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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장세 벗어난 지금은 주식시장에 머물러야 할 때

코스피 계속 보유하되 코스닥 조금씩 추가하는 전략 바람직

향후 국내 주식 시장은 급등과 급락, 사이드카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저점을 조금씩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GETTYIMAGE 향후 국내 주식 시장은 급등과 급락, 사이드카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저점을 조금씩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GETTYIMAGE
7월 국내 증시는 투자자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코스피가 한 달 동안 22.1% 하락했는데, 이는 1990년 이후 월간 하락률로는 역대 3위다(그래프 참조). 7월 30일까지만 끊어서 보면 34.1%로 역대 1위였다. 외환위기도, 금융위기도, 닷컴버블 붕괴도 이 정도 하락을 만들진 않았다. 7월 31일에는 코스피가 하루에 17.9% 폭등했다. 이것도 역대 1위다. 한 달 안에 역사상 최악의 하락과 최고의 상승이 함께 나온 것이다.

하루에도 지수가 10% 넘게 움직이고 사이드카(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급등 또는 급락하는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하는 제도)가 반복적으로 발동되는 시장에서는 기업의 적정 가치나 내년 실적을 차분히 따지기가 쉽지 않다. 내일 또 주가가 폭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모든 판단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반도체주를 포함해 대다수 종목의 주가가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상황이다.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 추세먼저 7월 폭락의 성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 가능성, 중국산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 범용 메모리 가격 피크아웃 우려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회수 가능성과 현금흐름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유가 상승,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들이 7월 코스피 폭락을 정당화할 만큼 시장 펀더멘털을 훼손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닷컴버블 붕괴 때처럼 경제와 기업의 이익 자체가 무너지는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간 시장 펀더멘털을 뒤흔들던 AI 업체 수익성 관련 우려가 7월 말 진행된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 발표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된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은 AI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도 클라우드 사업의 높은 성장세와 현금 창출력을 증명했다. 메타 역시 AI를 활용한 광고 효율 개선을 통해 본업 매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업별 수익성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AI 투자가 매출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극단적 비관론에서는 한 발 벗어났다.

“8배도 싸다”던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7월 폭락 과정에서 4배 후반까지 내려갔다. 지금이 PER 바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PER 계산식에서 분모인 영업이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7월 중순 이후 정체되거나 소폭 하향됐던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8월 들어 다시 상향되고 있다. 이익 전망은 올라가고 주가는 쉬어 가고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 결코 나쁜 상황은 아니다.

기업 실적에 따라 주가 차별화될 것8월 이후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이고 극악무도했던 7월 폭락 장세에서 벗어나 정상화 및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된다. 시장에서 우려하던 잠재적 악재들이 7월 폭락 장세에 사실상 대부분 반영됐다. 따라서 투자자는 가급적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다.

폭락 이후 회복이 직선 형태의 우상향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급등과 급락, 사이드카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저점이 조금씩 높아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금 일부를 남겨두고 조정이 올 때마다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시장의 바닥을 맞히려 하지 말고 여러 가격대에 걸쳐 평균 매입 가격을 형성해가기를 권한다.

기존 주도주를 버리고 새로운 주도주로 완전히 갈아타는 전략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최근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바이오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중소형주의 반등 탄력이 커졌다. 하지만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구조적인 주도권 교체가 일어났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코스피 이익 전망치가 다시 올라가고 있고 반도체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스피를 팔아 코스닥으로 갈아타기보다 코스닥을 포트폴리오에 조금씩 추가해가야 할 장세다. 그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비중을 9 대 1로 뒀다면 8 대 2나 7 대 3 정도로 조정하는 전략을 써볼 만하다.

앞으로는 지수보다 기업 실적에 더 집중해야 한다. 7월에는 시장 전체가 폭락하면서 좋은 실적도 나쁜 주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극단적인 위험회피 현상이 완화되면 다시 실적에 따라 종목별 수익률이 갈리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다. 반도체주라고 주가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바이오나 조선, 방산, 금융 종목도 각각의 이익 가시성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

7월 폭락은 많은 투자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 역시 V자 반등으로 낙폭 전체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보다 급등과 조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정상화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가가 많이 싸졌고, 이익 전망은 다시 올라가고 있으며, 시장을 짓눌렀던 과도한 레버리지와 강제매도 압력도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추가 바닥이 어디인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바닥은 7월 말에 이미 확인했다는 전제하에서 이후 회복에 참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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