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용산구 반대 고수… 특별법 ‘본체부지 전체 공원’ 원칙도 넘어야
오는 20일 김윤덕·오세훈 회동… 300만㎡ 활용 범위 놓고 첫 조율 주목
용산어린이정원 내 옛 미군기지 건물과 정원 모습. 정부가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공원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용산공원 홈페이지)서울 한복판 약 300만㎡ 규모의 용산공원을 둘러싼 주택 공급 논의가 관계기관 협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뿐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시와 용산구는 공원 훼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국회와 서울시, 용산구, 미군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오는 20일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합니다.
17일 현재 공급 면적이나 가구 수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행법도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법적 정비와 오염 정화, 기반시설 대책 등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서울의 부족한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용산공원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면, 이제 관심은 정부와 서울시가 300만㎡ 가운데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습니다.
■ 어린이정원 넘어 ‘공원 전체’… 정부가 넓힌 검토 범위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입니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윤덕 장관.(국토교통부 제공)오염 문제와 미군과의 협의 등을 해결해 주택을 짓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공급에 있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정부가 8·13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나온 발언입니다.
용산공원이 다시 주택 공급 후보지로 부상한 배경에는 서울에서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찾기 어려워진 현실이 있습니다.
용산공원 예정지는 약 300만㎡에 달합니다.
현재까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면적은 약 76만 8,000㎡이고, 이 가운데 용산어린이정원이 약 30만㎡를 차지합니다.
정부는 앞서 올해 1·29 대책에서 용산공원 인근 캠프 킴에 2,5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린이정원을 넘어 공원 전체를 검토 대상으로 언급하면서 선택지를 더 넓혔습니다.정부가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어느 구역을 활용할지, 개발 면적은 얼마나 될지, 몇 가구를 공급할지 모두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공급 가능한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까지입니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 제공)■ “1㎝도 동의 못 해”… 반대하지만 협의는 계속
서울시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전부터 공원 훼손에 “1㎝도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해 왔습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서울에 남은 대규모 도심 녹지로 보고 주택 공급을 위한 훼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용산구 역시 공원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본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개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용산어린이정원 주변에는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됐고 관련 법 개정 움직임에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논의가 멈춘 것은 아닙니다.
김 장관은 실제 주택 공급을 위해 법적 문제와 함께 국회, 서울시, 용산구, 미군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입장 차를 좁히면서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 역시 정부와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양측은 오는 20일 만나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제한구역 활용 등 서울 주택 공급 현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입니다.
17일 시점의 용산공원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반대 입장만 주고받는 단계라기보다, 견해차를 확인한 상태에서 실제 조율을 앞둔 국면에 가깝습니다.
■ 집보다 먼저 넘어야 할 ‘특별법’
협의에서 접점을 찾더라도 법 문제가 남습니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본체부지를 공원 이외의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처분도 제한합니다.
정부가 본체부지 일부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려면 이 원칙과 충돌하는 부분부터 법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국회에서는 용산공원 관련 특별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개정안을 곧바로 용산공원 본체의 대규모 주택 개발을 허용하는 법안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반환이 끝난 부지를 중심으로 구역별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는 문제와 본체부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정부가 실제 개발안을 내놓을 경우 어느 법 조항을 어떤 방식으로 고칠지가 별도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 법을 고쳐도 남는 오염·교통 문제
용산공원이 다른 택지와 다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장기간 미군기지로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도 오염 정화와 미군과의 협의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반환된 부지는 오염 상태를 조사하고 필요한 정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아직 반환되지 않은 구역은 미군 측과의 협의부터 필요합니다.
교통과 기반시설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합니다.
용산에서는 정비창을 중심으로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캠프 킴에는 이미 2,500가구 공급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공원에도 상당한 규모의 주택이 추가된다면 기존 주거 인구뿐 아니라 국제업무지구의 업무·상업 수요까지 묶어 도로와 대중교통, 학교 등 기반시설 수용 능력을 다시 따져야 합니다.
서울시가 반대하더라도 공공주택지구 지정 자체에 서울시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도시계획과 교통·환경·기반시설 협의 과정에서는 서울시와의 조율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300만㎡ 가운데 어디까지… 20일 회동이 첫 분기점
현재까지 정부가 확정한 것은 용산공원 내 공급 물량이 아닙니다.
공원 전체를 놓고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방향이 공개됐고, 실제 추진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단계입니다.
서울시는 공원 훼손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와의 주택 공급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는 20일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은 이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좁힐 수 있을지 확인하는 첫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어느 부지를 주택 공급 대상으로 보는지, 몇 가구를 공급하려는지, 공원은 어느 정도 남길지, 오염 정화와 교통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 것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는 20일 회동에서는 이 가운데 용산공원 활용 범위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20년 가까이 ‘본체부지 전체 공원’을 원칙으로 삼아온 용산의 경계를 다시 그을지, 정부와 서울시의 첫 조율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