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신뢰가 깨졌다” “이대로 가면 총선이든 대선이든 폭망한다” 등의 발언도 나왔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 이후 “정부안 자체를 완전히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부의 세제안과 주택 공급안에 대한 수정·보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2시간 넘게 비공개로 이어지면서 10명 넘는 의원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었다. 가장 먼저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이연희 의원,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 정책은 그런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연희 의원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과세 실효성이 없다”며 “반도체로 초과 세수가 50조원 이상 들어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과세를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당의 주요 직책을 맡은 의원들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완전 비공개로 진행된 ‘與 부동산 의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일부 의원은 “이대로가면 폭망한다”고 했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것이다. /뉴스1의원들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 축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강벨트인 서울 성동구가 지역구인 전현희 의원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지역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이대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 무조건 질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영끌’로 첫 집을 구매한 3040세대 중에는 예산 문제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비거주라고 불이익을 주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장특공제에서 보유 기간 혜택을 없앤 정부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랑갑 4선 서영교 의원은 “우리 지역에는 종부세 과세 기준(공시가격 14억)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한 채도 없지만 주민들이 매우 불안해한다”며 “1가구 1주택은 주거와 비주거를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또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이주비 대출이 안 나와서 이사를 못 한다”면서 재개발 이주, 생애 첫 주택 등 사유가 있을 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평택이 지역구인 홍기원 의원은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수도권 부동산 민심에 정부가 기름을 부었다”며 “국민 누구든 이직·발령 등으로 비거주 1주택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밖에 “보유세를 늘리되 거래세 부담은 줄여야 한다” 등 주장도 이어졌다. 또 정부가 이날 발표한 부동산 공급책과 관련해선 “이번 정부 공급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규모를 확 키워야 한다” “세제 개편과 공급 대책 발표 순서가 뒤바뀌었다” 등 주장이 나왔다. 경기 의왕·과천 이소영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계획된 대규모 주택 건설에 대해 “교통 혼잡과 인프라 부족 대책도 없이 짓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허영 의원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초과 세수가 100조원에 달하는데 왜 세금을 건드리나. 이대로 가면 ‘폭망’한다”며 “정부안대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도 국회에서 결정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세게 말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만큼 이번 정책이 국민 눈높이에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 세제 개편 정부안은 국회에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부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세제 개편안을 만들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의원총회를 추가로 열거나 태스크포스(TF), 관련 상임위 회의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오는 20일 개최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을 비롯해 처리 가능한 법안을 야당과 합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반도체 활황에 따라 늘어난 세수를 주택 공급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기형 의원은 서울 지역구 의원과 서울시의원이 참석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추가 세수 10조원이든 20조원이든 주거 복지, 주거 안정을 위해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며 “공공이 좀 더 역할을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당위원장에 단독 입후보한 김영배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도 ‘추가 세수를 쓰는 공급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꼽고 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34%,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6%로 나타났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9%로, 이 조사 기준으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이 36%로 가장 낮은 데 이어 부동산에 민감한 서울 42%, 인천·경기 49%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해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부족한 점이 없는지 세심히 점검 중이고, 부동산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성과로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