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반도체 호황과 수출 강세를 반영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대폭 끌어올렸다. 한국의 고급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대체할 기업이 제한적인 만큼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18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한국 신용등급 정기 검토를 마친 뒤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 내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말 기준 집계한 8개 주요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인 3.2%보다 0.3%포인트 높다.
무디스는 지난 2월 한국 국가신용등급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지만 반년 만에 전망치를 약 2배 수준으로 높였다. 지난 5월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2.5%로 상향한 데 이어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1.0%포인트 올린 것이다.
성장률 전망을 크게 높인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수출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무디스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의 고급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를 현실적으로 대체할 기업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강한 반도체 사이클이 최소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1∼7월 한국의 상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점을 언급하며 강력한 반도체 성장세가 수출 확대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핵심 분야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무디스는 한국이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난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정책이 기술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일관된 노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관련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생산성을 높이고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아지고 초과 세입이 이어지면서 재정 여건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당초 목표보다 0.1%포인트 개선된 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확대와 국방·안보 비용,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 부담 등은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요인으로 지목했다. 별도의 정책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요인들이 재정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도가 정책 효과성과 경제적 강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부채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부담은 주요 과제로 꼽았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새롭게 결정하기 위한 보고서는 아니며, 향후 신용등급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