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와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스16·3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서의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레드팀'을 자처하면서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 조 원장의 레드팀 전략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8월 초부터다. 조 원장은 지난 8월 5일 국내 증시 급등락의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지목하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특히 "관치 금융의 실패"라고 비판하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조 원장은 "민주당이 침묵하고 있기에 '레드팀' 입장에서 분명히 말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의 쓴소리는 이어졌다. 지난 8월 9일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 '주52시간제' 예외를 두고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태도는 지방선거 전과는 대조된다. 당시 조 원장은 민주당과 경쟁하면서도 이 대통령과는 철저하게 '한편'임을 강조했다. 선거 기간 "이재명 대통령을 도울 사람이 누구냐"라거나 "민주당보다 더 민주당스러운 후보"라며 민주당 후보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 쇄빙선'을 자처했던 조 원장 입장에서는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넘어 일종의 '친명' 경쟁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렇다 보니 조 원장이 레드팀을 자처하는 데는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선명성 경쟁을 드러내면서 친문·친노 세력의 확실한 차기주자로 입지를 굳히려 한다는 분석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조국의 쓰임새는 李 지지율이 정한다?
조 원장이 레드팀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그가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비교해봤을 때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당장 합당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공간이 사라지고, 민주당과 전면전을 벌이면 지지층이 갈라진다. 그렇다고 민주당보다 강한 개혁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독자 정당의 존재 이유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총선이 꽤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과 진영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합당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의 '레드팀' 전략은 우선 2년 뒤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 입장에서도 당장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2028년 총선까지 독자적인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기 때문이다. 설령 합당을 하더라도 조 원장과 조국혁신당이 가진 정치적 공간의 크기는 중요하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따라 그의 쓰임새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보는 조 원장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만약 김민석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2년 뒤 총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조 원장의) 필요성이 결정될 것이다. 조국혁신당 당원의 상당수가 민주당과 '이중 당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양당의 지지 기반은 겹쳐 있다. 결국 총선이 1년 정도 남는 내년 여름쯤이 분수령이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조 원장은 쉽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에서 머무를 경우 조 원장의 가치가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조국혁신당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지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늘어날수록 조국혁신당은 범여권 이탈표를 받아내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집권 여당의 실패를 바라기도 어렵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개별 정책에서는 민주당보다 한발 더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라며 "'반명'이라는 부담 없이 민주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위치"라고 표현했다.
'친노·친문' 유산에 걸쳐 있는 조국?
여권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을 강화할수록 조 원장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파고들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친노·친문으로 이어져 온 민주당의 정치적 유산의 '계승자'로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도 조 원장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당권 경쟁이 과열될수록 민주당 바깥에 있으면서도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동시에 민주당보다 강한 개혁을 주장하는 조 원장은 이들에게 비교적 부담이 적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조 원장을 중심으로) '친문'이 전부 결집하는 모양새"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사실상 차별화함으로써 계파를 집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민석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면 조 원장의 존재감이 일찌감치 두드러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만약 (김민석 후보가 당선된 이후)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한다면, 민주당 내에서 이념적 논쟁은 톤다운될 것"이라며 "어쩌면 (조 원장이) 민주당 본류를 이야기하면서 친노·친문의 헤리티지(유산)를 되찾는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에게 친노·친문이라는 정치적 유산은 낯설지 않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에도 친문 성향 지지층의 강한 지지를 받아왔다. 조국혁신당 창당 이후에는 검찰개혁 등 민주당의 전통적 개혁 의제를 보다 강하게 주장하며 민주당보다 선명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오기도 했다.
결국 조 원장이 스스로 민주당의 정통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맥락으로도 읽힌다. 한 번도 민주당 당적을 가진 적은 없지만, 민주당의 역사적 정통성과 개혁 노선을 자신이 더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진보 진영에 각인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중도·실용으로 이동할수록 오히려 민주당 바깥의 조 원장이 친노·친문 지지층을 끌어안을 공간이 생기는 역설로 이어진다. 김 평론가는 "(친문·친노 세력에서) 조 원장은 여전히 대권 후보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라며 "(최근 행보 역시) 친문 세력화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