 규제책만 있는 건 아니다. 규정을 잘 지키는 건설사엔 혜택도 준다.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에 따르면, 바닥충격음 성능등급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지상층 건축비의 1.0~2.0%를 분양가에 더할 수 있다. 콘크리트 슬래브(바닥) 두께가 일정 기준치 이상이어도 지상층건축비의 0.5~1.0%를 분양가에 반영하는 게 가능하다. 

#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규제 시스템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규제 시스템은 엉망인데, 건설사만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닐까. 건설사에 혜택을 주는 근거인 '성능인정제'는 믿을 만한가. 만약 정부가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입주민은 뒤통수만 맞는 셈이다. 층간소음은 해소되지 않았는데, 분양가만 올라간 꼴이어서다.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5편에선 이 문제를 짚어봤다. 

☞ 월간탐구생활_층간소음 공포와 未濟
1편 층간소음은 왜 사라지지 않는 소음 됐나
2편 소음인데 소음 아니란 '층간소음' 기준들
3편 층간소음 못 막는 제도 누가 만들었나
4편 복잡한 두 기준에 매몰된 층간소음 
5편 층간소음 잡았다면서 분양가도 올렸는데…
성능인정제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국민이 아니라 건설사들을 위한 제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성능인정제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국민이 아니라 건설사들을 위한 제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는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3편과 4편에서 국토교통부가 층간소음을 막겠다며 2005년에 도입한 '성능인정제(사전인정제)'의 한계를 짚었다. 내용을 간단하게 복기하면 이렇다. "성능인정제는 시험실에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인정받은 바닥구조'만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 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성능인정제가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도 시행했다." 이와 함께 성능인정제의 예외 규정인 '표준바닥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물론 뒤늦게 제도의 한계를 인정한 국토부는 2022년 8월 사후확인제를 도입했다. 사후확인제는 완성 단계인 공동주택의 2%를 무작위로 골라 직접 바닥충격음 성능을 측정하고, 측정치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사용 승인권자(정부·지방자치단체)가 시공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하도록 한 제도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성능인정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자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실효성 논란을 벗지는 못했다. 예컨대 성능측정 표본에 포함되지 않은 세대에서 바닥충격음 성능이 기준치에 미달했을 경우 이를 하자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사용 승인권자의 권고만으로 건설사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그러자 정부는 2023년 12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통해 성능측정 표본 비율을 5%로 늘리고, 보완 시공 '권고'를 '의무'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답답한 건 이 계획이 3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2024년(권영진 국민의힘 의원)과 2025년(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보완 시공 의무화'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여전히 낮잠만 자고 있다. 건설사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상당수 아파트는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하고도 보완 시공조차 없이 사용 승인(준공)을 받았다(더스쿠프 670호 '이웃간 배려가 먼저? 층간소음 정책 만드는 사람들의 망상' 참조). 지난해 12월 이재명 정부도 '제5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에 '보완 시공 의무화'를 담았지만, 이 또한 진척이 없다. 

문제는 사후확인제의 실효성 확보에 허점이 많고, 제도의 개선도 요원하지만 건설사들을 위한 분양가 가산 혜택은 잘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바닥충격음 차단을 통한 층간소음 저감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바닥충격음을 차단했다고 성능을 인증받은 건설사들에 혜택은 잘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게 과연 상식적인 걸까. 

■ 쟁점① 2024년 LH 사례의 함의 = 이 비상식적인 상황을 본격적으로 짚어보기 전에 사례부터 잠깐 살펴보자. 이를 먼저 봐야 분양가 가산 혜택의 불합리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2024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일원에 60㎡(약 18평) 이하의 공공아파트 1499호를 지을 계획을 잡고, 민간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당시 공모지침서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층간소음 개선을 위해 슬래브(바닥) 두께를 250㎜로 계획해야 한다. …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등급은 경량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 2등급 이상의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를 적용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착공 전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증서(성능인정제 충족 목적)'와 '법적 기준을 충족할 사후인증 달성 계획(사후확인제 충족 목적)'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이렇게만 보면 LH는 제 나름대로 층간소음을 줄일 대책을 세워 공모사업을 진행한 듯하다. 

이상한 건 '바닥 두께를 왜 250㎜로 제시했냐'는 거다. 사실 LH 측이 층간소음 개선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굳이 250㎜를 명시할 필요는 없었다. 건설업계가 LH품질시험인정센터를 통해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등급을 인정받은 바닥 두께는 대부분 210㎜였기 때문이다.[※참고: 여기서 인정을 받은 차단성능 등급이란 '4등급 이상'을 의미한다. 4등급이면 법적 최소 기준으로 경량·중량충격음은 46~49㏈(데시벨)이다. 1등급은 37㏈ 이하, 2등급은 38~41㏈다.]

LH가 공모지침서를 냈을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성능인정이 유효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는 총 125개였다. 바닥 두께가 250㎜ 이상인 차단구조는 4개에 불과했다(1개는 240㎜). 120개는 바닥 두께가 210㎜였고, 상당수는 경량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 1~2등급을 충족했다. 

쉽게 말해 애초에 성능인정 등급이 제대로 매겨졌다고 가정한다면, 바닥 두께를 210㎜로 제시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LH가 바닥 두께를 250㎜로 제시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LH가 자사의 직속 부속기관인 LH품질시험인정센터의 성능인정 등급조차 '완전히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다. LH는 시험실과 현장의 성능 편차를 고려해 바닥 두께를 250㎜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 쟁점② 성능인정제에 기반한 분양가 가산 혜택 = 건설사들을 위한 분양가 가산 혜택의 불합리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LH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사후확인제를 도입한 후에도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담보하지 못하는 성능인정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토부가 사후확인제를 도입하면서 성능인정제를 없애지 않아서다. 당시 국토부는 "(사후확인제는) 성능인정제만으로는 시공 후 현장에서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사후확인제 시행 이후에도 성능인정제는 여전히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사후확인제를 제대로 시행할 것 같았으면 성능인정제를 없애도 무방했지만, 국토부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 국토부가 성능인정제를 없애지 못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성능인정제에 건설사들을 위한 분양가 가산 혜택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를 모든 공동주택에 적용하면서 같은 해 12월 예외 규정 하나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이다. 분양가를 맘대로 못 올리게 묶어 놨으니 건설사들이 주택품질을 개선하면 그 노력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당근책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성능 개선 항목별로 배점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 기준에는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항목도 포함됐다. 앞서 2005년 6월 정부가 성능인정제를 도입한 데 따른 별도의 당근책이기도 했다. 

적용 구조는 이랬다. 주택성능등급에 따라 기본형건축비(현재 명칭은 지상층건축비) 가산 기준이 달라지는데,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항목은 성능인정제를 기반으로 평가했다. 쉽게 말해, 성능인정제 등급이 주택성능등급에 영향을 주고, 이 주택성능등급이 기본형건축비 가산 기준에 영향을 미치며, 이에 따라 정해진 가산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는 식이다. 

올해 2월 개정된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에는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바닥충격음 저감 주택은 지상층건축비의 최대 2.0%를 분양가에 더할 수 있다. 중량충격음 성능등급 1급을 인정받은 차단구조는 2.0%, 2급은 1.0%를 반영한다. 

성능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바닥 두께가 300㎜면 1.0%, 250㎜면 0.5%를 가산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바닥 두께나 성능인정제 등급에 따라 분양가 가산 여부와 비율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참고: 바닥 두께가 두꺼우면 그만큼 바닥충격음을 줄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분양가를 높일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물론 이 인과관계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이는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3편과 4편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명확한 근거가 있다. 2001년 주택도시연구원(현재 LH토지주택연구원)은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기준설정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당시 41개 세대의 바닥충격음 성능을 현장에서 측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아파트의 바닥 두께는 모두 120~ 150㎜였는데, 37개 세대의 중량충격음이 지금의 2~4등급을 충족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쟁점③ 성능인정제는 건설사 위한 제도 =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성능인정제는 층간소음 저감에 별 효과가 없었다. 2019년 감사원 결과를 통해서 확인됐다. 사후확인제를 도입한 것도 그래서다. 성능인정제는 아무런 근거 없이 바닥 두께만 두껍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이처럼 쓸모없는 성능인정제를 근거로 건설사들은 주택품질을 개선했다면서 분양가를 올려 받는다. 심지어 주택품질을 개선하지 않고 바닥 두께만 두껍게 설계해도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

어떤가. 성능인정제가 합리적인 제도로 보이는가.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아니면 건설사들을 위한 제도인가. 더 답답한 건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더구나 분양가를 더 낸 입주민들은 층간소음 최저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층간소음 최저 기준 미충족은 시공 하자瑕疵'라는 명시적 기준이 없어서다.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마지막 편에서는 이 명시적 기준의 중요성을 짚어보려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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