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에 산 50억 집, 지금 교환 땐 세금 4억대
2029년 팔면 양도세 11억대…정부안 통과 전제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경. /이경탁 기자“주변에도 실제로 집을 맞바꾼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다만 누가 어느 집을 교환했는지는 서로 쉬쉬하죠. 남의 재산이니까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40년간 거주한 주민 A씨는 최근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서로 맞바꾸는 ‘교환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고가주택의 양도소득 공제 혜택을 줄이기로 하자 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기존 양도차익을 정산하고, 새로 취득하는 주택의 취득가액을 현재 시세 수준으로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14일 조선비즈가 압구정 일대 주민과 부동산 중개업계를 취재한 결과 올해 들어 이 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교환 거래는 40건 안팎으로 추산됐다. 복수의 주민과 중개업소가 파악한 거래를 종합한 수치다. 구별 교환 거래 통계가 나오지만 거래 형태에 따라 공식 통계에서 교환으로 분류되지 않거나 아직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교환 대상은 같은 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는 물론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비슷한 가격대의 한강변 아파트를 맞바꾸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유권을 넘긴 뒤 서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원래 살던 집에서 전세로 계속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교환한 뒤 기존 집에서 전세로 사는 방식은 예전에도 있었다”며 “과거 다주택자 세 부담이 커졌을 때 늘었다가 줄었는데, 이번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뒤 다시 고민하는 주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취득세를 다시 내면서까지 교환에 나서는 이유는 미래의 양도세 부담과 비교하면 세금 차이가 수억원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환도 세법상 기존 주택을 양도하고 새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도세와 취득세를 모두 내야 한다.
오승국 하나증권 세무사가 1가구 1주택자가 5억원에 산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거주했고 현재 가격이 50억원인 경우를 분석한 결과, 지금 교환하면 양도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약 2억7500만원으로 추산됐다. 고가 1주택 과세 방식과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 최대 80%를 적용한 결과다.
50억원짜리 주택을 새로 취득할 때 내는 취득세 본세는 1억5000만원이다. 지방교육세 등을 더하면 교환 과정에서 내는 양도세와 취득 관련 세금은 총 4억4000만~4억5000만원이다.
반면 정부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집값이 50억원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9년 기존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세는 약 11억2000만원으로 추산된다. 2029년부터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소득공제액 한도가 10억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지금 교환할 때보다 세 부담이 약 6억7000만~6억8000만원 많다.
그래픽=손민균교환 뒤에는 새 주택의 취득가액이 교환 당시 인정된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다시 정해진다. 5억원에 산 집을 현재 50억원인 주택과 교환하면 기존 양도차익은 지금 정산되고, 이후 새로 발생한 차익을 중심으로 양도세가 계산된다. 일반 매도와 달리 비슷한 가치의 주택을 곧바로 확보해 부동산 자산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교환을 택하는 이유다.
특히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취득가액이 낮고 양도차익이 큰 장기 보유자가 많아 교환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오 세무사는 “교환 거래는 비슷한 가치의 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지금까지 발생한 양도손익을 먼저 정산하는 방식”이라며 “재건축 이후까지 보유하려던 집주인들이 세제 개편 전에 현행 1가구 1주택 공제를 적용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환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교환가액은 층과 조망 등에 따른 가격 차이를 반영해 정해야 한다. 계약서에 가격을 임의로 높게 적으면 과세당국이 취득가액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취득세와 감정평가비, 중개보수 등 부대비용도 발생한다. 교환 뒤 원래 집에서 전세로 살면 새로 취득한 주택의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해 나중에 받을 수 있는 공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아파트 교환 거래는 305건으로, 2023년 상반기 394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다만 이 통계에는 이달 발표된 세제개편안 이후 거래가 반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