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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 관상, 풍수에 파고든 AI

[안영배의 웰빙 풍수] 풍수의 본래 가치를 더 정밀하게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

최근 동양 술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GTTYIMAGES 최근 동양 술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GTTYIMAGES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거리는 과거 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결합한 뉴트로(New+Retro) 공간으로,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거리 중심부에는 ‘VINAIDA(비나이다)’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있다. 안에 들어서면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무당 ‘아미’와 로봇 관상가 ‘단군’이 손님을 맞는다. “작두 대신 알고리즘 타는 로봇 무당” “돗자리 대신 빅데이터 깐 로봇 관상가”라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필자가 현장에 가보니 젊은 여성들이 단군의 관상풀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수천 년 전통의 동양 술수학이 금세기 최고 신기술을 만나 새로운 콘텐츠로 젊은 층에게 다가가는 현상이 놀라웠다.

“작두 대신 알고리즘 타는 로봇 무당”점술과 관상만 AI에게 넘어간 게 아니다. 생년월일로 사람 운명을 예측하는 명리학도 이미 AI 수중에 들어갔다. 최근 AI 기반 운세 서비스를 출시한 한 업체에 따르면 이용자의 90%가 2030세대이며, 이 중 70%가량이 여성이다. 약 100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해 맞춤 사주풀이를 제공하는 한 플랫폼의 경우 누적 이용자 수 500만 명,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풍수 쪽은 어떨까. 필자는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신기술을 들고 나왔을 때 ‘글로벌 도술문명(道術文明)의 등장’이라며 찬탄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스마트폰 앱이 제공하는 위성지도 덕분에 옛날처럼 산꼭대기를 헐떡이며 올라가지 않아도 지형과 지세를 살필 수 있어 편리하다”는 내용의 칼럼도 썼다.

손 안의 슈퍼컴퓨터(스마트폰)가 등장한 지 10년째 되던 2016년 초, 또 다른 도술인 ‘알파고’가 등장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알파고는 당시 세계 최고 바둑기사로 명성을 누리던 이세돌을 무너뜨렸다. 학습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이 신기(神器)는 변신술까지 부려 소설가, 의사, 회계사 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현대판 손오공이나 다를 바 없다. 필자는 이때 조심스레 풍수가 AI를 만나 질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AI는 풍수 관련 빅데이터를 쉽게 축적할 수 있다. 지도 및 위성사진을 통해 지형 및 지세를 파악하고, 답산가·만산도·명당도 등 이름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명당 그림을 학습하며, 명당으로 검증된 역대 왕조의 왕릉 등 묘지와 명문 고택 데이터도 축적한다. 이를 통해 명당을 검증하거나 심지어 찾아낼 수 있다. 국내를 넘어 중국·일본의 풍수 명당 자료까지 보탠다면 AI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풍수 전문가가 될지 모른다.

AI가 방위를 중심으로 공간 배치를 강조하는 풍수이론을 습득하면 건물 평면도를 분석해 현관문, 침실, 부엌, 화장실의 이상적 위치를 단시간에 조언할 수 있다. 주변 교통망과 바람길, 일조량 등 도시 생활에 필요한 조건의 유불리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챗GPT,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는 사람과 대화나 토론까지 가능하니 앞으로 풍수 내용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김덕기 박사(동국대 법학·부동산학)는 최근 한 풍수 학술대회에서 “풍수는 조선시대에 국가가 공인한 학문이지만, 근대 이후 미신으로 폄하되거나 상업적 신비주의로 왜곡되면서 학문적 위상을 잃었다”고 진단한 후 “AI 및 공간 정보를 데이터화한 지리정보시스템(GIS)의 발전이 풍수의 경험적·과학적 요소를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풍수인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풍수의 본래 가치를 더욱 정밀하게 구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한국풍수명리철학회 학술대회 ‘AI시대의 풍수 담론-풍수 연구와 인식의 재정립을 위한 시론’).

손님 얼굴을 촬영한 뒤 이마, 눈매, 코, 입술, 턱 등의 형태와 조화를 세밀하게 분석해 알려주는 로봇 관상가 단군. 안영배 제공   손님 얼굴을 촬영한 뒤 이마, 눈매, 코, 입술, 턱 등의 형태와 조화를 세밀하게 분석해 알려주는 로봇 관상가 단군. 안영배 제공  
명당에서는 알파파 활성화필자는 사실 알파고 등장 이후 정보기술(IT)과 AI를 풍수에 연결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먼저 흔히 명당으로 일컬어지는 생기터와 그 반대인 살기터에서 인체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10명을 생기터와 살기터에 각각 30분간 머무르게 한 뒤 체내 모세혈관을 측정하는 의료용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혈관 상태, 혈류 반응 등을 살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생기터에서는 모세혈관 모양이 뚜렷하게 보일 뿐 아니라, 직선 형태로 가지런히 늘어서 혈액 흐름이 빠르면서도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반면 살기터에서는 모세혈관이 꽈배기처럼 틀어지거나 윤곽이 흐릿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했다. 터에 흐르는 기운이 인체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실험이었다. 다만 당시 사용한 전자현미경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식이라 데이터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터에서의 신체 변화 현상은 근력이나 악력 테스트 같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 스스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살기터에서는 무기력하던 근육의 힘이 생기터에서는 평소보다 더 세진다는 걸 피험자 스스로 체감하며 놀라워했던 것이다.

그 후 혈압, 심박수, 감정 상태, 피로도 등을 데이터화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출시되면서 필자의 풍수 실험은 더 진화했다. 뇌파는 보통 긴장한 채로 일하거나 운동할 때 반응하는 베타파,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집중력이 향상된 상태에서의 알파파, 졸음이나 얕은 수면 상태에서의 세타파, 깊은 수면이나 무의식 상태에서의 델타파 등으로 분류된다. 필자가 전두엽 측정 중심의 2채널 뇌파 측정기를 사용해 확인한 결과 생기터에서는 알파파 수치가 평상시보다 크게 높았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수치화 및 도표화할 수 있었다. 즉 과학적 증명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 기반 풍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아직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 바로 기(氣) 영역이다. 현재로서는 기를 과학적·객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AI가 비록 기를 감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다양한 풍수 데이트를 습득하고 과학적으로 측정한 터에서의 인체 반응 결과 등을 조합해내는 단계까지 오면 시중에 넘쳐나는 ‘풍수 도사’의 실력 정도는 충분히 감별해낼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우리 전통 풍수 교육의 현재를 성찰하고, 전통 지식의 현대적 수용을 논의하는 동양학 대토론회가 8월 29일 오후 1시 한양대 서울캠퍼스 박물관(2층 강성희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풍수·명리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대학교육의 역할과 학술연구의 과제’라는 주제로 전문 연구자들의 학술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수천 년 전통의 풍수학이 현대에서 어떤 식으로 수용될지, 또 AI와 전통 술수학이 만나 어떻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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