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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톺아보기]④ 흑자인데 왜 또 철수설?…노조·정부 엇갈린 진단

2018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공적자금 8100억원을 투입하며 시작된 한국GM '약속의 10년'이 2028년 만료됩니다. 한국GM의 사업 구조를 점검하고 2028년 이후 미래를 짚어봅니다.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 /사진 제공=한국GM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 /사진 제공=한국GM


한국GM의 미래를 두고 노조와 정부의 진단이 엇갈린다. 노조는 고용·협력업체 감소를 '철수 수순'으로, 정부는 흑자와 생산·수출 증가를 지속가능성의 근거로 본다. 법인의 경영실적과 국내 산업기반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의 차이다.

관건은 차세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9BXX-2'의 국내 배정이다. 생산계획은 2027년 3분기까지 결정될 전망이다. GM의 지분 처분 제한이 끝나는 2028년보다 약 8개월 앞서 한국GM의 중장기 생산기반이 판가름 나는 셈이다.

현행 차종 생산 연장…9BXX-2 국내 배정은 미정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는 9BXX-2의 글로벌 차량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공장 생산 여부와 생산공장, 동력계, 양산 시점,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GM의 단기 생산 여건은 안정적이다. 지난해 완성차 판매량은 46만2310대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전체의 99.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수출은 44만7216대로 96.7%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생산량도 약 27만대로 집계됐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에는 현행 차종 프로그램이 기존 계획상 2028년 이후에도 생산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GM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한국 사업장에 총 6억달러, 약 8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소형 SUV의 상품성 강화와 생산시설 현대화, 신규 프레스 설비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6억달러 투자계획에 9BXX-2의 국내 생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신차를 배정받은 뒤에도 금형과 생산설비 투자, 부품 공급망 전환, 시험생산 등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결정이 늦어질수록 생산 전환에 쓸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노조는 산업기반, 정부는 경영실적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2018년 한국GM 경영정상화 조치 이후 국내 사업기반이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는 111곳, 협력업체 종업원은 2만4369명 감소했다. 연구개발법인 분리와 부평2공장 가동 중단, 직영 정비망 축소도 국내 사업기반이 약화됐다는 근거로 들었다.

반면 정부는 한국GM 법인의 실적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GM은 2022년 영업흑자로 전환한 뒤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은 12조6129억원, 영업이익은 4898억원으로 집계됐다. 완성차 생산과 수출도 2018년 당시보다 늘었다.

임채욱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은 성급하게 철수 가능성을 단정하기보다 한국GM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밝혔다. 협력업체와 고용이 감소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2018년 조치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와 국내 부품업계 유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지부장(사진 왼쪽)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재환기자 안규백 한국GM 노조지부장(사진 왼쪽)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재환기자


노조와 정부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정상화의 범위를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과 생산량은 한국GM 법인의 경영실적을 보여준다. 반면 협력업체와 고용, 정비망과 연구개발 기능은 국내 자동차 산업기반과 연결된다.

법인 흑자 전환이 곧 국내 사업기반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출을 중심으로 생산과 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판매·정비 조직과 협력업체, 고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와 국내 산업기반 유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2028년 이후 안전장치 '미정'앞서 산업은행과 GM은 2018년 5월 한국GM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7억5000만달러, 당시 약 8100억원을 출자했고 GM은 대출금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포함해 총 64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GM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에는 10년간 처분 제한이 설정됐다. 최초 5년은 매각을 금지하고 이후 5년은 지분 3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도록 했다. 산업은행은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 처분 등에 대한 비토권과 이사추천권, 주주감사권을 확보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신차 2종 배정과 연구개발·국내 부품업체 지원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장치는 GM의 최대주주 지위와 산업은행의 주주 권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생산물량과 고용, 판매·정비망, 연구개발 기능을 보장하는 세부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조치도 확인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국GM 의결권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2028년 5월까지 지분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후 매각 여부나 지분 처분 제한을 대신할 조건은 정하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이른바 '외국인투자기업 먹튀방지법'도 이런 공백을 모두 메우기는 어렵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현금지원을 받은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인투자기업이 폐업할 때 사전 신고와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의 8100억원은 주식 취득을 위한 출자여서 개정안이 규정한 현금지원과 성격이 다르다.

규제 대상도 폐업으로 한정돼 있다. 법인을 유지한 채 공장이나 생산·정비·연구개발 기능, 고용을 줄이는 경우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고용유지계획 제출이나 생산시설 축소에 대한 사전심사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행 차종의 생산 연장과 투자 발표만으로 철수 가능성을 단정하기도,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도 어렵다"며 "9BXX-2의 국내 배정과 이에 따른 생산물량·투자·고용 계획이 GM의 2028년 이후 한국 사업 의지를 판단할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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