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강백신 사표…"권력자 부정부패 은폐 위한 개악"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photo 뉴시스"검찰을 천 번 해체해도 정치적 중립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제 권력과의 유착을 걸러내는 게 더 힘든 구조가 됐다."
지난 8월 11일 주간조선과 만난 한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됐다. 오는 10월 2일에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 수사를맡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다. 검찰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설마했던 수사권 완전박탈이 이재명 정부 들어 현실이 되면서 검사들 사이에서도 그동안 누르고 있던 우려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정치인, 재벌 등을 상대로 한 특수수사를 해왔던 한 현직 검사는 "정치검찰은 애초 권력을 쥔 자들이 만든 것"이라며 "역대 가장 정화된 검찰이 된 시점에 이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를 처벌하려면 수사부터 공판까지 전 과정이 성공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검찰총장 한 사람만 통제하면 됐는데, 지금은 기관이 여러 개로 나뉘게 되니 통제해야 할 통로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기관이 분산될수록 정치권이 개별적으로 접촉할 통로가 늘어나고, 규모가 작고 권한이 약한 기관일수록 외부 압력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검사는 "여당에서 보완제도로 언급하는 특검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물론 보완수사권마저 박탈한 상태에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에게 수사권을 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특검팀에서 근무했던 한 현직 검사는 "미국에서는 특검을 '독립검사(independent counsel)'로 표현한다"며 "대통령 지휘 체계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것으로, 이것이 본래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특검은 대부분 위헌적"이라며 "특검은 대통령과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에만 국한돼야 하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하야한 상황에서 2차 특검까지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답변을 막아서는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경찰 수사 구멍은 누가 메우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의 근본 원인을 정권 차원의 이해관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검사도 있었다. 또 다른 한 현직 검사는 "이 모든 상황이 전과자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퇴임 이후 수감을 피하기 위해 검찰을 민주당 산하기관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격분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김세희 전 부산지검 검사 또한 지난 8월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은 경찰 수사에 뚫린 구멍을 검사가 메워왔는데 이제 누가 메울 수 있을까"라며 "입법자들이 자동차에 네모난 바퀴를 끼워놓고 달리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여권이 내세운 검찰개혁의 공식 명분은 수사권과 공소권 등 권력이 검찰에 한데 모인 것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검사가 수사권과 공소권(기소권)을 함께 틀어쥔 현행 구조 자체가 검찰 권한 남용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7월 31일 형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검사가 수사와 기소도 하던 권력 집중을 끝내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권력을 헌법과 국민의 통제 아래 두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들을 해소한다는 명분보다는 일단 없애놓고 보자는 보복심리가 보완수사권 폐지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 검찰 내부를 비롯한 법조계에서 나온다.
자연히 민주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에 사표를 던지는 일선 검사도 속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이 거명된 성남 대장동 사건 등을 수사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8월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2005년 임용 당시 국가와 체결한 것은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갖는 법률전문가로서 객관적 지위에서 수사를 주재하는 기관이라는 직위에 대한 계약이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해당 직위의 본질적 기능이 '사법경찰이 주재한 수사 결과에 대한 소극적·수동적 판단기관'으로 변경됐다"고 사직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서는 반헌법적 시스템의 변화라며 검찰의 기존 문제 개선에는 실질적 효과가 없으며, 정치적 이익과 권력자의 부정부패 은폐를 위한 개악이라는 취지로 날을 세웠다.
하지만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우려해 법무부는 강 검사의 사직서를 당장 수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사들은 사직 자체를 지연시키는 식으로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이미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검사들의 '집단퇴정'을 지휘한 수원지검 검사들의 사직 재가는 5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뒤 징계 여부 등 결정이 미뤄지면서 사직은 사실상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징계도 사직 수리도 정치적으로 결정"
8월 13일 진행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 심의를 두고도 정치적 목적의 '검찰 죽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용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맡았었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12일 박상용 검사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청구했다. 다른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부당하게 자백을 요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접견 편의를 제공했다는 사유였다. 정작 논란의 발단이었던 '연어 술파티' 의혹은 청구 대상에서 빠졌다. '연어 술파티' 의혹 제기 당사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6월 1심에서 해당 발언과 관련해 위증죄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는 박상용 검사가 별도의 서면보고 없이 지난 4월 7일 야당인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주최한 ''민주당의 공소취소 재판조작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점, 근무시간 중 페이스북 게시물 21건을 작성한 점 등을 새로운 징계 사유 추가했다.
자연히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 사안조차 아닌 경미한 사안인데 붙들고만 있는 것"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근무시간에 SNS를 한 것이 징계 사유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며 "권력의 눈 밖에 나면 반드시 보복하고 말겠다는 것을 과시하는 전시성 폭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