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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개월이라도 빨리" 2000억 추경 앵커리츠, 첫 투자도 못 해 [결산대해부⑱]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시급한 곳에 써야" "사업장 불명확" 우려에도 지난해 긴급 편성
상반기 투자 약속했지만 공모 5개월 지연…첫 투자까지 최소 14개월
기존 사업 첫 투자도 전에 또 확대…8·13 대책서 재정 1000억 추가 발표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편성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재정 2000억원이 투입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앵커리츠(부동산투자회사) 출자 사업이 추경 편성 1년이 넘도록 단 한 곳의 사업장에도 투자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추경 편성 당시 올해 상반기까지 대상 사업장 선정과 출자 지원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국회에서는 투자 대상 사업장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는데, 실제 공모가 당초 계획보다 5개월이나 밀렸다. 정부는 이달 발표한 8·13 부동산 대책에서 다음 달부터 투자에 나서겠다고 다시 약속한 가운데, 동시에 4000억원 규모의 앵커리츠를 추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앵커리츠 사업은 지난해 2회 추경에 국비 2000억원 규모로 긴급 편성됐다. 국토부는 민간자금 3450억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회사채 5450억원 등을 더해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2000억원을 출자하면 LH가 자산관리회사(AMC)를 선정하고, AMC는 기관투자자 자금을 더해 부동산투자회사인 '앵커리츠'를 만든다. 앵커리츠는 사업성이 있는 개발 사업장을 골라 토지 매입비의 최대 50%를 빌려준다. 이후 사업장이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본PF 단계에 안정적으로 들어서면 자금을 회수해 다른 사업장에 재투자한다. PF 시장과 건설경기 위축으로 초기 자금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에 공공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 민간 대출을 끌어내고, 회수한 자금을 여러 사업장에 돌려 쓰면서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시내 건설 현장 ⓒ연합뉴스 서울 시내 건설 현장 ⓒ연합뉴스

상반기 투자 약속은 어디로

정부가 추경으로 예산을 긴급 편성했지만, 일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국토부의 사업 추진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 AMC 모집과 가이드라인 마련, 11월 AMC 선정, 12월 리츠 등록과 출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올해 1월에는 지원사업 공모에 착수하고, 상반기 중 대상 사업 선정과 출자 지원 착수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초반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LH는 지난해 7월 AMC 선정 공고를 냈고, 11월 코람코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하며 민간투자 3450억원을 유치했다. 12월에는 앵커리츠를 설립했다. 그런데 당초 올해 1월로 예정됐던 지원사업 공모는 5개월이 밀린 6월17일에야 이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올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상반기는 한 건의 투자도 없이 그대로 지나갔다.

실제 투자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이달 13일 발표한 '8·13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지난 6~7월에야 공모가 진행돼 국토부는 주택사업 25건, 비주택사업 6건 등 31개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첫 투자까지 14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추경 편성 당시 이 사업 추진과 정부 재정 투입의 신속성을 강조했던 것과도 배치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서 "6개월이라도 빨리 이런 앵커리츠를 통해서 정말 그 20~30%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는 토지비를 지원해 인허가 실적을 올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이를 뒷받침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에서 "굉장히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브릿지론 자체가 아직 신용경색 상태"라며 "정체되는 것을 좀 뚫어 주자는 최소한의 지원이다. 그것도 기업이 주로 하고 정부는 마중물 투자만 한다"고 원안 유지를 주장했다.

국토부의 앵커리츠 사업 계획 ⓒ국회 예산정책처 국토부의 앵커리츠 사업 계획 ⓒ국회 예산정책처

반면 야당에서는 당장 효과를 내야 할 예외적 재정 수단인 추경 사업으로 앵커리츠를 서둘러 편성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예결기금소위에서 "정말 시급한 곳에 우리가 예산을 투입해서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런 것을 위해서 추경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기본적으로 계획도 수립이 안 돼 있고, 1조원을 조성해 브릿지론으로 돈을 출자하는 투자를 하는데 대상 사업장도 아직 명확하게 가이드라인도 확정이 안 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대식 의원도 지난해 7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에서 "정말 우수 사업장에 하는 것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민간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데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 여러 가지 조건이 있기 때문에 굳이 추경에 반영돼야 하는 건지, 시간을 더 갖고 생각해도 되지 않는 건지 이렇게 생각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신우 당시 예결특위 수석전문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브릿지론은 은행권이 리스크를 감안하여 투자하는 구조인데 정부가 이를 대신 떠안는 것은 무리한 시장 개입으로 보이고,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대형 건설사일 가능성이 높아 특혜 우려가 있으므로 감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회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처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예정처는 지난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서 "앵커리츠는 아직 실체가 없는 사업에 대해 미래의 분양가, 공사비, 시장 상황을 예측하여 현재의 토지 가치를 평가하고 각 프로젝트에 대한 출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준공 전·후 단계를 지원하는 다른 방식과 달리 대상 사업장 선정 과정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을 짚었다. 사업장 선정이 늦어질수록 추경을 통해 긴급하게 자금을 투입한다는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2000억도 제대로 못 썼는데 "1000억 더 얹는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8·13 대책을 통해 앵커리츠를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앵커리츠는 주택사업 비중을 70% 이상으로 운용하며 9월부터 신속 투자에 착수하고, 이와 별도로 수도권 주택사업 전용 앵커리츠를 2027년 4000억원 규모로 새로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예산 1000억원에 민간투자 1000억원, 회사채 2000억원을 더하는 구조로, 5년간 수도권 주택 1만호의 신속 착공을 지원하겠다는 기대 효과를 제시했다. 기존 앵커리츠 사업의 첫 투자조차 차일피일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별도의 앵커리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우수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브릿지론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예측 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향후 사업 경과를 바탕으로 예정한 상환 기간을 초과하였을 때의 유예 기간, 연체이자 등 구체화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수립한 투자 계획에 따라 대출금을 신속하게 회수하여 재투자할 수 있도록 사업을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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