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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0억 현금만 받겠다"는 노소영...SK 주가 폭락 막으려 '시간 벌기' 나선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 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단기간에 조 단위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및 주가 방어 부담이 커지자, '현금+주식' 절충안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무산된 여파다.

1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대리인단은 재상고 기한 만료 직전인 지난 14일 밤 11시 59분 서울고등법원에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리인단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현금 9440억' 마련 난항...'주가 충격·지배구조 흔들릴라' 주식 혼합안 제안

최 회장 측은 당초 지난달 24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9년 넘게 이어진 소송을 매듭짓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고 기한인 약 3주 안에 944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방안도 거론됐으나, 대주주가 시장에 대규모 주식을 급매 처분할 경우 SK 주가 급락과 지배구조 불안정을 촉발해 일반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현금과 SK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주가가 하락하면 최 회장이 차액을 보전하고, 주가가 오르더라도 차익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파격적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이 판결 주문대로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합의는 최종 결렬됐다.

하루 1.3억 지연이자 일단 멈춰...'법리 오해' 쟁점으로 최종전 돌입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연 5%에 달하는 막대한 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였다. 9440억 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약 1억 3000만 원, 연간 약 472억 원 규모다.

재상고장 제출로 판결 확정이 미뤄지면서 최 회장은 수십억 원대의 소송 인지대를 감수하는 대신 지연이자 부담을 피하고, 실질적인 자금 조달 및 지급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재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재산분할 비율과 산정 법리가 될 전망이다. 파기환송심은 주식 가격 산정 기준 시점을 2024년 4월 항소심 변론종결일로 잡았으나, 6월 변론종결일까지 주가가 16만 원대에서 85만 8000원으로 급등한 사정을 분할 비율(노 관장 33.3%, 최 회장 66.6%)에 반영했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기여가 배제됐음에도 이전 2심(35%)과 큰 차이 없는 비율이 인정된 셈이다.

최 회장 측은 기준 시점 이후의 주가 변동을 비율 산정에 반영한 논리적 모순과 최근 SK 주가가 50만 원대로 급락한 시장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법리 오해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사실관계가 아닌 법리 적용 여부만을 판단하는 법률심이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미 대법원의 환송 취지를 상당 부분 반영해 결론을 낸 만큼 판결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재계에서는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SK그룹의 경영권 및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자금 조달 시나리오 마련이 최 회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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