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군 무인정, 中에 통신 신호 보내
중국산 보안 우려 커지는 가운데
美, 드론 이어 애플 中 메모리 제동
한화오션, 삼전닉스 수혜 가능성지난 9일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한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영국 해군이 운용하는 무인정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이상한 신호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가 해군의 K3 스카우트 무인정을 조사한 결과, 탑재된 중국산 카메라가 중국의 IP 주소로 자동적인 '상태 확인(heartbeat)'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 | 뉴시스]민감한 군사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영국군은 해당 카메라의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 사용자가 의도치 않는 상태에서 중국의 서버와 통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보안 위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산 제품을 핵심 공급망에서 밀어내는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무인항공기와 관련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외국산 드론과 부품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했다. [※참고: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수입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외국산 드론과 부품에는 크기나 용도 등에 따라 최고 100%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미국 드론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산 드론과 부품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 드론에 반도체까지 중국산 밀어내기= 드론뿐만 아니라 최근 반도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가격이 치솟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과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낸드플래시 사용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WSJ에 "트럼프 행정부는 그것에 찬성하지 않는다(The Trump administration is not in favor of that)"고 직설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훌륭한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격보다 공급망의 안전을 우선이라는 것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 챗GPT]문제는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애플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와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메모리 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생산능력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중국을 빼면 당장 그 빈자리를 채울 곳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커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기 어려워진다면 선택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다. AI 투자로 메모리 공급까지 빠듯해진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새로운 공급처가 막힌다면 기존 메모리 업체의 가격 협상력과 전략적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 한국 제조업에 기회 열릴까 =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드론 관세 포고문에 서명한 13일 미국은 조선업에서도 새로운 문을 열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 조선업체가 미 해군 함정을 본국 조선소에서 최대 2척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로이터통신은 14일 "한화와 핀칸티에리 주가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외국 조선소에 개방한 뒤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한화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를 이번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 후보로 지목한 셈이다.
한화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조선업의 부족한 생산능력을 보완하려면 세계적인 건조능력을 갖춘 동맹국 조선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 조선업체가 미 해군 함정을 본국 조선소에서 최대 2척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 | 뉴시스]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제는 '누가 더 싸게, 잘 만들어 공급하느냐' 못지않게 '누가 만들었느냐' 그 자체가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밀어내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강해질수록 그 빈자리를 채울 생산능력도 필요해진다. 미국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면 결국 믿을 만한 동맹국을 찾을 수밖에 없다.미 해군 함정을 둘러싼 변화가 한화오션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면 중국산 메모리를 둘러싼 논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를 하나씩 지워나갈수록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이냐는 질문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의 자리가 얼마나 넓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장규석 더스쿠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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