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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해변을 놀이터와 촬영장으로 만든 Z세대

[김상하의 이게 뭐Z?] 올여름 SNS 채운 Z세대의 기발한 바다 인증숏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7말 8초’라는 말이 있을 만큼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대표적인 휴가철이다. 올해는 유독 더위가 강해 바다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바다까지 가서 물놀이만 하고 돌아올 Z세대가 아니다. 평범한 공간에서도 놀거리를 만들고, 그곳에서만 남길 수 있는 인증숏을 찍는 그들. 모래로 스핑크스와 케이크를 만들고, 몸과 컵까지 반짝이게 꾸민다. 이번 주에는 올여름 Z세대의 바다 인증숏을 채운 유행을 소개한다.

#흙수저의 이집트 여행법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모래 스핑크스를 만들어 찍은 영상이 인기다. 인스타그램 ‘@jeju_source’ 계정 캡처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모래 스핑크스를 만들어 찍은 영상이 인기다. 인스타그램 ‘@jeju_source’ 계정 캡처
바닷가가 갑자기 이집트로 변했다. 시작은 ‘2025년 흙수저의 이집트 여행’이라는 콘셉트의 영상이었다. 두 사람은 모래사장에서 어딘가를 향해 절을 하고, 세 남자는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 속 인물처럼 춤을 춘다. 아라비안나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음악까지 흐른다. 이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영상에는 모래로 만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영상이 최근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여수와 부산 등 국내 바닷가를 배경으로 해당 영상을 비슷하게 따라 한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오는 중이다. 역할만 잘 나누면 4명으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다. 거창한 소품도 필요 없다. 모래와 친구 몇 명만 있으면 평범한 해변이 순식간에 이집트로 변한다. 올여름 친구들과 바다를 찾았다면 한 번쯤 따라 해볼 만한 추억이다.

#글리터 타투로 바다 점령
휴가철을 맞아 유행하는 글리터 타투. 인스타그램 ‘@kiiikiii.official 계정’ 캡처 휴가철을 맞아 유행하는 글리터 타투. 인스타그램 ‘@kiiikiii.official 계정’ 캡처
트렌드의 대명사로 떠오른 걸그룹 키키(KiiiKiii)가 올여름 또 하나의 유행을 만들었다. ‘Delulu(딜룰루)’ 곡 활동 당시 액세서리 못지않게 반짝이는 글리터 타투가 눈길을 끌었다. 보통 타투 하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나 여름철 잠시 붙였다 떼는 스티커를 떠올리지만, 글리터 타투는 조금 다르다. 키치한 디자인에 반짝이는 글리터를 얹어 햇빛 아래에서 더욱 눈에 띈다. 만드는 방법도 쉽다. 원하는 도안과 글리터만 있으면 디자인부터 색깔까지 취향대로 완성할 수 있다. 네일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리터를 활용하면 된다.

이미 틱톡에서는 다양한 글리터 타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페스티벌처럼 사진을 많이 찍고 패션을 마음껏 보여주는 날 요긴한 포인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바닷가에서 선보일 만한 아이템으로 릴스에 자주 등장한다. 4000원이면 만들 수 있다는 ‘가성비 글리터 타투’ 영상까지 나오면서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쉽게 지워지는 데다,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 그날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Z세대의 여름과 잘 어울린다.

#먹을 수 없는 케이크가 떴다
실제 생일 케이크처럼 화려하게 꾸민 모래 케이크. 인스타그램 ‘@katec0nnelly’ 계정 캡처 실제 생일 케이크처럼 화려하게 꾸민 모래 케이크. 인스타그램 ‘@katec0nnelly’ 계정 캡처
Z세대에게 생일은 하루로 끝내기 아쉬운 큰 행사다. ‘생일 주간’이나 ‘생일 월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랫동안 기념하기도 한다. 케이크 역시 해마다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하며 그해의 취향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아이템이 됐다.

그런데 최근 Z세대 피드를 장악한 케이크는 먹을 수 없는 모래 케이크다. 어린 시절 해변에서 모래성을 만들던 것처럼 젖은 모래를 케이크 모양으로 쌓는다. 냄비나 둥근 통을 이용하면 형태를 잡기 쉽고, 2단이나 3단으로 쌓으면 제법 그럴듯한 케이크가 완성된다. 실제 생일 케이크처럼 초를 꽂거나 조개껍데기나 작은 장식으로 꾸며도 좋다. 불가사리와 해마처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파츠를 올리면 분위기가 한층 살아난다. 작은 폭죽까지 꽂아 불을 붙이면 인증숏 촬영 준비가 끝난다.

사진을 찍은 뒤에도 꾸미기는 계속된다. 인스타그램이나 캡컷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진 주변에 그림과 낙서를 더해 하나의 작품처럼 완성한 뒤 피드에 올린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해봤을 모래놀이에 요즘 감각을 더했을 뿐인데도 근사한 인증숏이 완성된다. 익숙한 놀이를 지금 방식으로 다시 즐기는 데 Z세대만큼 능숙한 세대도 없다.

#테이크아웃 컵의 화려한 변신
비즈 스티커를 붙여 꾸민 테이크아웃 컵. 인스타그램 ‘@nicolekovacic’ 계정 캡처 비즈 스티커를 붙여 꾸민 테이크아웃 컵. 인스타그램 ‘@nicolekovacic’ 계정 캡처
Z세대의 ‘꾸미기’에는 끝이 없다. 이제는 어디까지 꾸미느냐보다 꾸밀 수 있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대상이 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어릴 적 폴더폰에 큐빅과 스티커를 붙여 ‘폰꾸’를 했던 것처럼 이제는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꾸미기 대상이 된다. 한동안 꽃잎에 작은 비즈 스티커를 붙인 꽃다발이 인기를 끌었다. 반짝이는 장식을 꽃잎에 하나씩 붙여 평범한 꽃다발을 화려하게 변신시키는 방식이었다. 이제 그 비즈 스티커가 컵으로 옮겨왔다. 카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투명 테이크아웃 컵에 작은 비즈 스티커를 붙여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든다. 일상에서 들고 다녀도 되지만, 햇빛이 강한 바닷가에서 들고 있으면 반짝이는 장식이 더욱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최근 바다 인증숏에서 비즈 스티커로 꾸민 컵이 눈에 띄게 등장하고 있다. 평범한 테이크아웃 컵 하나도 나만의 소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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