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선관위 담당자들 직무유기 혐의 입건… 사무국장도 피의자 조사
잘못 입력한 투표자 수는, 다른 투표소로… 중앙선관위 지침 경위도 추적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떨어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4동. 당시 필요한 용지가 왜 모자랐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선거 전 산정한 거소투표 예정자 수가 신고 인원과 크게 달랐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선관위에 보고한 잠실4동 거소투표 예정자는 1,531명이었습니다.
신고자는 20명에 불과했습니다. 1,511명 차이로, 예정자가 76배 넘게 잡혔습니다.
거소투표자는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받아 본투표 당일 사용할 용지를 준비할 때 제외됩니다.
1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처럼 과다 산정된 인원이 본투표용지 물량에 반영돼 잠실4동의 용지 부족으로 이어졌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에서 출발한 수사는 선거 당일 투표자 수를 집계한 방식으로도 확대됐습니다.
잘못 입력한 숫자를 해당 투표소에서 바로잡지 않고 다른 투표소에 나눠 반영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중앙선관위의 지시와 보고 과정도 조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 실제 20명… 예상치는 1,531명
거소투표는 투표소에 직접 나오기 어려운 유권자가 집이나 병원 등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제도입니다.
송파구선관위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잠실4동 거소투표 예정자를 1,531명으로 잡았습니다.
합수본은 신고자가 20명에 그쳤는데도 이 수치가 바로잡히지 않은 채 본투표용지 인쇄량 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잠실4동에서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떨어져 투표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제7투표소에서는 436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송파구선관위 측은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보낼 선거공보물을 넉넉히 확보하기 위해 이들을 거소투표 예정자에 포함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수본은 1,531명이라는 수치가 어떤 근거로 산출돼 상급 선관위에 보고됐는지, 신고 인원이 확정된 이후에도 조정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 담당자 입건… 용지 떨어진 뒤 대응도 조사
합수본은 송파구선관위 선거담당관과 계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사무국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조사는 거소투표 예정자 산정 과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을 언제 파악했는지, 부족 사실을 인지한 뒤 추가 용지를 공급하고 상급 기관에 보고하는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잠실4동 외에도 송파구 여러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했던 만큼 다른 투표소의 인쇄·배분 과정도 조사 대상입니다.
■ 틀린 숫자 고치는 대신 다른 투표소로
별도로 진행 중인 투표자 수 입력 의혹은 성격이 다릅니다.
선거 당일 각 투표소에서는 시간대별 누적 투표자 수를 보고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이 숫자를 잘못 입력한 뒤 정상적인 정정 절차를 밟지 않은 정황이 합수본 수사에서 포착됐습니다.
합수본은 과다 입력된 인원을 다른 투표소에 나눠 반영하거나 이후 시간대 숫자에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체 수치를 맞춘 사례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앙선관위 측은 이미 외부에 공개된 직전 시간대 투표자 수를 정정할 경우 숫자가 줄거나 늘어 불필요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정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관련 지역 선관위에서 확보한 전산자료와 이메일 등을 분석하며 이런 처리 방식을 누가 지시했고 어느 단계까지 공유했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수사 내용은 투표용지 산정·배분과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입력·수정 과정에 관한 것으로, 후보별 득표수나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