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사기 혐의 받는 워너비그룹 후신
젠슨 황·대통령 언급하며 투자자 모집
경찰, 지오미그룹 사기 혐의 수사 착수
노인 70여 명이 5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지오미그룹 회의실에서 사업 세미나를 듣고 있다. 공병선 기자"누가 만나러 온다고?"
"젠슨 황!"
"젠슨 황이 어디야?"
"엔비디아!"
5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지오미그룹' 회의실에서 열린 사업 세미나. 자리를 가득 채운 청중 70여 명이 일제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름을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강연자는 "카이스트 박사가 만든 수소 발전기를 기반으로 지오미그룹과 엔비디아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사업 청사진을 거창하게 늘어놨다. 청중은 70, 80대 노인이 전부였다.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관계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기자를 둘러쌌다. 청중 가운데 유일한 젊은이라 눈에 띈 모양이었다. 팔을 잡아끌어 사무실로 데려간 뒤에는 책자를 펼쳐 보이며 사업을 설명했다. "인공지능(AI)으로 직업이 사라지는 등 미래가 평탄치 않을 것이다." "연말쯤이면 사업이 완벽하게 진행된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회원 가입이었다.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최고 직급에 오르면 부를 거머쥘 수 있다"며 "지금 여기 있는 것 자체가 복"이라고 부추겼다. 그 와중에도 노인들이 사무실 문을 불쑥 열고 들어왔다. "지인 소개로 왔는데, 어떻게 가입하면 돼요?"
지오미그룹이 7월 가입자를 대상으로 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홍보한 게시물. 독자 제공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지오미그룹의 전신은 '워너비그룹'이다. 대표는 동일한 A씨다. A씨와 워너비그룹은 지난해부터 대전검찰청으로부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워너비그룹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워너비그룹은 다단계 판매 조직 운영으로 대체불가토큰(NFT) 발행,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피해자는 약 3만 명, 피해금액만 2,7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오미그룹은 AI 기술 개발, 황무지 개간용 친환경 비료 개발, 가상자산 발행 등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실상은 워너비그룹과 똑같은 다단계 영업이다. 사실상 '간판 갈이'다. 이날 사업 세미나에서도 강연자는 서류를 보여주면서 "(회원 자격 유지를 위한) 포인트를 재구매하지 않은 사람 명단"이라며 "시간 여유를 줄 테니 빨리 구매하라"고 독촉했다.
사업 내용은 장황했지만 객관적 근거는 없어 보였다. 관계자는 "지오미그룹이 투자해 만든 AI 모델 '챗 원더'가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보다 더 높은 성능 점수를 받았다"며 "시연회를 본 대통령이 깜짝 놀라면서 조용히 개발하라고 귀띔했다"고 말했다. 자체 발행한 '춤(CHUM)' 코인에 대해서도 "세계적 공용 통화가 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춤 코인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엘뱅크(LBank)'에 상장돼 있지만 엘뱅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되지 않은 거래소로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할 경우 불법에 해당한다. 구글의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엘뱅크 앱 설치는 차단돼 있다.
새로운 간판의 지오미그룹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경찰이 지오미그룹과 관련해 사기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오미그룹 측은 "포인트 형태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포인트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젠슨 황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발전기 기술이 확인되면 엔비디아에 사업을 제안하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