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대기업 ‘간판값’만 2조2천억 돌파 역대 최대…SK·LG 3천억 넘어

80개 그룹, 1천16개 계열사에서 상표권 사용료 받아
SK 1위·LG 2위…한화·CJ는 공정위 현장 조사 대상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표지판. 경기일보DB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표지판. 경기일보DB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와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상표권 사용료, 이른바 '간판값'이 지난해 2조2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표권 사용료가 정상적인 거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산정 기준이 불투명한 만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곳의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2조2천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4년 2조1천53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상표권 사용료는 대표회사나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그룹 브랜드 사용을 허가하고 받는 대가다. 계열사가 사용해 온 상표권을 대표회사가 넘겨받거나 새로운 기업 이미지(C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실제로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102개 그룹 가운데 80개 그룹이 지난해 1천16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값 규모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조3천468억원이던 상표권 사용료는 2021년 1조5천207억원, 2022년 1조7천76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후 2023년 2조354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룹별로는 SK가 3천499억원으로 가장 많은 상표권 사용료를 거둬들였다.

그동안 1위를 유지했던 LG는 3천490억원으로 2위에 자리했다. 이어 한화가 1천992억원, CJ가 1천331억원으로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포스코(1천282억원)와 롯데(1천244억원)도 1천억원을 넘겼으며 GS(992억원), 효성(616억원), HD현대(575억원), LS(57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매출액에서 광고비 등을 제외한 뒤 일정 요율을 적용해 사용료를 산정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요율은 기업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계열사의 이익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로 이전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도 이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6~7월 한화와 CJ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상가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계열사가 마케팅과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도 지주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료를 받는 것은 계열사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공정위가 그룹별 상표권 사용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부당 지원 사례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