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시안 시장 점유율 1위
만두 이을 히트 상품 후보 찾는다
CJ제일제당 보몬트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만드는 모습/사진=CJ제일제당작지만 큰 한 걸음[로스엔젤레스=김아름 기자] 10여년 전만 해도 미국 여행을 갈 때 김치와 김, 즉석밥을 챙겨 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외국에서 갑자기 한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어도 한식이나 한식 재료를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굳이 무겁게 김치 팩을 챙기지 않는다. 갑자기 한식이 그리워질 때면 가까운 마트에 가면 된다. 김치와 김부터 만두, 즉석밥까지 없는 게 없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국 내에서 K푸드의 위상은 이전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맛에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어디까지나 '제 3세계의 이색 먹거리' 정도로 취급됐던 2000년대와 달리 지금 K푸드는 일식이나 중식, 멕시칸 푸드, 타이 푸드에 버금가는 글로벌 푸드로 자리잡고 있다.
CJ제일제당 보몬트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만드는 모습/사진=CJ제일제당그리고 그 중심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가 있다. 'Mandoo'는 이제 중국식 덤플링이나 일본식 교자 못지않은 주류다. 틱톡에선 비비고 찐만두를 먹는 영상이 수백만 회 클릭됐다. ABC의 인기 프로그램 '지미 키멜 쇼'에서도 비비고 만두를 먹는다. 'K푸드 씨앗'이 싹을 틔우는 데는 10년이 훌쩍 넘게 걸렸다. CJ제일제당은 2005년 미국의 면 제조 기업 '애니천(Annue Chun's)'을 인수하며 미국 식품 시장 공략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 슈완스(2019년)를 연이어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의 미국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멜리사 톰슨 트루프 CJ슈완스 아시안식품 제조 담당 부사장/사진=CJ제일제당특히 현지의 대형 냉동식품 제조사였던 슈완스 인수가 분기점이 됐다. 인수 이듬해 B2C 유통망을 통합하며 비비고 만두를 월마트와 크로거, 코스트코 등 대형 채널에 입점시킬 수 있었다. 현재 비비고 만두의 미국 내 B2C 시장 점유율은 40%를 웃돈다. 당연히 1위다. 특히 닭고기와 고수를 넣은 '치킨&실란트로' 만두가 인기를 견인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해외에서 5조92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미국 매출이 4조9136억원으로 83%에 달한다. 미국 시장이 곧 글로벌 시장인 셈이다. 올해엔 각각 6조원, 5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 시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이 비비고 만두다. 지난해 기준 CJ제일제당의 미국 내 아시안 마켓 시장 점유율은 12.9%로 압도적인 1위다.
만두 다음은
만두로 K푸드를 미국 시장에 알렸고, 덤플링과 교자를 넘어 업계 1위로 올라선 CJ제일제당과 비비고의 다음 스텝은 '넥스트 만두' 발굴이다. CJ제일제당은 만두 외에도 밥과 누들, 소스, 치킨, 김 등을 주력 제품군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 만두의 뒤를 이을 대형 카테고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내 핵심 생산 거점인 CJ슈완스 보몬트 공장을 보면 '넥스트 만두'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몬트시에 위치한 CJ슈완스 보몬트 공장은 4만㎡(약 1만2500평)에 달하는 대형 공장이다. 이곳에서 하루 35만 파운드(160톤)의 슈완스·비비고 만두를 생산한다. 이 중 비비고 만두 생산량만 25만 파운드(113톤)에 달한다. 미국 내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여기서 만두만큼이나 중요한 품목이 '밥'이다. 버몬트 공장은 4개의 만두 생산 라인과 2개의 볶음밥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양으로만 따지면 만두 못지 않은 양을 생산한다. 쌀을 가져와 밥을 짓고, 각종 채소와 고기를 볶아 섞고 급속 냉동해 포장을 마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CJ제일제당 보몬트 공장에서 제조하는 제품군/사진=CJ제일제당실적도 '후발주자' 중 가장 눈에 띈다. 2019년 첫 출시 후 4년 만인 2023년 북미에서만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김밥과 햇반 등 다른 '밥' 카테고리도 고속 성장 중이다. 한 차례 돌풍이 몰아친 김밥에 이어 최근엔 백미밥이 웰니스 트렌드를 타고 '건강한 탄수화물'로 각광받고 있다. 치킨과 소스도 눈에 띄는 후보다. K치킨은 이미 미국식 후라이드 치킨과 별도의 제품군으로 인정받는 '대표 한식'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냉동치킨 시장을 접수한 '소바바 치킨'을 2024년 말부터 미국에 선보이고 있다. 소스류 역시 미국인이 선호하는 튜브 형태를 도입해 고추장 핫소스, K바비큐 드리즐 소스 등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멜리사 톰슨 트루프 CJ슈완스 아시안식품 제조 담당 부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모든 가정의 식탁에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식품회사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