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다르아바스 연안 호르무즈 해협에 지난 5일(현지시간) 선박들이 정박한 가운데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AP 연합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핵심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리들과 민간 해사 정보 업체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미국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장악했고, 해협은 열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 해사 업체들의 통항량 집계에서는 현재 호르무즈 통항량이 석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석유 재고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핵심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현 상황에 대한 해석마저 엇갈리고 있다.
"지표보다 양호" VS "하루 14척 불과"
CNBC,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호르무즈 통항 흐름이 지표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양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많은 민간 업체가 은밀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집계에서 누락하고 있다"며 실제는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라이트 장관은 송유관 수송을 포함해 현재 걸프만 일대의 전체 석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1500만배럴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미군 지원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도 하루 평균 900만배럴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간 해사 정보업체들의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14척에 그쳤다.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통항량 역시 약 13척에 불과했다. 지난 5월 12일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20~130척에 이르던 통항량 대비 90% 안팎 급감했다.
장악한 것 맞나…선박들, 이란 승인 항로 이용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이용하는 항로도 트럼프의 주장과 상충된다.
트럼프는 연일 "우리가 호르무즈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 집계에서는 선박들이 이란이 승인한 항로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해협이 모두 이란 미사일, 드론 사정권에 있어 언제든 피격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케플러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 14척 가운데 11척이 이란이 승인한 항로를 이용했다. 이 항로는 미 행정부가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항로다.
전쟁 이전 대부분 선박이 드나들었던 해협 중앙 관통 항로를 이용한 선박은 단 한 척도 없었다.
한편 이란전쟁으로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자문인 마지드 샤케리는 트럼프 임기 내에는 양국의 합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케리는 "트럼프는 우리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버텨낼 것"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