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 울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제공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설비 감축 압박을 받는 가운데, 가동을 앞둔 에쓰오일의 9조원대 신규 석유화학 설비가 울산산단 사업재편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논의와 초대형 신규 설비 가동이 맞물리면서, 공급과잉을 해소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정부와 업계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에쓰오일은 ‘해당 신규 설비가 원가 경쟁력 있는 생산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에쓰오일은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에너지 효율, 원료 활용 유연성을 갖춘 생산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새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9조2580억원 규모 투자 사업이다. 회사는 올해 초기 가동을 거쳐 내년 초 상업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원유와 정유 부산물을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크루드 오일 투 케미컬스(COTC) 계열 기술인 티시투시(TC2C)다. 에쓰오일은 이 기술을 적용해 에틸렌 기준 연 180만톤 규모의 스팀크래커(열분해 설비) 등을 짓고 있다. 회사 쪽은 일반 정유 공정에서 원유 가운데 석유화학 원료로 쓰이는 유분 비중이 15~18% 수준이지만, 샤힌 프로젝트는 이를 65~7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원유와 정유 부산물에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원료를 더 많이 뽑아내 기존 나프타 중심 설비보다 원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샤힌 프로젝트가 울산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해 8월 자율협약을 통해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여수·울산산단에서 나프타분해시설 생산능력을 에틸렌 기준 최대 연간 370만톤 줄이기로 뜻을 모았다. 경쟁사가 관련 설비를 줄이는 가운데,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에쓰오일은 되레 신규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이다.
울산 석유화학 사업재편 논의는 샤힌 프로젝트의 가동 준비 상황과 맞물려 당분간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산과 여수에서 각각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울산 지역 논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울산은 기존 설비 감축과 샤힌 가동 변수가 함께 얽혀 이해관계 조율이 더 복잡한 상황이다. 에쓰오일도 지난 3일 실적 설명회에서 “구조조정안 도출 관련해서는 현재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샤힌 프로젝트의 시설 원가가 매우 낮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사의 이해관계가 다소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