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출근하던 교사 참변
검찰은 사형 구형…법원은 무기징역 확정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피의자 최윤종이 2023년 8월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3년 전 오늘인 2023년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 방학 중 연수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로 향하던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습격당했다.A씨는 평소 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교사였다.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 사비를 들여 필요한 물품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일도 먼저 맡았다. 동료와 제자들 사이에서는 “천생 선생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그의 평범한 출근길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바뀌었다.
범인은 최윤종이었다. 그는 너클을 착용한 채 A씨를 폭행했고, A씨가 “살려달라”며 저항하자 공격을 이어갔다. 최윤종은 A씨를 너클로 몇 차례 가격한 뒤에도 A씨가 의식을 잃지 않고 저항하자 “너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라며 잔혹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 최윤종은 성폭행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출동 당시 A씨는 이미 의식과 호흡, 맥박을 잃은 상태였다.
인근 등산객이 비명을 듣고 신고하면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최윤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 발생 이틀 뒤인 8월 19일 숨졌다. 사인은 목 부위 압박으로 인한 질식과 그에 따른 저산소성 뇌 손상이었다.
처음 체포됐을 당시 최윤종은 범행을 부인했다. “나뭇가지가 떨어져 여성이 넘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주변에서 금속 재질의 너클이 발견되고 수사 과정에서 범행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의 진술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너클 구매하고 CCTV 사각지대 찾아놔…‘우발적 범행’ 아니었다
최윤종은 사건 발생 약 4개월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너클을 구입했다. 범행 전에는 등산로 일대를 여러 차례 돌아다니며 주변 지형을 살폈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을 찾는 등 범행에 이용할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에도 오전 9시 55분께 집을 나선 뒤 약 한 시간 동안 걸어 등산로 인근으로 이동했다. 둘레길 입구에서는 30분 넘게 머물며 범행 대상을 찾았다. 이후 오전 11시 40분께 등산로를 지나던 A씨를 공격했다.
경찰 조사와 포렌식에서도 계획 범행 정황이 잇따라 확인됐다. 최윤종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는 ‘너클’, ‘성폭행’, ‘살인’, ‘살인 예고’ 등의 검색 기록이 발견됐다.
특히 2022년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찾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최윤종은 해당 사건을 접한 뒤 피해자를 기절시키고 CCTV가 없는 곳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취지로 범행을 구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전 휴대전화에는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 “인간은 기회를 잡아야 해” 등의 문구도 남겼다.
범행 이후의 태도는 더욱 공분을 샀다. 체포 당시에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물을 요구하거나 “너무 빨리 잡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에서도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윤종은 1심에서 피해자가 강하게 반항해 범행이 커졌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려 했다. 이후에는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적이 없고 단지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살해 고의도 부인했다.
검찰은 사형 구형했지만…대법원, 무기징역 확정
최윤종이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 JTBC 갈무리검찰은 최윤종의 높은 재범 위험성과 범행의 잔혹성 등을 이유로 사형을 구형했다.하지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과 사형이 생명을 박탈하는 최후의 형벌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10년간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는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최윤종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역시 결론은 같았다. 재판부는 범행을 멈추고 피해자의 생명을 침해하지 않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범행을 계속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선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윤종은 항소심까지 모두 21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반성문에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진정한 죄책감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처지를 호소하며 선처를 바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결국 2024년 8월 29일 대법원은 최윤종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도 함께 확정됐다.
사건 이후 해당 등산로에는 시민들의 불안이 이어졌다. 관할 구청은 인적이 드문 샛길 대신 이용객이 많은 정식 등산로를 이용하고 2인 이상 함께 산행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상처를 남긴 것은 피해자의 가족과 제자들이었다. A씨의 장례식에는 제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제자는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에 “가르쳐주신 대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사건 발생 1년여 뒤 A씨는 순직이 인정됐다.
범죄자 15만 명이 거리를 활보한다? 정치 특검이 삼킨 내 사건, 무너진 민생 치안의 충격적인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