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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도 안 저질렀는데 소년원행…"내 아이 감당 못해" 법원 찾는 부모들

가정·학교 훈육 약화에 법원 찾는 보호자들
'보호자 통고' 2020년 270건→2023년 570건
"첫 비행이 골든타임"…처벌 강화보다 가정·사회 보호력 회복해야
photo 게티이미지 photo 게티이미지

양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도 '보호자 통고'로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에 들어온 한 여학생이 있다. 자주 집을 나와 친구들과 어울렸을 뿐 중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던 이 학생은 자신이 부모 손에 끌려 이곳에 보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억울함에 휩싸여 반항을 거듭하던 학생은 결국 반성 태도 미흡 등으로 소년원 송치 결정을 받았다. 마지막날 학생은 "내가 그렇게 반항했는데도 욕하고 때리지 않은 어른들은 이곳이 처음이었다"는 먹먹한 말을 남기고 심사원을 떠났다.

여기서 등장하는 보호자 통고란 법률 용어다. 소년법 제4조 제3항에 등장하는 '통고'는 부모나 학교장, 사회복리시설의 장 등 소년의 보호자가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에 직접 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 전 법원의 위탁에 따라 소년은 '소년분류심사원'에 가게 되고 심리상담, 인성교육, 생활태도 등을 심사해 최종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다. 통고 제도는 비행 초기 단계에서 아이를 선도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통고 접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20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통고 사건은 270건에 불과했으나, 2021년 458건, 2022년 502건, 2023년 570건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아이들이 법원으로 흘러드는 배경에는 가정과 학교 내 훈육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사회적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정당한 지도조차 무력화되자, 부모의 통제에 반항하는 아이들이 역으로 부모나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까지 빈번해졌다. 통제력과 보호력을 상실한 어른들이 법원의 힘을 빌리는 이유다. 실제로 2023년 전체 통고 사건(570건) 중 보호자가 신청한 경우가 345건, 학교장이 신청한 경우가 94건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출과 탈선이 반복되거나 가정·학교에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아이들에 대해 법원 소년부 판사는 약 4주간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하도록 하는 '임시조치' 감호 결정 명령을 내린다.

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범죄를 저질러 경찰·검찰 수사를 받던 중 사건이 소년부로 송치된 경우, △보호관찰 중 가출이나 재비행 등 준수사항을 위반해 유치된 경우,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신청하는 통고다. 단, 살인·강도 등 중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이상 '범죄소년'은 구치소 수감 등 형사절차를 밟지만,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중범죄라도 소년부 보호처분 대상이 돼 이곳으로 온다.

결국 소년분류심사원은 위기의 아이들이 소년원 송치나 보호관찰 등 최종 처분을 받기 전, 분류심사관들이 도출한 종합심사보고서를 통해 판사의 처분을 돕는 핵심 관문이다. 석철우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장은 "판사의 결정에 따라 사건이 경미하거나 보호자의 보호 능력이 양호하면 자택에서 지내다가 출석해 재판을 받지만, 중한 처분이 예상되거나 가정 내 통제력을 잃은 아이들은 대부분 심사원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소년분류심사원(대행 시설 포함 8곳)을 거쳐 간 소년 3334명 중에서도 강력범죄가 아닌 '보호관찰법 위반'(891명)이나 '우범'(499명) 등으로 위탁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가정이나 시설의 통제권을 벗어난 아이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의미다.



중범죄 아닌데 소년원행

"이곳은 벌 주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가 왜 탈선했는지, 비행원인을 분석하고, 아이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석철우 안산지원장의 말이다. 지난 4월 '여자소년 전담'으로 새로 문을 연 안산지원은 가정법원 소년부로부터 위탁된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보호소년(촉법·우범·범죄소년)을 수용하며 비행 원인을 밀착 조사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통고 절차에 들어선 아이들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보호자의 보호 의지'를 꼽는다. 통고 제도로 들어온 아이들은 수사기관이 개입할 정도의 중범죄자가 아니기에 곧바로 소년원에 송치(9호·10호 처분)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지도와 양육을 포기하고 아이를 떼어놓기 위한 수단으로 통고를 활용할 경우, 아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앞서 언급했던 안산지원의 한 여학생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마음을 열고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하면서 비극을 막은 사례도 있다. 법원이 발간한 '2024 소년 통고 실무'에 따르면, 부모에게 막말을 하고 가출을 일삼으며 보호관찰 명령까지 위반해 심사원에 들어온 한 소년이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보호자는 강력한 처벌과 시설 감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심사원의 전문가 심리 진단 결과 소년은 장애와 규범 내재화 부족으로 부적응을 겪고 있었을 뿐, 내면에는 부모의 인정과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법원은 '불처분' 결정을 내렸고, 보호자 역시 마음을 돌려 아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보호자의 완전한 부재로 갈 곳이 없어 들어오는 '무위탁자' 아이들의 사연도 현장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보육원 등 시설을 전전하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들어온 한 여학생 이야기다. 입원 첫날, 보통의 아이라면 낯선 환경에 두리번거리거나 주춤하기 마련이지만, 이 학생은 식사 배식을 받을 때 아무런 지침이 없어도 기계적으로 줄을 서고 식판을 받아들었다. 어릴 적부터 여러 집단 시설을 거치며 몸에 배어버린 습관이었다. 김민섭 안산지원 교무계장은 "처음 오면 아이답게 당황하고 두리번거리는 게 정상인데, 시설 생활에 너무 일찍 길들여진 모습에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설 안산지원 생활지도계장은 "보호자가 있는 경우 면담 과정에서 '집으로 데려가 다시 지켜보겠다'며 마음을 돌리는 부모도 있지만, 반대로 부모가 포기해 버리거나 부재하면 아이가 변화하고 회복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 photo 김효림 기자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 photo 김효림 기자

첫 비행이 골든타임

이처럼 갈림길에 선 아이들을 위해 안산지원에서는 정확한 심사를 하기 위해 끊임없는 관찰과 교육이 이뤄진다. 아침 6시30분에 기상한 학생들은 일반 교과목 대신 1교시부터 7교시 내내 피해자 공감, 분노 조절, 미술치료 등 내면의 인식 교정을 위한 '인성교육'을 받는다.

생활관 호실은 1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정신적 불안정성이 큰 경우엔 1인실을 쓰지만,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다인실로 배정된다. 다만 공범 관계인 소년들은 철저히 분리 수용하며, 아이들끼리 사적 대화나 불량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CCTV와 순찰을 통해 통제한다.

수업 태도부터 호실 생활, 부모 면담까지 모든 언행은 데이터로 쌓여 최종 의견서에 반영된다. 김민섭 교무계장은 "밖에서는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던 아이들이 짧은 위탁 기간 동안 내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이 안고 있는 수용 과밀화와 인프라 부족은 심각한 걸림돌이다. 현재 독립된 소년분류심사원은 서울과 안산 단 두 곳뿐이다. 서울심사원은 지난 8월 10일 기준 정원(135명) 대비 현원이 220명에 달해 수용률이 163%에 육박하며, 안산지원 역시 개청 불과 4개월 만에 정원(80명)을 초과한 91명이 생활 중이다. 지방은 소년분류심사원조차 없어 춘천, 대전, 대구 등 소년원 6곳이 심사 업무를 대행하며 직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문제는 어느 때보다 어른들의 '보호력'과 '훈육'이 약해진 현 상황에서, 최근 사회적 화두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 14세 → 만 13세)' 같은 처벌 강화책만으로는 아무런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아이를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한 형벌 연령을 낮춰봤자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소년분류심사원 촉법 위탁생 중 만 13세의 비중은 9.1%에 불과하며, 대다수는 가정이나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중·고교 연령대의 범죄소년이나 보호관찰 위반자다.

현장 관계자들은 단순한 처벌 강화나 연령 하향을 넘어, 아이들이 비행 환경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돕는 사법 체계 내 '중간단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나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연계해 비행 청소년들이 거칠 수 있는 안전망이나 환경 개선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이들이 처분을 받고 나가더라도 돌아갈 가정과 사회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재비행의 고리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소년사건에서 사법적 처벌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인 '청소년청(Jugendamt)'이 1차적으로 개입한다. 청소년청은 아이를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주체로 보고 전문 상담, 부모 교육, 가정 방문 지도, 위탁 보호 등 복지 서비스를 진행해 가정의 보호력을 보완한다. 법원으로 가기 전 국가와 사회가 할 수 있는 한 아이를 돕는 안전망인 셈이다.

서설 생활지도계장은 "처벌을 받아 본인이 한 행동에 책임을 졌다면 다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줘야 한다"며 "첫 비행을 저질렀을 때 어른들이 포기하지 않고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비행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진정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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