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는데 왜 더 피곤할까’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연휴 뒤 피로를 단순히 수면시간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잠을 얼마나 잤느냐뿐 아니라 언제 자고 일어났느냐에 있다.대체 공휴일. 하루의 보너스를 얻어 늦잠을 자고, 여유롭게 밥도 먹었다. 그런데 막상 출근하는 날 아침이 되면 눈이 잘 떠지지 않고 몸도 천근만근이다. 휴식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원인은 ‘시간 차이’
평일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던 사람이 휴일에는 오전 8시 30분까지 잔다고 가정해보자. 평소 부족했던 잠을 두 시간 보충했으니 체력은 회복됐을 것이다. 문제는 다시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다음날이다.
캐시 힐디치와 앤드루 맥힐은 2019년 리뷰 논문 ‘수면 관성: 현재의 이해’에서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대가 수면 관성의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면이 부족했거나 생체리듬상 졸림이 강한 시간대에 깨어나면 수면 관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 공휴일 다음날의 상황을 직접 다룬 연구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다음 다시 이른 시간에 깨어나야 할 때 아침의 졸림과 멍한 상태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 다른 원인은 ‘사회적 시차’다. 사회적 시차란 생체리듬이 선호하는 시간과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일정에 맞춰야 하는 시간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의 수면시간이 달라 생기는 시차다.
마르크 비트만 등 연구진은 2006년 발표한 ‘사회적 시차: 생체 시간과 사회적 시간의 불일치’에서 사람마다 선호하는 수면시간이 다르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일수록 평일과 휴일의 수면시간 차이가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평일에는 출근을 위해 자신의 생체리듬보다 일찍 일어나지만, 휴일에는 늦게까지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 공휴일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뒤 다음 날 다시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한다. 하루 만에 생체시계가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늦어진 기상 시간을 다시 앞당기는 과정에서 아침의 피로와 졸림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평일과 휴일의 수면시간 차이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시차’가 대체 공휴일 다음날의 피로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다.
늦잠은 죄가 없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대체 공휴일 당일에는 오히려 몸이 가볍다는 사실이다. 늦잠을 자고 나면 개운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정신이 맑다. 평소보다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면서 피곤하다는 생각도 덜 든다.
실제로 휴식은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시카 데 블룸 등 연구진이 2009년 발표한 ‘휴가가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휴가 기간에는 피로와 소진 등이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직장에 복귀하면 이런 효과는 비교적 빠르게 줄어들었다. 다시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부담에 노출되면서 휴식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루 더 쉬었는데 왜 더 피곤하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쉬어서 피곤해진 것이 아니라, 쉬는 동안 달라졌던 수면과 생활 리듬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피로가 두드러져서’다.
전문가들은 휴일에도 기상 시간을 평소보다 지나치게 늦추지 않고, 휴식은 충분히 하되 시간표의 변화는 적게 유지하는 것이 대체 공휴일 다음날을 덜 힘들게 보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