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9년에 걸친 재산분할 소송이 종지부를 찍을지 오늘(14일) 결정된다. 지난달 24일 선고된 파기환송심 재상고 기한은 오늘 밤 12시다. 이 시간까지 양측이 재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944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이 확정된다. ━
재상고 시 실익 없지만 지연손해금 절감 효과
박경민 기자 최 회장이나 노 관장이 재상고한다 해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대법원은 사실 인정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법률심인 만큼, 이미 한 번 대법원에서 파기된 사건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최 회장으로서는 재상고하면 확정판결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재상고를 한다면 지급 기한을 미루는 것 이외의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파기를 기대하지는 않을 테지만, 현금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 재판부는 SK 경영권·지배권 등을 고려해 분할액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현금을 지급할 때까지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재산분할은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재산분할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발생하는 이자만 1억2900만원이다. 판결 확정시 노 관장 측의 강제집행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도 재상고를 고려할 유인이 있다.
반면 법리적 이익이 없는 소송을 장기화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그룹 경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현금 마련을 위해 SK 지분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될 경우 주가 하락 시 추가 담보 설정이나 반대매매 가능성, 이자 비용 등 리스크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재계에서는 재원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주식을 활용하거나 SK(주)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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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재상고 여부 놓고 고심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을 마치고 최 회장 측 변호인 이재근 변호사가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뉴스1 최 회장 변호인단은 마지막까지 재상고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14일 오후에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상고를 위해서는 법률심의 판단을 구할 만한 새로운 쟁점도 개발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에서는 SK(주) 주식의 분할 여부와 분할 비율, 주가 계산 기준 시점이 쟁점이 됐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쟁점이 모두 사실인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상고이유를 개발해 재상고를 하더라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관장이 재상고하더라도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다만 주요 쟁점이던 SK 주식 분할 여부에서 노 관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SK의 주가상승분도 분할액에 반영한 만큼 노 관장이 재상고할 명분은 약하다는 해석이 많다. 법조계에선 “노 관장 입장에서는 잘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 오히려 빨리 결론이 확정돼 재산분할액을 지급받는 게 이득일 수 있다(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평이 나온다. 노 관장이 재상고 여부를 검토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일지 그래픽 이미지. 이날까지 양측이 재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9년 넘게 이어진 소송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최 회장은 2015년 언론을 통해 혼외자의 존재를 고백하며 이혼 의사를 공식화했고,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1·2심에서는 SK를 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재산분할액도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까지 널뛰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태우 비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노 관장의 재산 기여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심리를 거쳐 SK 주식 역시 분할 대상에 포함하되,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새로운 재산분할 금액을 9440억원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