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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못 내준다" vs "닥치고 짓자"…용산공원 90만평 놓고 정면충돌

정부, 용산어린이정원 넘어 공원 전체서 주택 공급 후보지 검토
서울시·용산구 "미래세대 국가자산"…주민들도 근조화환 내걸며 반발
20년 '본체부지 전체 공원화' 원칙 바꾸려면 법 개정·오염 정화도 난관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photo 뉴스1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photo 뉴스1

정부가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공식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운 정부는 '닥치고 짓자'는 기조 아래 용산공원 일부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와 용산구, 지역 주민들은 "미래세대에 물려줄 국가공원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유지된 '용산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 공원화' 원칙을 깨려면 법 개정까지 필요해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은 좀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오염 정화, 미군과의 협의 같은 크고 작은 문제를 극복해서 집을 짓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주택 공급 원칙을 두고 "닥치고 짓자"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논란이 커지자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원 내 주택 건설에 적합한 부지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용산공원까지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서울의 만성적인 택지 부족이 있다. 정부가 8·13 주택 신속공급 대책에서 발표한 서울 신규 부지는 강서구 염창동 1000가구와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부지 250가구 정도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에 달한다. 현재까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부지는 76만8000㎡로 전체의 약 25.6%다. 이 가운데 현재 용산어린이정원으로 활용되는 부지만 약 30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어린이정원에 용적률 상향과 고밀개발을 적용할 경우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법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법에는 "국가는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서 "용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땅이지만, 이제 이 땅에 새로운 미래가 열리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공원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약 20년간 유지된 이 원칙에 손을 대야 하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복기왕·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반환이 완료된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핵심으로, 본체부지를 곧바로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법안은 아니다. 정부가 어린이정원 등 본체부지에 실제 주택을 공급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 개정을 둘러싼 여론도 심상치 않다. 국회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복기왕·문진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입법예고 기간 각각 3339건과 3255건 등 총 6594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상당수가 반대 의견이었다.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photo 뉴스1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photo 뉴스1

서울시와 용산구도 정부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김 장관 발언 직후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도심 녹지인 용산공원을 훼손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당장의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없이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산구도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추진 방향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강력히 반대한다"며 "주택은 다른 지역에 추가로 공급할 수 있지만 국가의 상징공간이자 미래세대에 물려줄 대규모 도심 국가공원은 한번 잃으면 다시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는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치한 근조화환 수백 개가 등장했다. 정부가 검토 대상을 어린이정원에서 용산공원 전체로 넓히면서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법과 주민 반발을 넘어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전체 300만㎡ 가운데 아직 약 4분의 3이 반환되지 않은 만큼 미군 측과 협의가 필요하고, 반환된 부지 역시 오염 조사와 정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규모 주택이 들어설 경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과 맞물린 교통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용산공원 개발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용산공원 규모가 큰 만큼 일부 부지를 주택이나 공공·업무시설 등으로 복합개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서울 도심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이자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산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미군기지 토양오염 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신속한 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와 서울시의 첫 정면 승부는 오는 20일이 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 시장과 만나 용산공원을 비롯한 서울 내 추가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서울시와 협력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협력하겠다"면서도 "서울시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함을 보여준다고 보면 안 된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서울 주택난 해결을 위해 '마지막 금싸라기 땅'에 손을 댈지, 20년 가까이 이어온 국가공원 조성 원칙을 지킬지를 두고 용산공원이 향후 주택 공급 정책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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