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 "상징적 공원, 주택 안 돼" 반발
'부지 본체는 정원' 특별법, 개정도 필요
토지 오염·교통 대란 등 대책 마련도 난관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일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빈 땅'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한 용산공원이 정부 주택 공급안의 핵심지로 공식화하면서 찬반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 전체를 두고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역사·환경적 상징성을 고려해 녹지로 남겨둬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공급지로서 용산공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서울시와 협의를 준비 중이다. 8·13 주택 신속공급 대책 발표에는 빠졌던 어린이정원은 최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그간 거론됐던 어린이정원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두고 후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후보지로 공식화했다.
'닥치고 공급'을 구호로 삼은 정부로서 용산공원은 택지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서울 중심부여서 교통 편리성이 뛰어난 데다 유휴부지를 찾기가 어려운 도심에서 미개발 상태로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넓은 땅이기 때문이다. 300만㎡ 규모인 용산공원 중 미군으로부터 현재까지 반환된 면적은 76만8,000㎡이고, 어린이정원이 그중 30만㎡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어린이정원에 용적률 상향 적용, 고밀개발 원칙을 적용해 주택을 공급할 경우 1만 가구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주택공급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치한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용산 주민들은 어린이정원 앞에 근조화환 수백 개를 설치하는 등 일찍이 반대 시위에 나섰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관련 법 개정을 멈춰달라는 청원이 14일 게재된 상태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김 장관 발언이 나온 이후 각 입장문을 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달 초부터 "용산공원 훼손은 1㎝도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용산공원을 개발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라는 점도 적잖은 진통을 예상케 한다. 용산공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조성 특별법이 제정돼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고 본체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20년 가까이 지켜져 왔다. 국회에는 반환 완료된 미군부지부터 구역별로 나눠 조성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의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돼 있지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야당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오염 및 교통 대책도 관건이다. 오염 조사 및 정화에 대해 관계기관 협의부터 필요하고 주택 신설로 인한 교통 체증도 심한 도심 중의 도심이라는 점에서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용산구 청파동 주민 김모(64)씨는 "평일은 당연하고 주말엔 국립중앙박물관, 쇼핑몰 등 방문객으로 일대가 차로 가득 차는데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이어서 공원까지 주택이 많아지면 너무 힘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미국, 영국의 도심공원은 주말에만 방문객이 머무르는 곳이 아닌 평시에도 활용 가능한 공원을 목표로 하기에 도보 10분이면 횡단 가능한 크기로 설계됐다"며 "용산공원의 면적이 넓어 도시계획적으로 일부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1만 가구 공급' 식의 일률적 계획보다는 지역적 특성과 교통 문제 등을 고려한 공공·업무용 복합개발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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