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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공급부족 지속”…월가 IB는 아직 ‘긍정론’

[황정수의 뉴욕 글로벌 현장]

“한국 주식 샀다가 노후 자금 다 까먹게 생겼습니다.”

최근 만난 한국계 기업 뉴욕지사의 현지 채용 직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그들이 언급한 한국 주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직장인들은 한국의 확정기여형(DC)퇴직연금과 비슷한 개념의 ‘401k’를 운용하는데 소위 ‘K반도체’ 주식에 들어갔다가 탈탈 털렸다는 얘기다. 한 한국계 미국인 직원 A 씨는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때문에 회사에 오래 다니게 생겼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주가 급락에 흔들리는 투자자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가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외국계 투자은행(IB) 중심으로 ADR에 대한 분석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 증권사 주식 영업 직원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월스트리트의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모두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기업 경쟁력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한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 주가와 마이크론 등 미국 AI 인프라 주식 가격이 연동되면서 뉴욕에서도 코스피 움직임을 면밀히 살핀다”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 기준)의 지난 8월 10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223.9%, 453.6%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9.63%, SK하이닉스는 34.9% 빠졌다. S&P500(2.35%), 다우존스(2.54%), 나스닥종합지수(1.23%) 등 뉴욕 3대 지수 대비 부진한 성적표다. ‘고점’ 논란이 불거진 데다가 AI 인프라 주식에 집중투자했던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주식을 급하게 처분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사 ‘빅테크’ 대규모 투자 지속

월스트리트 기관투자가의 관심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찍었는지’ 여부로 모인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업체들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돈이 가는 곳은 AI 인프라 기업, 그중에서도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전망된다.

최근 나온 긍정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은 엔비디아와 월가 대표 금융회사 6곳이 체결한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 컴퓨팅 자금 플랫폼 구축이다. 그간 엔비디아는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모델 개발사나 코어위브, 네비우스 등 데이터센터 업체가 자사 AI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분을 투자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돈으로 이들 기업이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산다는 점에서 ‘순환 거래’ 논란이 제기됐다.

이를 제3자를 통한 금융 형태로 바꾸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전략이다. 예컨대 자동차 구매자에게 금융사들이 차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고 이자를 받는 것처럼 엔비디아 AI 반도체 구매자들에게도 월가 금융사들이 비슷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AI 스타트업과 연구소 등은 큰돈 안 들이고 AI 반도체를 빌려 쓰며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인다.

이렇게 늘어나는 AI 반도체 수요는 엔비디아에 득이 된다. 월가에서 ‘AI 투자 확대를 이끌 신개념 자금조달 수단’이란 평가를 한 이유다.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월가 IB들도 ‘낙관적’ 시각 유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아직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대한 긍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8월 10일 메모리 반도체 산업 분석보고서를 내놓은 캔터 피츠제럴드는 “최근 열린 FMS 행사에서 비트로 환산한 수요 성장률이 공급을 5~10%포인트 웃돌고 이 격차가 ‘10년 내내 지속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며 “공급은 의미 있게 제약되고 이 결과 장기구매계약(LTA)은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범용 D램과 관련해선 “2027년으로 갈수록 공급은 더 타이트하다”고 평가했다. HBM은 “2027년 물량이 완판됐다”고 전했고 낸드플래시와 관련해선 “올 4분기에도 평균공급가격(ASP)이 5% 상승할 것이란 논의가 있었다”며 “2028년에도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에 대해 8월 11일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625달러를 유지한 UBS도 낸드플래시 산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UBS는 “2026년 3000억달러 수준인 낸드 산업 매출은 2027년 약 4950억달러가 될 것”이라며 “이익창출력의 구조적 재평가로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4500억달러 이상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마이크론의 수밋 사다나 수석 부사장이 8월 10일 한 콘퍼런스에서 밝힌 긍정적인 사업 전망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다나 수석 부사장은 이날 “AI 데이터센터의 최대 병목은 이제 D램이고 메모리 수급은 2027년이 2026년보다 더 타이트하다”며 “낸드는 D램을 대체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JP모간 역시 최근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망’을 통해 낙관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빅테크의 공격적인 자본지출(CAPEX)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 미만에서 2026년 31%, 2027년 49%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의 고부가가치화가 계속 진행된다는 얘기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적극적인 증설에 대해선 “공장 건설부터 양산까지 2~2년 6개월이 소요돼 수요 증가세를 완전히 맞추기 어렵다”며 “단기적인 실적 기대치 조정으로 최근 주가조정이 발생했지만 메모리 업황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했다.

리스크 요인은 중국 CXMT가 꼽힌다. CXMT는 애플에 스마트폰용 D램을 납품하는 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온 상태다.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IB 사이에선 위협적인 기업은 맞지만 당장의 큰 리스크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칸터는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확보하겠지만 중국 내부 AI 기업 중심 공급을 우선시한다”며 “시장 교란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환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JP모간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움직임에 대해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규모는 삼성전자의 50% 정도로 의미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메모리 기업이 주주환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의미란 신중론도 나온다.

뉴욕=황정수 한국경제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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