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 수익률 높아지자 美국채 투자 매력 하락
美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5.3%대
日 10년물 금리 3% 이번주 안에 도달 가능성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일본 장기 국채금리의 여파가 일본 생명보험사를 넘어 미국 국채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기존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본 주요 생보사의 채권 평가손실은 1년 새 60% 급증한 30조8690억엔(약 274조원)으로 불어나 주식 평가이익마저 넘어섰다. 수익률이 높아진 일본 국채의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국채 투자를 줄이고 자금을 자국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日생보 채권 평가손, 주식 평가익 추월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주요 생보 13곳의 국내 채권 평가손실은 지난 6월 말 총 30조8690억엔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주식 평가이익은 48% 늘어난 30조318억엔(약 267조원)에 그쳐 채권 평가손실보다 8372억엔(약 7조4000억원) 적었다. 금리 상승으로 불어난 채권 손실을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만으로 상쇄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생보사의 주요 투자처인 일본 3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 6월 말 연 3.9%대로 3년 전보다 약 2.7%p 상승하면서 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국채 가격이 급락한 결과다.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평가손실이 곧바로 실제 손실로 확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험계약 해지가 늘어 해약환급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중도 매각하면 손실이 현실화한다. 일본생명보험은 올해 4~6월 약 440억엔(약 3907억원),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253억엔(약 2247억원)의 손상차손을 각각 반영했다.
금리 상승으로 신규 채권의 이자수익과 주식 배당수입이 늘면서 주요 생보 14곳의 4~6월 기초이익은 총 9518억엔(약 8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다. 다만 주식 매각이익으로 채권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생보사의 평가손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일본 채권시장에서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5%p 오른 2.945%를 기록했다. 이는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3% 돌파를 눈앞에 둔 수치다.
5년물 국채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물 국채금리도 약 31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일 통화당국의 엔화 매수 공동개입 이후 일본은행(BOJ)이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국채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금리스와프 시장이 반영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이달 초 약 50%에서 80%로 뛰었다. 재원 대책이 불투명한 식료품 소비세 감세 등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日국채 매력 상승에 美국채 수요 감소 우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의 파장은 생보사의 평가손실을 넘어 미국 국채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 최대 미국 국채 해외 보유국인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자국의 초저금리를 피해 미국 장기·초장기 국채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에 육박하면서 환헤지 비용을 반영한 미국 국채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낮아져 일본 자금이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증권은 "환헤지 후 미국 초장기 국채의 투자 매력은 미국 장기금리를 낮은 수준에 묶어두는 요인이었다"며 "지금은 정반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6월 말 1조1166억달러(약 1580조원)로 전월보다 264억달러(약 37조4000억원) 감소해 두 달 연속 줄었다. 다만 감소액 중 231억달러가 단기채여서 일본 자금의 본격적인 국내 환류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하지 않더라도 신규 매수와 만기 자금 재투자를 줄이면 미국 금리에는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실제로 17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연 5.31%로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유가 상승,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회사채 발행 증가에 일본 투자자들의 수요 감소 우려까지 겹쳤다.
향후 분수령은 일본 국채 입찰이다. 이달 10년물과 3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했던 데 이어 18일 5년물과 20일 20년물 입찰에서도 매수세가 약하면 금리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
사노 가즈히코 도카이도쿄증권 수석 채권전략가는 "재정 확대와 세계적인 금리 상승 등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다"며 "현재 속도라면 이번 주 안에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마와키 다카시 JP모건증권 채권조사부장도 "통화정책과 엔화 약세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3%는 통과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