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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터지면 이미 늦었다”…임대차 계약 직후 합의 내용 ‘법원 조서’로 남겨놔야

제소전화해, 임차인 동의 없이는 성립 못해…만기 직전 신청하면 실익 떨어져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임대차 계약 만기가 다가오고 임차인과 갈등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뒤에야 제소전화해(분쟁 전 합의 내용을 법원 조서로 남기는 절차)를 알아보는 임대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소전화해는 분쟁이 이미 터진 뒤 활용하기보다 계약 직후 미리 준비해야 효과가 크다. 임대인이 혼자 받아두는 서류가 아니라 임차인과 함께 합의해야 성립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6일 “제소전화해는 법원이 판결을 내려주는 절차가 아니라 양쪽 당사자의 합의를 조서로 만드는 절차”라며 “임차인의 협조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쟁이 이미 시작된 뒤에는 임차인이 화해에 응할 이유가 적기 때문에 적기는 갈등이 생기기 전인 계약 체결 직후”라고 말했다.

제소전화해는 민사소송법 제385조에 따라 소송을 하기 전에 법원에 화해를 신청하는 절차다. 쉽게 말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앞으로 지켜야 할 조건을 미리 정하고, 그 내용을 법원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다.

법원이 화해기일을 정하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출석해 미리 정한 조항에 동의한다. 이후 법원이 작성한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임대료를 장기간 연체하거나 계약이 끝난 뒤에도 건물을 비워주지 않을 경우, 미리 제소전화해 조서를 받아뒀다면 임대인은 별도의 명도소송을 거치지 않고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신청 시점이다.

계약 만기를 코앞에 두고 제소전화해를 신청하면 법원이 기일을 정하고 양쪽 당사자가 출석해 조서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계약이 끝나거나 임대료 연체, 명도 거부 같은 분쟁이 먼저 발생할 수 있다.

임차인의 협조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소전화해는 임차인이 화해기일에 출석해 조항에 동의해야 성립한다. 이미 임대인과 갈등이 생긴 임차인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조항에 동의하지 않으면, 신청서를 냈더라도 집행력이 생기지 않는다.

엄정숙 변호사. 엄정숙 변호사.

화해가 성립하지 않으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소제기신청을 통해 일반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이 절차를 거친다고 통상의 명도소송보다 빨리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소전화해의 핵심은 분쟁이 발생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생기기 전에 강제집행이 가능한 법원 조서를 미리 확보해두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직후를 제소전화해의 적기로 본다.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단계에서는 임차인도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의사가 있는 만큼 절차에 협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서에 ‘제소전화해 절차에 협조한다’는 특약을 넣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런 특약이 있다고 해서 임차인에게 화해 성립을 강제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 체결 직후 실제로 법원 절차를 진행해 조서까지 받아두는 것이 더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재계약을 하면서 조건을 바꾸거나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맺는 시점도 제소전화해를 진행하기 좋은 때로 꼽힌다.

실제로 상가를 임대한 집주인 A씨는 계약서에 제소전화해 협조 특약만 넣어두고 실제 절차는 미뤘다. 2년 뒤 임차인의 임대료 연체가 시작된 후에야 제소전화해를 신청했지만 임차인은 화해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집주인 A씨는 별도의 명도소송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제소전화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신청 과정에 들인 시간과 비용도 그대로 소요됐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분쟁 해결 수단이라기보다 분쟁 예방 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계약 조건이 합의되는 시점에 화해조항까지 함께 정리해 조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만기가 임박했거나 이미 갈등이 시작된 상황이라면 제소전화해에 매달리기보다 내용증명이나 명도소송 등 현재 상황에 맞는 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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