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金 32.4%로 2년 연속 1위…鄭 30.2%로 2.2%p차 '초접전'
김혜경 3위로 하락·강훈식 약진…이재용·최태원 첫 10위권 진입
어떤 이름은 시대의 희망이 되고, 어떤 이름은 시대의 과제가 된다. 국민이 누구에게 열광하고 누구에게 힘이 있다고 느끼는지, 그 이름들을 한 줄로 세우면 한 시대의 초상이 된다. 그리고 이름이 뜨고 지는 자리에는 당대의 민심이 있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7년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를 물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의 이동이 역동적인 해다. AI(인공지능)가 산업의 판을 흔드는 사이, 탄핵이 남긴 정치적 여진은 대한민국의 권력 지도를 다시 그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톱3'에 진입했다. 1년 새 주가가 5배 넘게 뛴 SK하이닉스의 고속 성장과 맞물려 그룹 총수의 영향력도 한층 커진 셈이다. 정치의 부침은 더욱 극적이다. 지난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혔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올해 톱10에서 빠졌다. 그 빈자리에는 역설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시대의 명암을 읽으려면, 명단의 빈칸도 직시해야 한다. 올해 전체 영향력 톱10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세대의 벽도 여전히 높았다. 톱10에 오른 정치·경제 인사 6명의 평균 나이는 만 60세다. 손흥민과 BTS(방탄소년단)가 그라운드와 무대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동안, 대한민국 권력의 시계는 여전히 더디게 흘렀다. 떠오른 이름과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한 얼굴들. 그 엇갈린 풍경 속에 대한민국의 현재가 있고,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2026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정부 서열 2위 자리를 내려놓고 여의도로 돌아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국민과 전문가들의 판단은 작년과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그 뒤를 바짝 쫓는 민주당 당권 경쟁자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발소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조용한 내조를 이어온 김혜경 여사는 3위로 한 계단 내려간 가운데 그간 조사와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이 항목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시사저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2026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의 이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항목에서 김 전 총리는 국민 조사 32.4%, 전문가 조사 22.0%의 지목률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정청래 전 대표였다. 국민 조사 30.2%, 전문가 조사 19.4%로 김 전 총리와의 격차는 각각 2.2%p, 2.6%p에 그쳤다. 지난해 국민 조사에서 1·2위 격차가 7.8%p, 전문가 조사에서 6.4%p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좁혀진 셈이다.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30%대에 걸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사가 진행된 7월은 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예비경선을 거쳐 본선으로 넘어가며 경쟁이 한층 격해지던 시기였다. 서로 다른 자리를 각각 내려놓은 두 사람은 당권을 두고 격렬히 맞붙었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누가 이 대통령과 더 가까운가'가 경선의 최대 쟁점으로 굳어졌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 경쟁 구도가 여론에도 어떻게 비춰졌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연합뉴스지킨 김민석, 쫓아온 정청래…강훈식 4위
김 전 총리는 지난해 조사에서 37.0%(국민)를 얻어 영부인 김혜경 여사(29.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정치인이 영부인을 앞선 것은 4년 만이었다. 올해 국민 조사 지목률은 32.4%로 전년 대비 4.6%p 내렸지만 1위를 지켰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25.6%에서 22.0%로 소폭 하락했지만 순위는 그대로였다.
김 전 총리의 영향력은 현직 총리와 비교했을 때 더 부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임 한성숙 총리는 이번 조사에서 일반 국민 조사 10위권에 들지 못했고, 전문가 조사에서만 5.4%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한 총리가 7월1일 임명돼 조사 시작 시점에 취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감안해야 하지만, 김 전 총리의 지난해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지난해 조사는 7월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는데, 7월7일은 김 전 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연 바로 그날이었다. 한 총리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37.0%의 압도적 지목을 받았던 셈이다. 총리라는 자리가 지목률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1년 만에 같은 조사로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총리와 이 대통령의 인연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1년 대선 중앙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2023년 정책위의장을 거치며 이 대통령과 보폭을 맞춰왔다. 2024년 8월엔 당시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의 수석최고위원에 올랐다. 그는 그해 이른바 '계엄설' 시나리오를 처음 제기하며 당 안팎의 존재감을 한층 키웠고, 대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거쳐 초대 총리에 올랐다. 총리 재임 1년 동안 대통령 순방 중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진두지휘하며 '일하는 총리' 이미지를 쌓았다는 평가다.
그를 바짝 뒤쫓는 인물은 민주당의 또 다른 축인 정 전 대표다. 지난해 국민 조사에서 16.4%로 4위였던 그는 올해 30.2%를 얻어 2위로 뛰어올랐다. 1년 새 13.8%p 올랐다. 10위권에 든 인물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7.4%(5위)에서 19.4%(2위)로 12%p 올랐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61.7%의 압도적인 당심을 얻어 당대표에 오른 뒤 검찰 개혁 등 각종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며 강성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왔다. 다만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가져오고도 서울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내주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임에 도전한 그는 "이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정청래"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전문가 조사 모두 2위였던 김혜경 여사는 올해 일반 국민 조사 17.2%, 전문가 조사 13.4%로 각각 3위와 공동 3위로 내려갔다. 국민 조사 기준으론 지난해 29.2%에서 12%p 내려앉아 낙폭이 컸다. 취임 초에 비해 노출이 적은 영향이지만, 김 여사는 여전히 외교 같은 의전 중심의 일정에 집중하며 이 대통령을 조용히 내조하고 있다.
김 여사와 나란히 전문가 조사 공동 3위(13.4%)에 오른 인물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김 여사의 뒤를 이어 15.4%로 4위를 기록했다. 작년 국민 조사에서는 10위권에 들지 못했고 전문가 조사에서도 4.4%로 6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배경에는 그가 비서실장 업무와 별개로 맡아온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등 집중 외교 행보가 꼽힌다. 대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전통적 비서실장 이미지에 더해 성과형 외교가 얹히면서 존재감과 인지도가 빠르게 쌓인 모양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트럼프·문재인 파워…순위 빠진 시진핑·윤석열
기존 10위권을 지키던 이 대통령의 측근 대열도 재정렬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까지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해 일반 국민 조사 3위(18.4%), 전문가 조사 3위(10.2%)에 올랐으나 올해는 두 조사 모두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지난해 국민 조사 5위(16.2%), 전문가 조사 4위(9.0%)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올해는 두 조사 모두 10위권에서 밀려났다. 이 밖에 지난해 일반 국민 조사에서 6위였던 정성호 법무장관(11.2%), 9위 우원식 전 국회의장(6.8%), 10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6.2%)도 올해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흥미로운 것은 그 빈자리를 기업인들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채웠다는 점이다. 이재용 회장이 국민 조사 13.0%(6위), 전문가 조사 9.0%(5위)로 이 항목 10위권에 처음 진입했고, 최태원 회장도 일반 국민 조사 7.4%(8위), 전문가 조사 4.0%(9위)를 기록하며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대미 투자와 관세 이행, 반도체 산업 활성화 등 이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마주 앉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민 조사에서 13.8%로 지난해(10.0%·7위)보다 지목률을 높이며 5위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일반 국민 조사 8.4%로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일반 국민 조사 6.6%(9위), 전문가 조사 4.8%(8위)로 야권 인사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은 일반 국민 조사 6.4%로 이 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 '202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6일부터 7월24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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