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전 고점을 다시 뚫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뉴스1 |
정보기술(IT)산업 시장조사 전문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황민성 리서치 디렉터는 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메모리 기업들이 앞으로도 그간 보지 못했던 이익을 계속 낼 것”이라고 단언한 황 리서치 디렉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전 고점을 탈환하기 어렵다는 전망에는 고개를 저었다.
황 리서치 디렉터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만 30년 넘게 일해온 전문가다. 한국 반도체 위상이 현재 중국과 비슷했던 1994년 삼성전자 기술 기획팀에 입사해 10년 뒤 먹거리가 될 반도체 관련 기술 확보 업무를 담당했다. 2000년부터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해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등을 거쳤다.
황 리서치 디렉터는 “인공지능(AI)이 이끄는 현 업황은 1990년대 PC(개인용 컴퓨터)가 촉발한 대호황 이후 처음 보는 규모의 상승 사이클”이라면서도 “메모리가 사이클 산업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에 대해서는 “안심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그와 8월 8일 화상 전화로 만나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관해 물었다.
“삼전닉스 영업이익 2028년이 고점”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 디렉터.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
“비싼 가격에 메모리를 가장 먼저 가져가는 하이퍼스케일러를 제외하면 모든 기업이 부족한 상태다. HP, 델 같은 PC 회사는 필요한 메모리의 10% 정도가 부족한 상태라고 본다. 애플,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 업체는 메모리사들이 고객사 대접을 제대로 안 해줘 필요량의 80%만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가전이나 게임머신 등 나머지 업체는 심하면 절반도 못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전체 시장 규모(TAM) 추정치가 계속 커지고 있다. 2028~2029년 전망을 신뢰할 수 있나.
“여러 불확실성에도 미래 시장은 훨씬 커질 것이다. 내가 경험한 10여 번의 사이클에서 반도체 업황은 늘 기대보다 좋았다. 또 최근 몇 년간 AI가 발전한 속도를 보라. 챗GPT로 재미 삼아 ‘지브리 프사’나 만들던 게 1년 전인데, 지금은 엔지니어들이 AI 없이는 코딩도 못 한다. 이러한 AI 발전이 당분간 이어지리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에이전트 AI라는 새로운 분기점도 생겼다. 우리는 AI가 존재하지 않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반도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설립이 향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이클이 끝나기 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전 고점을 다시 뚫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하이퍼스케일러의 AI CAPEX 집행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연준이 갑자기 금리를 1%p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0.25%p 올린다면 미국 경제도, 한국 경제도 충분히 버텨낼 것이라고 본다. 세계경제가 구조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수출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금리가 올라 AI CAPEX를 집행하지 못할 체력의 경제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명으로 금리를 낮출 줄 알았던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을 시사했을 때 이미 주가가 폭락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주식은 신고가를 달성하고 있지 않나.”
AI 투자를 멈춰 세울 요인은 없는 건가.
“AI 관련 보안 사고가 터지거나 하이퍼스케일러의 희망이 사라지면 중단될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현재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여도 1~2년 뒤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만약 몇 년 뒤에도 계속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올라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흐름이 오랫동안 적자에 머문다면 AI CAPEX가 멈춰 설 수 있다.
현실적으로 1~2년 내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흐름이 흑자 전환하리라 본다. 우리는 AI에 돈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삼보 컴퓨터, 삼성전자 매직 스테이션 컴퓨터가 200만 원이었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2000만 원 정도 될 텐데 그 비싼 가격에도 다들 샀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사이클 산업 벗어나려면 가격 떨어질 때 감산해야”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면서 사이클을 타는 메모리 산업의 특성이 옅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려면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때 감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메모리 기업은 경쟁사가 먼저 무너지기를 바라며 감산에 나서지 않았다. 기업 의사결정자들이 바뀌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신규 팹 생산이 시작되는 2028년 고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추정된다. 5년짜리 LTA 덕에 실적이 반토막 나지는 않을 테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현 상승 사이클에서 많은 돈과 에너지가 농축된 만큼 하락 사이클이 오면 금융위기처럼 큰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
중국 메모리 기술력은 한국을 얼마나 따라잡았나.
“물론 한국 메모리의 질이 훨씬 좋다. 하지만 중국 메모리가 아직 AI 서버에 쓰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건 큰 오산이다. 이미 중국산 메모리를 쓰는 미국 PC 업체가 꽤 있고, 서버용으로 쓰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BMW와 현대차를 비교하면 당연히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실용성과 가성비를 갖춘 현대차 차량이 더 많이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올해 말쯤에는 중국산 HBM(고대역폭메모리)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향후 중국 업체들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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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전 고점을 다시 뚫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뉴스1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 디렉터.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