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관련 법 개정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반발 해소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득이다. 그간 언급됐던 부지 내 용산어린이정원(30만㎡)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 300만㎡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여서다. 부동산 업계에선 “신중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심각한 갈등만 빚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2006년 8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과 부인 권양숙 여사(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서울 용산국립박물관에서 개최된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이들로부터 건네받은 희망의 나무를 퍼포먼스 상징물에 꽂은 후 박수를 치고있다. 중앙포토 ━
盧 “용산에 기념비적 공원”…與 개정안에 의견 6594건
①용산공원특별법=가장 큰 난관은 용산공원은 현행법상 주택 공급지로 개발될 수 없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가 정부 입법으로 발의해 2007년 7월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엔 “국가는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4조 2항)고 못 박혀 있다.
임오군란 이래 장기간 외국군이 주둔한 용산 부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한 법이다. 그는 입법을 추진하던 2006년 8월 24일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참석해 “용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땅이지만, 이제 이 땅에 새로운 미래가 열리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공원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부에서 제정한 법을 손질해야만 개발이 가능하다.
②개정안 반대 여론=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라는 또 하나의 산이 있다. 복기왕·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일부 반환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공원 조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수천 건의 반대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ㆍ문진석 의원이 지난 3월 각각 발의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개정안에 각각 3000건 넘는 의견이 달려있다. 이는 입법예고기간인 10일 만에 달린 의견이다. 사진 국회입법예고시스템 캡처 국회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복기왕·문진석 의원 개정안에는 입법예고기간인 10일 만에 각각 3339건·3255건(총 6594건) 의견이 달렸는데 절대다수가 반대였다. 두 개정안은 당장의 본체부지 용도변경이 아닌 조성계획 변경 관련 내용이었음에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성계획을 바꿔 주택을 지으려 할 것”이라는 의심을 샀다. ━
오세훈 “1cm도 동의 못 해”, 주민 “녹지 파괴시 與 안 찍어”
③지자체 및 지역주민 반대=법안 개정에 속도를 내더라도 정치적·사회적 마찰음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일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cm라도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용산구 역시 지난 15일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런 추진 방향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모두 야당 소속이지만, 여당이었을 때도 지자체 의견은 같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용산공원 내 주택단지 개발을 위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개정안을 내자, 당시 민주당 소속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공개 반대를 표했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인근에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역 주민 반발은 더 거세다.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 개발 계획이 검토됐을 때 근조 화환 300여 개를 설치하며 반발했는데, 정부가 외려 검토 범위를 10배로 넓혔기 때문이다. 용산구 주민 이모씨는 “서울에 유일하게 남은 녹지를 정치적 목적으로 훼손할 경우 이곳에서 민주당 인사는 절대 뽑힐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용산구 한강로3가의 한 공인중개사도 “용산정비창 개발 사업도 지역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 추진한다는 불만이 상당한데, 이번엔 공원까지 건드려서 지역 분위기가 폭발 수준”이라며 “역사적 아픔으로 녹지로 남게 된 땅을,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모두의 공원으로 승화하자는 게 지역 주민 의견”이라고 했다. ④반환속도·토지오염 변수=모든 반대를 뚫고 법을 개정해도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정화란 변수가 남아있다. 용산구에 따르면 300만㎡의 용산공원 중에서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면적은 76만8000㎡(25.6%) 수준이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용지는 미군과 협의가 필요하고, 반환 후 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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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마지막 남은 녹지, 충분한 협의해야”
전문가들도 용산공원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용산공원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녹지라는 측면에서 시민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며 “국토는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의 주택 공급 필요성은 알겠지만, 꼭 용산공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덜 형성됐다”며 “또 미군기지 토양오염 정화에 걸릴 상당한 시간 등은 공급 시기를 앞당긴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 명확한 실행계획 없이 공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애드벌룬’으로 용산공원을 띄우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도 “용산공원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인 데다 도심 공원은 외곽 녹지보다 가치가 훨씬 크다”며 “역대 정부의 보존 노력을 깨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낮추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만큼 어떤 경우라도 지자체나 지역 주민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