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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환불, 폐업…강제성 없는 약관으로 '필라테스 고질병' 잡겠다? [질문의 기술]

더스쿠프 질문의 기술
요가·필라테스 표준약관 한계
먹튀에 무방비인 소비자
환불 꼼수에 멍든 시장
강제성 없는 표준약관
권고에 맡긴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가·필라테스 업계에 '표준약관'을 마련했다. 기이한 환불 관행, 무분멸한 휴·폐업 등 비뚤어진 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효성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그쳐 사업자가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어서다. 공정위는 정말 '권고' 정도로 업계를 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공정위가 요가·필라테스 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표준약관을 만들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정위가 요가·필라테스 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표준약관을 만들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요가·필라테스 업계에 칼끝을 겨눴다. 불리한 환불 관행과 예고 없는 휴·폐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지난 7월 표준약관을 마련했다. 업계에 명확한 거래 기준을 제시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분쟁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표준약관은 공정위가 사업자와 소비자가 계약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일종의 기준이다. 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 구제 혹은 합의·조정 과정에서 판단 기준으로 활용된다. 업계의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정위가 별도의 기준을 마련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요가·필라테스는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헬스장은 체육시설법상 '체육시설업'으로 관리되지만, 요가·필라테스는 별도 규정이 없는 자유업종이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어서 관리 체계가 따로 없었다. 당연히 요가·필라테스 업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환불 관행이나 예고 없는 휴·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명확한 기준도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도 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요가·필라테스 관련 피해 상담은 2021년 818건에서 2022년 932건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1919건까지 급증했다. 2024년에도 1211건이 접수됐다. 그 이후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추세로 볼 때 피해 상담 건수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폐업 피해가 두드러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진행한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필라테스 이용자의 9.9%, 요가 이용자의 11.5%가 사업자 폐업으로 이용료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미환급액은 25만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이번에 마련한 '요가·필라테스 표준약관'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환급금을 '정상가'가 아닌 '실제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장기 이용권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 뒤 회원이 중도 해지를 요구하면 '할인 전 가격(정상가)'을 기준으로 이용 횟수를 차감해 환급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사례가 만연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실제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환급금을 산정하도록 해 이상한 환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위약금에도 상한선을 뒀다. 소비자가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위약금을 총이용금액의 10% 이내로 제한했다. 요가·필라테스는 이용하는 방식이 횟수·기간 두 가지 형태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이용 형태별 환급 기준도 명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휴·폐업에 따른 '먹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사업자가 휴·폐업할 경우 최소 14일 전에 회원에게 알리도록 했다. 아울러 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 내용도 명확히 안내하도록 했다.

이번 약관 제정은 사각지대에 있던 요가·필라테스 시장에 명확한 거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 제정으로 요가·필라테스 업계에 만연해 있는 사업자·소비자 간 분쟁을 줄어들고 거래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자가 환불 기준과 사업자의 휴·폐업,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서 '먹튀' 피해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표준약관은 사업자에게 강제 적용되는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사업자가 표준약관을 따르지 않더라도 이를 직접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사업자가 환급금을 정상가 기준으로 산정해 과도하게 공제하거나 위약금 상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또 다른 분쟁 절차를 밟아야 한다.

휴·폐업 14일 전 통지도 결국 '알리는 것'에 그친다. 표준약관이 사업자의 휴·폐업을 막거나 소비자 피해를 직접 보상하는 장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는 이미 헬스장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헬스장 표준약관이 개정됐지만 이후에도 '먹튀' 피해는 이어졌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이 이뤄진 지난해 5월 피해 접수 건수는 4건으로 줄었지만, 6월과 7월 각각 15건, 11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8월엔 4건으로 다시 줄어드는가 싶더니, 9월엔 1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보증보험 안내 조항 역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에게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안내'하도록 했을 뿐, 가입 자체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소비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보증보험 가입을 사업자 자율에 맡긴 셈이다. 사업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폐업 시 미환급금을 보증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표준약관이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사업자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에 제공할 것"이라며 "업계가 혼선 없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도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언적 지침을 넘어 실질적인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표준약관 제정은 요가·필라테스 시장의 불공정 계약을 바로잡을 최소한의 '기준선'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 약관만으로 불합리한 환불 관행이나 '먹튀'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요가·필라테스업을 체육시설법상 신고업종으로 포섭해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테두리 안에 두고,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표준약관 신설에 그치지 않고 사후 모니터링과 제도 개선을 이어가야 한다." 과연 요가·필라테스 업계는 이 정도 규제로 달라질까. 알 수 없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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