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반도체 벨트, 중국산 집적회로 환적 경로 가능성"
"AI 단속 프로그램 가동…무역 협정에 불이익 조항 포함 추진"
◆…미국과 중국 국기〈사진 로이터〉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전 세계 40여 개국을 거쳐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이날 공개한 '거대한 환적 사기' 보고서를 통해 이른바 '환적'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관세 회피를 위한 환적 규모가 연간 342억~3030억달러(약 431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의 경우 2018년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이후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 제3국으로 제품을 보내 포장이나 간단한 조립을 거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관세 회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작됐으며 최근 1년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면서 더욱 증가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수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50%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체결된 멕시코나 캐나다를 거치면 관세가 0% 또는 이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베트남 등을 거치는 경우에도 관세 부담이 상당 부분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불법 환적 위험과 관련된 국가들을 경제 규모와 중국 공급망과의 통합 정도 등에 따라 3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일본, EU, 캐나다, 인도, 이스라엘, 멕시코, 대만 등과 함께 1유형(Tier 1) 국가로 분류됐다.
백악관은 경기도 반도체 벨트를 중국과 관련된 집적회로(HS 854239)의 잠재적 유통 경로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환적이 미국 피닉스·오스틴·포틀랜드·산호세 등의 반도체 생산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수석고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환적을 목적으로 하는 매우 정교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수년간 이 거대한 환적 사기가 중국의 수출품 세탁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등 다른 국가들도 새로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환적에 나설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무역 협정에 환적을 통한 관세 회피에 나서는 무역 상대국에 불이익을 주는 조항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업체가 상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약 1년 전까지 소급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환적을 통한 관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중 정상회담은 약 한 달 뒤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여전히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도는 무역적자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는 약 37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90억 달러(33.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