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돌파구 못 찾아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습
지난 3일 이란 수도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한 여성이 대형 반미(反美) 선전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선전물엔 미국 '자유의 여신상'이 쓰러져 부서진 모습 뒤로 이란 군중들이 모여 있다. /EPA 연합뉴스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60일 휴전 합의’ 기간이 오는 17일(현지 시각) 종료된다.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양국이 다시 맞붙으며 중동 지역 전체로 전쟁이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호르무즈 해협은 과거에도 이란의 것이었고, 현재도 이란의 것이며 앞으로도 이란의 영토로 남을 것”이라며 “트윗이나 항공모함, 명령이나 선거 연설로 장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 데에 반박한 것이다.
가리바바디는 “이 해협은 오직 이란의 명령에 따라 열리고 닫힐 것”이라며 “미국이 패배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망상에 빠져 있는 한, 이란은 계속 봉쇄를 시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미국과의 종전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중재국을 자처한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양측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를 협상 재개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오는 17일 만료되는 미국과 이란 간 잠정 휴전 합의는 사실상 빈손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약 60일간 군사 행동을 자제하며 종전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이란 핵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면서 경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오가던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전쟁 장기화로 미국 휘발유 가격이 1년 새 약 30% 급등하자 트럼프는 “휘발유값을 조금 더 내는 것은 사악한 나라인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치를 만한 대가”라고 했다.
이란 전쟁에서 파생된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AFP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안사르와 데이르 엘자흐라니 등을 공습하면서 어린이 3명을 포함 최소 11명이 숨졌다. 6월 휴전 합의 이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사망자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일가족 전체가 사망한 것은 기본 합의와 민간인 보호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 부대 대대장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미국 중재로 현재까지 이탈리아 로마 회담을 포함해 7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헤즈볼라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철수 문제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8차 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공습과 보복 위협이 반복되는 가운데 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