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뇌 노폐물 청소하는 ‘글림프계’ 활성화
연구팀 “규칙적·심박수 높이는 운동 좋아”
호주 빅토리아대학교 운동생리학과 제임스 브로치 박사 연구팀은 운동이 몸 뿐만 아니라 뇌가 지닌 청소 기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클립아트코리아 운동이 몸뿐 아니라 뇌의 청소 기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빅토리아대학교 운동생리학과 제임스 브로치 박사 연구팀은 운동이 뇌 노폐물을 씻어내는 통로인 글림프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 9건을 분석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글림프계는 잠자는 동안 뇌세포 활동으로 쌓인 노폐물 단백질을 씻어내는 순환계로, 이른바 ‘뇌 청소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떨어져 치매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 동물과 인간 대상 연구를 종합한 결과, 운동이 혈압과 혈관 탄력성 개선, 뇌 염증 감소, 수면의 질 향상 등을 통해 글림프계 기능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실제 쥐를 이용한 실험 7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다. 생후 9주 된 암컷 쥐에게 5주간 자유롭게 쳇바퀴를 돌게 하자, 가만히 둔 쥐보다 뇌 청소액(뇌척수액) 유입량이 2배 넘게 늘었다. 특히 이 효과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활발했는데, 잠들거나 마취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청소 기능이 올라갔다.
나이 든 쥐 36마리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도 쳇바퀴 운동 후 노폐물 단백질 배출이 활발해졌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오래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이는 양도 줄어드는 게 확인됐다.
다만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질병 진행 정도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달랐다. 병이 초기 단계인 쥐는 운동 후 뇌 청소 기능이 개선됐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된 나이 든 쥐는 같은 운동을 시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질병이 진행될수록 운동만으로 뇌 청소 기능을 되살리기는 어려워진다고 봤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2건에 그쳤다. 먼저 18~70세 건강한 성인 18명과 65~75세 알츠하이머병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참가자들은 최대심박수의 75%에 이를 때까지 트레드밀을 걸었고, 운동 전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뇌혈관 주위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건강한 성인은 운동 전후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속도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은 운동을 하기 전 측정에서도 건강한 성인보다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렸다.
이어 연구팀은 19~70세 성인 3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분석했다. 이 중 16명은 12주간 주 3회, 회당 30분씩 최대산소섭취량의 45~60% 강도로 자전거 타기를 했고, 나머지 21명은 같은 강도의 운동을 한 차례 했다. 이후 MRI로 측정한 결과, 12주간 꾸준히 운동한 그룹에서는 뇌 청소액 유입량과 노폐물을 배출하는 림프관의 크기·흐름이 모두 늘었다. 하지만 단 한 차례 운동한 그룹에서는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브로치 박사는 이번 연구가 뇌 보호에 효과적인 근거에 기반한 운동법을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뇌가 하루 동안 쌓인 찌꺼기를 청소할 기회를 갖지 못하면, 나이가 들수록 누적된 찌꺼기가 손상을 일으킨다”며 “수면을 통해 청소해야 하나 나이가 들수록 잘 잠들기 어려운데, 이번 연구는 운동이 그 과정을 도울 가능성을 짚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운동의 효과와 대상 등에 대해 규명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특히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이 건강 전반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운동과 뇌 건강을 잇는 메커니즘을 정리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사람에게서 직접 확인된 증거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더 많은 인체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의 동향(Trends in Neurosciences)’ 올 6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