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철 입히고 팔아도 이익”
“브랜드 특성 이해하는 분만 사세요”
과열된 웃돈 거래에 “너무 심하다”네 살 자녀를 둔 30대 직장인 임씨는 요즘 영국 프리미엄 아동복 브랜드를 사모으는 데 푹 빠졌다. 소량 생산되는 인기 디자인은 품절되면 중고 가격이 구매가의 두세 배까지 뛰기 때문이다. 임씨는 “일단 살 수 있을 때 사두고 아이에게 한두 번 입힌 뒤 다시 판다”며 “못해도 산 가격 정도는 받을 수 있고, 희귀 패턴 옷은 두세 배 웃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철 입고 금세 작아지는 아동복에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고 있다. 해외에서 소량 출시되거나 단종된 디자인을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다. 단순히 아이가 입던 옷을 처분하는 것을 넘어 가격이 오를 만한 옷을 미리 사두는 아기옷 ‘리셀러’들이 등장하고 있다.
16일 영국 아동복 브랜드 아폴리나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이 머리에 씌우는 보넷 모자는 30파운드(약 5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리미엄 아동복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특정 패턴의 보넷 모자가 13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이 헤어밴드도 개당 7만원에 거래된다. 작은 패션 소품에도 정가의 두세 배에 달하는 웃돈이 붙었다.
인기 제품을 수십만원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중고나라 플랫폼에 올라온 ‘아폴리나 팻시 23 미샤콜라보 원피스’는 게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48만5000원에 판매됐다. 아폴리나의 비슷한 반팔 원피스 정가는 50~66파운드로 한화 10만원 초반대다. 단종 제품이나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일수록 가격이 크게 뛴다. 해당 제품 판매자는 “브랜드 특성을 이해하시는 분들만 구매해달라”고 적었다.
화려하고 개성있는 패턴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아동복 브랜드 ‘던스 스웨덴’도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원피스 한 벌은 약 400 크로나(한화 약 6만원)에 판매되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끈 딸기 패턴의 ‘검딸 게더’ 제품은 중고시장에서 20만원에도 팔린다. 아동복 중고거래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씨는 “특정 패턴과 사이즈의 옷을 구하고 싶다고 글을 올렸더니 인기 제품이라 정가 이하로는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이 달렸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의 한 아동복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우연수 기자저출생에도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4년 1조8628억원에서 지난해 2조323억원으로 9.1% 증가했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것과 달리 한 자녀에게 소비를 집중하는 이른바 ‘골드키즈’ 현상이 확산하면서 고가 아동복과 희소 제품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들이 옷을 입는 기간이 짧다는 점도 거래를 활성화하는 요인이다. 한두 계절만 입고 내놓는 경우가 많아 중고 제품도 비교적 상태가 좋다. 부모들 사이에서 “비싸게 사도 나중에 팔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는 이유다.
웃돈 거래가 과열되면서 육아 커뮤니티 안에선 반발도 나온다. 일부 이용자는 “아이옷과 용품 되팔아 돈 버는 건 지나치다”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판매 행태를 비판했다.
아동복 거래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되팔이’ 단속에 나선 사례도 있다. 한 아동복 플리마켓 카페는 지난 3일 “카페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상품을 다른 데서 프리미엄 붙여 되판다는 신고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되팔이 목적으로 반복 구매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이용정지 및 강퇴 등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할 경우 세금이나 통관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자가 사용 목적으로 해외직구한 제품을 처음부터 되팔 목적으로 여러 벌 구매하거나 지속적으로 판매하면 일반적인 개인 간 중고거래와 달리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반복적으로 국내 소비자를 대리해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배송을 대행하는 경우 사업자등록 및 세금 신고·납부 등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