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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 같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지수가 세 배 넘게 뛰었다. 그러나 환율은 치솟고 코스닥은 폭락했으며 레버리지 ETF엔 청년들의 돈이 몰렸다. 주가 상승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2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7월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시사IN 박미소 2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7월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일인 2025년 6월4일, 코스피 지수는 2770.84(종가 기준)였다. 지수는 이후 폭등해 2026년 6월 중순에는 9000을 넘었다. 그 후 급락했는데 7월28일에는 한때 6000마저 무너졌다.

주가의 폭등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정부도 ‘코스피 5000’ 달성을 내세우며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향하게 하는 ‘머니 무브’를 유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취임일보다 두 배 넘게 오른 상태고 누군가는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가 급등과 함께 환율 상승이나 변동성 심화 등 우려할 만한 현상도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5년 4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코스피 5000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실제로 정부는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다.

1차 개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독립이사의 선임 요건을 강화하며,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후 개정에서는 대기업의 집중투표제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자사주 의무소각 제도’도 도입했다.

주식 관련 세제도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지하거나 개편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고,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특례를 제공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 논의가 다시 제기됐지만, 정부는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당장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1월22일 장중 5000을 돌파한 뒤 더욱 빠르게 상승했다. 정부 정책도 일조했겠지만, 코스피의 폭등을 이끈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의 실적 개선이었다. 특히 AI 호황을 배경으로 미국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자본 지출을 크게 늘리자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폭발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25년 영업이익이 약 44조원이었는데 2026년에는 약 380조원에 이르리라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력 기기, 방산과 조선, 화장품 등의 다양한 제조업에서 한국 기업들은 수출을 크게 확대하며 수익을 늘렸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2025년 약 245조원에서 2026년에는 800조원을 넘으리라 전망된다. 내년에도 기업 이익 증가가 기대되면서, ‘향후 1년간 예상되는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월13일 현재 5.8배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는 뜻이다.

주가 과실, 상위 1%가 60% 가져가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해졌을까. 현재 개인투자자가 약 1500만명에 이르니 주가 상승과 함께 이들의 소비도 늘어나는 ‘부(富)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주식 투자자가 늘었지만 주식의 소유는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5년 말 현재 상위 1% 투자자(5억원 이상 주식 보유)가 전체 개인투자자 주식 보유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5000만원 미만을 보유한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약 83%지만 주식 보유액은 전체의 9.8%에 그친다. 특히 1000만원 미만을 보유한 하위 60% 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전체의 1.9%에 그친다. 결국 주가 상승의 이득은 최상위 자산가들에게 훨씬 더 집중됐다. 그 정도가 근로소득의 경우보다 매우 심하다. 또한 최근 주가 급등에는 환율 상승과 변동성 확대, 쏠림 심화 같은 어두운 현상이 동반됐다.

원/달러 환율은 매매 기준율상 2026년 1월2일 1달러당 1447원에서 7월1일엔 1553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질소득을 줄여서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놀랍게도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환율이 올랐다(경상수지 흑자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원화 수요를 증가시켜 환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원화 가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더 크게 하락했다.

6월18일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9000선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18일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9000선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반기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는 이른바 ‘D램 달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투자 가능성이나 환율 변화의 불확실성 등을 배경으로 수출해서 벌어들인 달러(D램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은 것이다. 환전했다면 원화 가치가 이렇게 떨어지진 않았을 터이다.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팔고 자금을 회수한 데 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투자자금이 올해 1~6월 약 1100억 달러나 순유출됐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 전망을 비관한 것은 아니었다.

대형 해외 투자기관들은 여러 나라에 투자할 때 국가별 투자 비중을 미리 정해놓고(MSCI 지수 등을 기준으로 한다), 그 비율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한국 주식의 가치가 다른 나라 주식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투자기관의 전체 자산에서 한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목표보다 커졌다. 그래서 투자기관들은 당초의 투자 비율과 맞추기 위해 일부 한국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 이를 리밸런싱(rebalancing·자산 비중 재조정)이라고 한다. 투자기관들이 한국 주식을 매각한 돈(원)을 달러로 바꾸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변화가 환율 상승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자산을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등에 일정한 목표 비율로 나누어 투자한다. 원래 국민연금의 2026년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 최대 19.9%까지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가치도 급등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3월 말 약 21%에서 6월 중순에는 약 30%까지 높아졌다. 원래의 목표 비중을 유지하려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해서 비중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국민연금은 5월28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20.8%로 높였다. 또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허용범위도 확대해 국내 주식을 최대 28.8%까지는 보유할 수 있도록 했고, 리밸런싱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각해야 할 부담은 줄어들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맨 오른쪽)이 7월2일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맨 오른쪽)이 7월2일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변화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당초 목표 비중을 지켰다면 약 130조원어치 한국 주식을 팔았을 것이고 주가 상승도 진정되었을 터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계의 주식 매각(리밸런싱) 및 자금 유출로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한국 정부의 항변처럼 바클레이스에서 제시한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환율에는 다른 거시경제 요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변화에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연기금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환율 상승 같은 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다행히도 7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을 배경으로 7월27일엔 1달러당 1468.5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코스닥 시장은 폭락하고, 코스피의 많은 주식도 급락했다. 이는 5월27일 출시된, 인버스를 포함한 16개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상품과 관련이 있다. 이 ETF는 단일종목 주식의 일일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파생상품으로 장 마감 때마다 자산을 채우거나 팔기 위한 현물·선물 리밸런싱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이 본주의 상승과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이 절반이 넘는 가운데, 이러한 상품 도입이 전체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식시장에도 단일종목 2배 ETF가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해서는 시장 비중이 훨씬 작다. 그럼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 상품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킨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6월 이후 주식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발동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5월27일부터 7월16일까지 SK하이닉스의 본주 가격은 18% 하락했지만 2배 레버리지는 그 2배 이상인 48% 하락했고, 인버스 2배 상품조차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대표가 이 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글을 올릴 정도였다.

동시에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이 상품에 거래가 몰리는 주식시장의 쏠림현상도 강화됐다. 실제로 7월 들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상품들의 하루 거래대금은 평균 약 13조원에 달했다. 7월23일에는 코스피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



이 상품으로 거래가 몰리면서 다른 종목의 유동성이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초에서 5월 말까지 약 15조원에 달하던 코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7월 들어 약 6조원대로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이 상품의 출시 이후 7월28일까지 무려 약 40%나 폭락해 대통령 취임 때보다도 낮아졌다. 코스닥 전체 지수가 단기간에 이 정도로 하락한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시기보다 더할 정도였다.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에서도 실적이 좋은 우량주마저 고점에서 반토막 난 경우가 많아서 개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언론도 ‘한국의 주식시장이 도박장처럼 변했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 실무자들은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의 신속한 도입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미 홍콩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이 상품이 인기를 끌어 한국의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증시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라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부는 순자산이 약 12조원이나 되는 이 상품을 상장폐지할 수 없다며,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매매 수량 단위도 확대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무회의에서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이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를 일부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의문이 남는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한국 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에 국내 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은 크지 않았다. 더욱이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순매도하고 국내 증시로 돌아온 것은 4~5월로,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5월27일보다 앞선 시점이었다. 이들의 국내 증시 복귀는 코스피 상승의 배경이었을 터이다.

5월26일 한 투자회사가 개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장 간담회. Ⓒ연합뉴스 5월26일 한 투자회사가 개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장 간담회. Ⓒ연합뉴스

주식시장은 국민의 자산을 키우고 기업의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로서, 금융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성장을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와 유리되고 불안정이 심화한다면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액은 약 11조원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홀짝 놀이’처럼 전체 지수가 오늘 5% 상승하고 내일 5% 하락하는 주식시장에 소중한 자산을 안정적으로 투자하기란 힘든 일이다. 청년들은 부동산이 너무 비싸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2배 레버리지 ETF에 몰린다지만 상당수가 큰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주식시장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개인의 삶에서 공동체의 책임을 약화시키고 각자도생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코스피 몇천 같은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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