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가위·파쇄기 쓰다 손가락 잃기도
베테랑도 부지불식간 사고 속수무책
경각심 되새겨야…작업은 2인1조로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농촌에 살다보면 누가 트랙터를 몰다 다쳤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습니다. 그래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트랙터를 운전할 때마다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제가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어요.”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해덕씨가 2년 전 트랙터에서 떨어진 날을 떠말했다. 이씨는 40년 경력 베테랑 농민이다. 트랙터 운전은 ‘눈 감고도 한다’고 할 만큼 익숙한 일이지만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
사고 당일은 가는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씨는 논에서 트랙터를 몰며 경지 정리를 했다. 빗물 탓에 트랙터 운전석이며 발판, 손잡이가 미끄러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비구름이 해를 가려줘 일하기 좋다고만 생각했다. 여느 날처럼 별일 없이 작업을 마쳤다고 생각할 때, 경계심이 느슨해진 바로 그 순간 사고가 났다.
트랙터에서 내리려고 물기 묻은 발판을 밟자마자 쭉 미끄러져 버린 것이다. 중심을 잃은 이씨는 농로 옆 배수로로 굴러떨어졌다.
“철제로 된 발판이 워낙 미끄러워서 오르내리기 전에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어야 했는데 괜찮을 거라 방심한 거죠.”
이 일로 이씨는 왼쪽 다리가 찢기고 머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병원 신세도 일주일이나 졌다. 그는 “나이가 많든 적든, 농사 경력이 얼마든 상관없이 발생하는 게 사고”라면서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는데 올해는 꼭 발판에 미끄럼방지 고무를 붙이겠다”고 했다.
농촌에서 트랙터 사고는 매우 흔한 편이다. 농업인안전보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계 관련 농작업 사망재해 비율이 62.6%를 차지하고, 그중 트랙터(29명)가 경운기(96명)에 이어 두번째다. 농로나 도로 위에서 운행 중일 때보다 운행 전·후에 사고가 더 잦다.
아산시 배방읍에서 밭농사를 짓는 장용복씨도 그런 사례다. 장씨는 고추밭 로터리 작업을 하려고 트랙터를 농로에 주차했는데 농로가 완만한 경사지였던 터라 트랙터가 슬슬 밀리면서 그를 쳤다. 곧바로 굄돌을 찾아 바퀴 아래 끼워 넣어 큰 피해는 면했고 발목만 살짝 삐끗했다. 장씨는 “농로 상태는 보는 것만으로 알기 어렵다”며 “농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돌도 많고 경사도 있어 경운기나 트랙터 전도·전복 사고가 흔해 주변 시야를 확보하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농기계 사용 때도 안심해선 안된다. 이상록 아산 둔포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10월 가을걷이 때 마른콩을 정리하면서 전동가위를 사용하다 오른쪽 손가락이 절단됐다. 전동가위는 과수를 전지할 때 쓴다. 힘들이지 않고 굵은 가지도 자를 수 있어 고령농민에게 인기가 좋다. 이 조합장은 얇고 약한 콩가지를 자르다 사고가 났다. 그는 “전동가위 사용법이 쉽고 편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이 조합장은 사고 당시 장갑을 낀 상태였고 아내와 함께 작업 중이라 대처가 빨랐다. 장갑을 낀 채로 절단된 부위를 바로 수습해 119에 신고한 뒤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는 “안전사고를 대비하려면 농작업할 때는 2인1조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서귀포에서 ‘레드향’과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현경범 서귀포농협 상무는 3년 전 과수원에서 파쇄기를 이용하다 왼손을 잃었다. 투입구에 잔가지를 집어넣다 손이 빨려 들어가면서다. 그는 “파쇄기가 위험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조심했는데, 아무리 대비하고 주의해도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오더라”며 씁쓸해 했다.
사고 위험이 큰 농기계를 사용하기 전에는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장비를 착용하라는 설명을 듣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현 상무는 “파쇄기를 쓸 때 전용 장갑을 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당장 일이 바쁘니 그냥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엔 과유불급이 없다”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