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교도관 생명권 보장 지적도
취약 수용동부터 단계적 보강 의견 나와
지난 6월 충북 청주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법조기자단이 혼거실 체험을 하고 있다./법무부 제공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정시설에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용자에게 과도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폭염으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주장이 맞선다. 현장에서는 수용자 냉방을 둘러싼 논쟁에 가려져 폭염 속 수용동을 순찰하고 수용자를 관리하는 교도관의 근무 환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약 12억원을 투입해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사업’을 추진했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인·장애인·환자 등이 수감된 수용동과 일부 과밀 여성수용동의 복도에 에어컨 등 냉방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올여름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다른 교정 현장에서도 냉방설비를 추가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하지만 수용자에게 세금으로 에어컨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기존에 배정된 예산을 넘어선 추가 설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이성수 법무부 교정관은 “폭염 속에서 일선 기관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냉방설비를 추가 설치하기 어려워졌다”며 “기존 사업도 전체 수용동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취약 수용자가 있는 일부 복도에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선풍기도 사용 어려워”… 폭염 속 교도관도 쓰러져
일선 교도관들도 폭염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수용동 내부를 계속 순찰해야 하는 데다 더위와 피로로 평소보다 예민해진 수용자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형인 여주교도소 교도관은 “하루 근무할 때 2만~3만보를 걷는다”며 “한여름 낮에 순찰을 돌고 나면 짙은 남색 교도관복이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땀에 젖는다”고 말했다.
교정 현장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순번을 정해 등목을 하기도 한다. 혼거실 내 화장실에는 만일의 상황을 막기 위해 샤워 호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바가지에 받아 몸을 씻는 식이다.
교도관은 근무 중 샤워하기 어려운 데다 수용자의 난동 등 비상 상황에 즉시 대응해야 해 손이나 주머니를 가급적 비워둬야 한다. 이 때문에 여름철 거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휴대용 선풍기조차 근무 중에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올여름에는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교도관도 나왔다. 지난 7월 말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한 교정시설에서 교도관 A씨가 근무 도중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탈수 증상을 보인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업무에 복귀했다.
“교도소가 호텔이냐”… 부정적 여론도
교정시설 냉방을 바라보는 여론은 엇갈린다. “범죄자에게 세금으로 에어컨까지 제공한다면 교도소가 호텔과 무엇이 다르냐”는 반발이 대표적이다.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사람에게 일반 국민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냉방을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폭염으로부터 수용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국내 교정시설은 정원을 크게 넘어선 과밀 수용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은 125.8%에 달했다.
법원도 교정시설의 열악한 수용 환경과 관련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2022년 과밀 수용으로 수용자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았는지를 판단할 때 개인에게 주어진 공간뿐 아니라 채광·통풍·냉난방 시설과 위생·의료 수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모든 수용시설에 일률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하기보다 폭염에 취약한 수용자부터 단계적으로 냉방시설을 확대하고 가동 기준을 엄격히 마련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안식 백석대 범죄교정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 사동이나 고령자 등이 머무는 공간에는 단계적으로 냉방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가동 기준을 마련해 교정시설에서 중앙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교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