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취임한 라우라 페르난데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코스타리카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게 매달 1200만원 넘게 지급해온 연금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일부 전직 대통령이 연금 기여금을 내지 않고도 수십억원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성 제도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18일(현지 시각)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라우라 페르난데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17일 현지시간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직 대통령 호화 연금 무관용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올해 7월 기준 전직 대통령 7명에게 지급된 연금 누적액이 54억6900만 콜론, 약 170억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매월 약 400만 콜론, 약 126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 제도에 따라 일부 전직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십억원 규모의 연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연금을 받은 인물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재임한 라파엘 앙헬 칼데론 전 대통령이다. 그는 누적 기준 9억7200만 콜론, 약 30억6000만원을 받았다.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전 대통령은 9억3600만 콜론, 약 29억5000만원을 수령했고 미겔 앙헬 로드리게스 전 대통령은 9억600만 콜론, 약 28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논란은 일부 전직 대통령의 수령 방식에서 더 커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연금 기여금을 한 차례도 내지 않았는데도 40대 초반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로 다른 명목으로 최대 3개의 연금을 중복 수령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예외 없는 지급 중단을 핵심으로 한다. 소득 수준에 따른 예외나 별도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법이 공포되는 즉시 모든 전직 대통령의 연금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이다.
이번 법안에는 직전 대통령인 로드리고 차베스뿐 아니라 현직인 페르난데스 대통령 자신이 퇴임 후 받을 수 있는 연금 권리까지 포기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현직 대통령의 장래 수급권까지 내려놓도록 해 특혜 폐지 명분을 강화한 셈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담화에서 "나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모든 국민은 자신이 실제로 납부한 만큼만 연금을 받는 것이 공정함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연금이 일반 국민의 생계형 연금과 대비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수천 명의 서민 가정이 월 10만 콜론, 약 31만원 미만의 생계형 연금을 기다리는 동안 국민이 땀 흘려 낸 세금이 기여금조차 내지 않은 전직 대통령들의 호화 생활을 받쳐 주는 데 쓰였다"고 지적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오는 1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의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직 대통령 연금 제도를 특혜로 규정하고 즉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법안이 실제 의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코스타리카에서는 과거에도 전직 대통령 연금 감축을 위한 입법이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의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한국의 전직 대통령 예우 제도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된다. 이 법은 전직 대통령에게 퇴임 당시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95에 해당하는 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족에게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금이 지급된다. 배우자에게는 보수연액의 100분의 70이 지급되며, 배우자가 없을 경우 30세 미만 자녀 등에게 나눠 지급된다. 다만 재직 중 탄핵으로 퇴임했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경호·경비를 제외한 예우가 제한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례를 보면 이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되면서 전직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우 대부분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상 연금 산정 기준을 적용하면 윤 전 대통령이 받을 수 있었던 연금 규모도 추산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책정된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연봉은 2억6258만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월 연금은 약 153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탄핵으로 퇴임한 전직 대통령은 경호·경비를 제외한 예우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연금 역시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